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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같이 노련했던 아드보카트 감독, 놀아난 한국 축구

공수 간격 타이트하게 유지하며 공간 지운 뒤
후반엔 경기 템포 죽이며 늪으로 이끌어
벤투 “볼 점유시 적극적인 움직임 보여야”

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의 경기에서 그라운드를 응시하는 딕 아드보카트 이라크 감독(오른쪽)의 모습. 왼쪽은 파울루 벤투 감독. 연합뉴스

딕 아드보카트(73) 감독이 이라크 축구대표팀을 이끌고 15년 만에 방문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한국에 고춧가루를 뿌렸다. 언더독으로 평가 받았던 이라크는 끈적한 수비력을 과시하며 한국 선수들의 공격을 적절히 차단했고, 결국 무승부를 이끌어냈다.

이라크는 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1차전 경기에서 홈 팀 한국과 0대 0 무승부를 이끌어내며 소기의 성과를 달성했다.

수비를 단단히 한 실용적인 축구를 구사하는 것으로 정평이 난 아드보카트 감독은 약 한 달 전 지휘봉을 잡았음에도 팀의 조직력을 극대화시킨 모습이었다. 이라크는 한국전을 앞두고 스페인과 터키에서 3주 가까이 전지훈련을 소화했는데, 이 때 한국 분석을 통해 최소 무승부를 거둘 수 있는 전략을 제대로 준비해온 듯 했다.

이라크 선수들은 전반부터 좁은 공수간격을 유지하며 한국 선수들이 공격을 진행시킬 공간을 지웠다. 188㎝의 큰 신장을 지닌 아이멘 후세인을 겨냥한 롱 볼을 간간이 날리는 것 외엔 빠르게 진행되는 한국의 공격을 막아내는 데 치중한 모습이었다. 한국은 손흥민을 비롯해 송민규와 이재성 등이 위치를 바꿔가며 이라크를 공략했지만, 볼을 잡으면 2~3명씩 달라붙는 이라크 선수들의 조직적인 수비 앞에서 별다른 해결책을 찾아내지 못했다.

파울루 벤투 한국 대표팀 감독은 후반 들어 남태희, 황희찬과 이용, 권창훈을 연달아 투입하며 이라크의 수비 조직에 균열을 내려했지만, 이라크는 우월한 신체조건을 활용해 한 발 앞서 공격을 막아냈다. 한국 선수들은 공중볼 경합은 물론 세컨볼 경합에서도 이라크 선수들에 우위를 차지하지 못했다. 최전방 공격수 황의조가 고립된 채 제대로 볼 터치를 하지 못할 정도였다. 설상가상으로 드물게 나온 슈팅들은 대부분 유효슈팅으로 연결되지 못한 채 공중으로 크게 떴다.

경기 전 우려했던 대로 극단적인 ‘침대축구’는 나오지 않았지만, 이라크 선수들은 어떻게든 승점 1점을 따내기 위해 경기 템포를 최대한 죽였다. 선제골을 넣지 못한 한국 선수들은 경기 종료 시간이 다가올수록 다급해졌고, 볼 처리를 놓치고 흥분해 항의하는 모습을 보였다. 여우 같이 노련한 아드보카트 감독이 고안하고 체격과 발재간이 좋은 이라크 선수들이 실행한 경기 운영에 완전히 말려든 꼴이었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경기 후 “유럽에서 뛰는 많은 톱 플레이어들을 보유한 한국 같은 팀을 상대하기 위해선 조직력을 정비하고 속공을 노리는 것에 치중할 수밖에 없다”며 “위험한 찬스를 2~3번 밖에 내주지 않은 선수들을 칭찬하고 싶다. 2~3주 동안 조직력을 다듬는데 열심히 참여해줬다”고 소감을 밝혔다. 손흥민이 이라크의 시간 끌기를 지적한 것에 대해선 “손흥민은 정말 대단하고 좋은 주장이지만, 그 발언은 근거 없다”고 일축했다.

경기 중 답답함을 토로하는 액션을 자주 보인 벤투 감독은 경기 후 “우리는 오늘 해야 할 것들을 못했다. 예를 들어 볼 전환을 빠르게 하고 공간으로 침투하는 움직임, 상대를 끌어내고 공간을 만드는 움직임이 나와야 했다. 찬스가 많지 않았고, 상대 (수비 조직을) 불균형하게 만들지도 못했다”며 “다음 경기에선 볼 점유 시 보다 적극적인 움직임으로 공격에 나서는 게 중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상암=이동환 기자 hu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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