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구교환, ‘D.P.’ 군 부조리 속 따뜻함 준 호열에 “안아주고 싶다”

“특별한 이야기 아닌 보편적인 이야기…탈영병 허치도의 사연에서 보고싶은 할머니 떠올라”

배우 구교환.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화제작 ‘D.P.’에서 헌병대 군무 이탈 체포조(DP, Deserter Pursuit)의 베테랑 상병 한호열 역을 맡은 배우 구교환은 지난 2일 화상 인터뷰 내내 군 부조리에 대한 직접적인 경험에는 말을 아꼈다. 다만 “저도 시청자들과 같은 마음으로 봤다. 그래서 먹먹하고 호열이를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었다”고 담담히 말하는 모습에선 극 중 유일하게 농담을 던지는 호열의 속정이 그대로 전해졌다.

넷플릭스 드라마 ‘D.P.’에서 배우 구교환이 맡은 호열은 원작에 없는 인물이다. 원작에서 베테랑 상병이었던 안준호(정해인)가 드라마에선 이병으로 설정되면서 그를 이끌어주는 역할이 필요했다. 한호열은 군의 부조리를 다루면서 극이 무거워질 때 유일하게 유머를 선사하는 ‘감초’이다. 또 후임뿐만 아니라 탈영병의 마음도 들여다보는 속정 깊은 인물이다. 군대를 다녀온 남자들이 호열 같은 선임만 있었다면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호소할 일도 없었겠다는 평을 듣는다.

넷플릭스 드라마 'D.P.' 스틸. 넷플릭스 제공

구교환은 “원작에 없던 캐릭터라는 게 오히려 제가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줬다”고 말했다. 이어 “매니저가 DP조로 복무한 경험이 있어 같이 이야기를 많이 나눴는데, DP조도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 우리 주변에 있는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극 중 호열에 대해선 “저한테도 굉장히 따뜻했다. 그의 머리를 쓰다듬고 싶다”고 말했다.

구교환은 올해 영화 ‘모가디슈’와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 아신전’에 이어 ‘D.P.’까지 각기 다른 장르의 화제작에 모두 이름을 올렸다. 그는 “자연스럽게 작품 세계 안에 있었던 사람처럼 됐으면 좋겠다. 그래서 장면이 시작되기 전에도 무언가를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말로 자신의 연기관을 설명했다. 그는 2016년 영화 ‘꿈의 제인’으로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 올해의 배우상’과 ‘제54회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남자 신인 연기상’을 수상하는 등 독립영화계에서 연출과 제작으로 활약했다.

<아래는 일문일답>

-‘모가디슈’, ‘킹덤: 아신전’, ‘D.P.’까지 올해 화제작에 출연하면서 주목받고 있다.
“아주 낯설고 신기하다. 앞으로 배우 생활을 더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지가 솟고 있다”

-탈영병의 현실과 군 내 괴롭힘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는지.
“저도 시청자분들과 같은 마음으로 봤던 것 같다. 그래서 먹먹하고 그래서 호열이를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호열 역은 원작에는 존재하지 않는 캐릭터였는데 좀 더 공을 들인 부분이 있었는지.
“저에게 원작에 없던 캐릭터라는 게 저를 부담에서 벗어나게 해줬다. 한준희 감독이 오랜 친구인데 감독이 저를 오랫동안 지켜본 모습과 한호열의 모습을 잘 퓨전 시켜준 거 같다. 저 나름대로는 제 모습과는 낯선 연기도 했지만 어떤 부분에선 가까운 연기를 하기도 했다. 평소 제가 감독과 주고받았던 유머를 호열에게 준 거다”

