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장관은 “유연한 입장” 말했는데…美 “대북제재 비난은 호도전술”

이인영 “제재에 유연한 입장” 주문
美 “제재가 지원 노력 훼손 안해” 반박
지원항목 차이…‘경협 vs 생활고 개선’


미국 국무부가 대북제재에 대한 비난은 북한의 악행을 덮으려는 ‘호도 전술’이라고 지적했다. 우리 정부 당국자가 대북지원을 위해 제재에 유연한 태도를 주문한 직후여서 정부로선 다소 민망한 상황이 연출됐다는 평이 나온다. 한·미 양국이 추구하는 대북 지원 대상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국제사회 일각에서 북한의 인도주의적 상황을 제재 탓으로 돌린다”며 “이는 고통받는 북한 주민들에 대한 북한의 악의적 행동과 책임에서 주의를 돌리려는 호도 전술(misleading tactic)”이라고 밝혔다고 미국의소리(VOA)가 2일 전했다.

대북제재가 북한의 식량·보건 위기를 초래했다는 중국 러시아 등 일부 국가와 대북지원 단체 등의 주장을 반박하면서 나온 발언이지만,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이와 비슷한 취지로 얘기한 직후여서 주목받았다.

이 장관은 지난달 31일 한반도국제평화포럼 개회사에서 “인도적 협력을 추진하기 위해 제재 문제에 더 과감하고 유연한 입장을 바탕으로 협력의 길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무부는 이 장관의 발언에 대해서도 현행 대북제재가 인도적 지원 노력을 훼손하지 않는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한·미가 인도적 지원의 필요성 자체에는 동의하지만 추구하는 지원 대상에 차이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 외교소식통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인도적 지원에 공감대를 이루고 공동성명에 판문점선언을 넣은 게 정부 입장에선 남북경협까지 고려한 것이지만, 미국은 선언 자체를 존중한 것이지 경협에는 부정적”이라며 “미국의 인도적 지원은 (북한 주민을 돕는) 순수한 의미의 지원이지 상업적인 부분이 아니다”고 말했다.

북한이 지난 1월 8차 당대회에서 이런 인도주의적 협력을 ‘비본질적’인 것으로 일축하고 대북제재로 대표되는 대북 적대시 정책을 ‘근본적 문제’로 보며 해결을 촉구해 정부로선 북한이 받을만한 지원책을 추진하려는 것이란 설명이다. 북한이 영변 원자로를 재가동한 것도 미국이 이런 근본적 문제에서 태도 변화를 보이지 않아 대미 압박 수위를 높인 것이란 진단이 나오기도 했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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