[이호분의 아이들 세상] 반항하는 아이

가족 패턴, 부부간 및 부모-자녀 간 세대로 반복


초등학교 3학년 J의 엄마는 너무나 지쳤다. 순하기만 하던 아들이 짜증을 부리고 반항하기 시작했다. ‘엄마는 간섭이 너무 심해’라며 화를 낸다. 사춘기가 시작되었나 싶다가도 사춘기라기엔 너무 어린 나이다.

엄마와 아이를 살펴보니 아이는 엄마의 간섭이 싫다고 하면서도 엄마에게 너무 의존하고 매달리는 모습이었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 하고 엄마가 옆에 있기를 바랐다. 집에서도 등교준비, 학원가기, 과제하기 등도 엄마가 도와주지 않으면 혼자서 할 줄 아는 게 없었다. 어려서부터 엄마가 옆에서 밀착하여 세세한 것까지 챙겨 주었다. 자신의 친정어머니도 그러셨기 때문에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문제의 시작은 부부 관계였다. ‘남편이 대화가 안 되는 사람’이라는 거다. 남편이 퇴근하기를 기다렸다가 하루 동안 힘들었던 일을 이야기 하고 싶은데 남편은 방으로 들어가 컴퓨터를 하거나 멍때리며 텔레비전을 본다. 남편과의 친밀감이 없는 엄마는 아들에게 더욱 밀착하게 되었다. 또 아내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하는 남편에게 때론 화가 치밀어 부부 싸움을 했다고 한다.

엄마가 짜증을 내며 “우린 대화가 안 돼”라고 말을 하고 소리를 지르면 남편은 “미안해” 하고 말을 하지만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엄마는 목소리 톤이 더 높아지고, 참다못한 아빠는 버력 소리를 지르고 자리를 떠버린다. 엄마는 자신의 감정이 무시되는 느낌을 받아 더욱 화를 냈다. 아빠는 회사에서 힘들게 일하고 집에 왔는데, 아내는 집에 오면 늘 짜증이며 화를 내고, 아이와는 매일 전쟁이다. 더 큰 싸움을 안 하기 위해 피하는 것인데 어쩌라는 건지 모르겠다. 집에 들어오는 게 겁이 난다.

엄마는 어려서 가족 간에 매우 친밀한 분위기에서 자랐다. 가족은 모든 사생활을 공유했고, 지금도 힘든 일은 친정 엄마에게 먼저 얘기하는 편이다. 육아를 비롯한 남편과의 갈등도 친정 엄마와 상의한다. 반면 J의 아빠는 가족이 서로 공유하는 부분이 적고 어린 시절에도 지나치리만치 독립적으로 ‘알아서 해결하는’ 분위기에서 자랐다. 공부를 잘했던 아빠는 부모님에게 칭찬을 받고 싶었지만 한 번도 감정을 듬뿍 담은 칭찬을 받아 본적이 없었다. 인정받고 싶었던 열망이 그때마다 여지없이 무너졌다. 차츰 이런 열망을 포기하고 감정을 표현하지 않게 되었다. 거절당하는 상처를 피하고 싶었던 거다.

결혼을 할 때 남편은 몹시 의지가 되는 독립적이고 믿음직한 남자였다. 아내는 감정을 솔직히 표현해 귀엽고 사랑스러웠었다. 결혼을 해서는 180도 달라졌다. 남편은 따뜻함이 없고 냉정하며 회피하는 사람이었고 아내는 ‘악마’처럼 소리만 지르고 요구가 많고 자신만을 하루종일 기다리는 의존적인 사람이었다. 부부는 서로에 대해서 실망했다.

가족이라는 것은 이상한 성질이 있다. 원 가족 관계의 패턴을 벗어나려고 해도 놔주질 않는다. 그래서 부모가 된 이후에도 원 가족에서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부부간에 부모-자녀 간에 세대에 결처 반복된다.

J 부모의 원 가족은 가족 간의 경계선이 너무 다른 문제가 있었다. 외가의 가족은 심리적 거리감의 거의 없는 지나치게 밀착된 가족이었고, 친가는 서로 유리된 가족이었다. 엄마의 경우는 친정을 떠나더라도 자신의 남편과 새로운 가족이 그녀의 원 가족과 유사하게 상호 의존적이길 기대했다. 아내는 남편을, 남편은 아내를 긴밀하게 돌봐주는 관계를 원했다. 하지만 아빠의 경우는 불행하게도 친밀감을 형성한다는 것 자체에 거부감이 있었다. 사랑과 인정을 원하기는 하나 친밀감이 자신의 독립성을 통째로 집어 삼킬 것 같은 생각에 친밀감을 유지하는 것이 두려웠다.

다른 사람에게 너무 가까이 가면 자신에 대한 통제를 잃는 것이라고 느낀다. 이런 불안 때문에 겉으로는 관계에서의 거리를 유지한다. 엄마는 쫒고 아빠는 도망가는 모양새가 된다. 도망하는 남편 때문에 엄마는 불안해 계속 추적하게 되고 자녀가 생기면 그 아이에게도 밀착된다. 아이가 의존적으로 되고 일정한 나이가 지나면 독립 욕구 때문에 급격히 반항한다. 이런 관계양상을 부모가 조금은 거리를 두고 바라보고 인정해야 한다. 그래야 ‘자녀와의 관계’가 보이기 시작한다.

이호분(연세누리 정신과 원장, 소아청소년 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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