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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1, 5세트 ‘우틀않’ 대신 ‘라칸밴’ 통했다


T1이 롤드컵 3시드를 획득했다. 상대의 실력을 인정하고, 밴픽 전략을 수정한 게 주효했다.

T1은 2일 서울 종로구 LCK 아레나에서 열린 ‘2021 LoL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한국 지역 대표 선발전 3라운드 경기에서 한화생명e스포츠를 3대 2로 꺾었다. 이날 승리로 3시드 자격을 획득, 그룹 스테이지 직행을 확정지었다. 한화생명은 4시드가 돼 플레이-인 스테이지로 향했다.

리브 샌드박스와 농심 레드포스를 연달아 격파한 ‘파괴전차’의 진격이 서머 시즌 준우승팀 앞에서 멈췄다. 한화생명은 3, 4세트를 내리 따내 세트스코어를 동점으로 되돌렸지만, 마지막 세트에서 자신들이 선발전 내내 주력 픽으로 활용했던 챔피언들이 밴 되자 플랜 B 싸움에서 밀렸다.

T1은 한화생명의 앞선 선발전 경기들을 보며 밴픽 전략을 고민했고, 카밀과 르블랑을 고정 밴 하기로 결정했다. 경기 후 국민일보와 만난 T1 김지환 코치는 “한화생명이 한정된 시간 때문에 하나의 전략을 우직하게 갈고 닦았단 인상을 받았다”면서 “카밀과 르블랑은 처음부터 끝까지 풀 생각이 전혀 없었다. 연습에서도 카밀, 르블랑을 배제하고 준비했다”고 밝혔다.

한화생명은 앞서 선발전 1, 2라운드를 통해 자신들이 가진 패를 대부분 오픈했다. T1도 지난 28일 ‘2021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서머 시즌 결승전까지 쉬지 않고 달렸다. 새로운 전략을 짜기보단, 그동안 준비해온 것들을 수정·보완하는 데 중점을 뒀다. 김 코치는 “양 팀 모두 경기 준비 시간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밴픽이 예상 범위 안에서 이뤄졌다”고 전했다.

T1은 1, 2세트를 비교적 쉽게 이겼다. 그러나 이어지는 3, 4세트를 허무하게 내줬다. 김 코치는 마지막 세트를 앞두고 밴픽 전략을 대폭 수정했다. ‘뷔스타’ 오효성의 라칸이 게임을 까다롭게 만든 원인이라고 판단해 라칸에 밴 카드를 투자했다. 이 판단은 적중했다. 한화생명은 라칸 대신 알리스타를 골랐지만 3, 4세트 때 플레이한 라칸만큼의 재미를 보지는 못했다.

김 코치는 “한화생명이 케넨 상대로 라칸을 준비해왔다고 봤다. 라칸은 케넨 상대로 강점이 있지만 라인전이 약한 챔피언인데, 우리가 바텀에서 그 약점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했다고 생각했다”면서 “라칸을 밴하고, 바텀 챔피언을 먼저 뽑을 수 있는 레드 사이드를 골라 바텀 주도권을 쥐고자 했다”고 말했다.
LCK 제공

T1은 ‘구마유시’ 이민형에게 이즈리얼이 아닌 아펠리오스를 시켰다. 이민형은 패배한 3, 4세트 때 이즈리얼을 플레이했다. 김 코치는 “이즈리얼이 문제였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마지막에 상대방이 알리스타를 고른 걸 보고 (이)민형이에게 다시 한번 이즈리얼을 잡아줄까도 고민했다. 하지만 민형이가 워낙 아펠리오스를 잘해 아펠리오스로 선회했다”고 첨언했다.

T1은 롤드컵을 그룹 스테이지부터 시작하게 돼 팀을 재정비할 시간을 벌었다. 김 코치는 “서머 시즌 결승전과 오늘 경기를 준비하면서 우리의 문제점을 파악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쉽게 고칠 수 있는 것들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부단한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저는 T1이 전 세계에서 가장 잘 싸우는 팀이라고 생각한다. 비록 서머 시즌 우승 트로피를 담원 기아에 내주긴 했으나, 제가 선수들에게 잘 맞는 색깔의 챔피언만 쥐여준다면 누구든 이길 수 있다는 생각으로 올 시즌을 보내왔다. 롤드컵에서도 제가 밴픽 ‘트롤링’만 하지 않는다면 우승까지 노릴 만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김 코치는 롤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내 팬들의 응원에 보답하겠다고 전했다. 그는 “‘리그 오브 레전드(LoL)’ 프로게이머들은 오로지 롤드컵 하나만 보고 1년 동안 열심히 달린다”면서 “이제 1년 농사의 결과물을 수확할 시기가 왔다. 중요한 시기를 망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상투적인 말이지만, 좋은 성적으로 보내주신 응원에 보답하고 싶다”고 전했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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