넷플릭스 드라마 'D.P.' 스틸. 넷플릭스 제공


-호열의 전사를 어떻게 만들고 연기에 임하셨는지.
“촬영할 때 한 인물의 전사에 관해 뭔가를 정확히 들고 들어가지는 않는다. 하지만 재밌는 점은 스스로 그 인물의 전사를 많이 만든다. 평행 세계를 만들어놓고 한호열의 어떤 과거와 미래를 정하고 들어가는 식이다. 한호열의 집에 준호가 들어갔을 때 호열은 굉장히 외로워 보였다. 이제 친구가 생긴 기분으로 준호의 마음을 받아들였다. 자신의 집에 누군가를 초대하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굉장히 저한테 따뜻하기도 했고 ‘잘했다’고 호열의 머리를 좀 더 쓰다듬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한호열이 이등병이었을 때는 어땠을까.
“지금처럼 베테랑일 수도 있고 겁이 많은 친구일 수도 있고 과묵한 친구일 수도 있고 여러 모습이 있었을 수 있다. 사람이 한 가지 모습으로 정의되지 않는 거 같다. 한호열의 속정이라는 표현이 재밌는데, 한호열이 보여주는 모습은 사람을 대할 때의 방법론인 거 같다”

-실제 군 생활은 어땠는지.
“공감하는 거라면 유머를 항상 좋아했다. 항상 유머를 뽐내고 싶어해서 자연스러운 유머를 추구했다. 그 기질은 초등학교 때부터 쭉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유머를 펼치고 싶은 마음이다. 관객에게 유머 자주 구사해야 한다는 게 제 인생 철학인 것 같다”

넷플릭스 드라마 'D.P.' 스틸. 넷플릭스 제공

-한호열이 아닌 실제 구교환이라면 위트와 기질을 발휘하여 황장수 병장과 같은 인물과 맞설 수 있을까.
“그래서 한호열이 좋은 것 같다. 그래서 제가 되고 싶고 또 안아주고 싶은 캐릭터다. 호열의 여러 모습 중에 응원하고 싶은 그 모습과 닮고 싶다”

-매니저가 실제 DP조 출신이라고 하던데 들은 이야기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결국 DP조라는 건 특별한 게 아니라 우리 주변의 인물이었다. 오히려 더 특별하다고 접근하지 않았다. 주변에 호열이 같았던 준호 같은 모습들을 찾아보면서 그들이 우리 주변인이라고 생각하고 접근했다”

-군 생활을 경험한 남성들뿐만 아니라 여성들과 해외에서도 반응이 뜨거운데.
“시나리오 읽으면서 이 이야기가 특별한 소수의 이야기가 아니라 누구한테나 일어나거나 겪을 수 있는 이야기라고 느꼈다. 특별한 곳에 가장 보편적인 주변의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 저도 할머니가 있고 허치도씨 이야기도 생각난다. 보고 싶은 할머니”

-촬영 중 애드리브가 많이 있었는지.
“감독과는 오전에 촬영 시작 전에 차 앞에서 만난다. ‘오늘 이 장면을 어떻게 만들어낼까’에 대한 고민을 내놓고 그 고민의 결과물이다. 애드리브라고 할 수는 없고 감독님이 주신 아이디어 작은 디테일, 가령 어미를 바꾸는 정도였다. 애드리브보다는 그날의 디테일이 있었다”

넷플릭스 드라마 'D.P.' 스틸. 넷플릭스 제공

-신승호 배우가 눈에 띄는 연기를 선보였는데.
“신승호 배우와 첫 장면은 호열이 내무반에 들어오는 건데, 저는 신승호의 에너지를 받아서 묻어가면 되는 거다. 신승호와 제가 탁구 랠리를 주고받는 듯한 장면을 만든다는 게 우리의 극 중 관계를 잘 소개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해인과 ‘브로맨스 케미’가 무거운 이야기에도 숨통을 트이게 했는데 현장에서 연기 호흡은 어땠는지.
“드라마에 사용하는 건 A컷이지만 다른 테이크들도 보여드리고 싶을 정도였다. ‘우리 이렇게 만든 장면도 있습니다’라고. 같은 장면의 다른 테이크들도 경직되지 않게 진행하자는 분위기가 있었다. 현장에는 늘 ‘오늘 어떤 새로운거 만들까’ 하는 마음으로 갔다”

배우 구교환. 넷플릭스 제공

-다른 인물 중 연기를 해봤으면 어땠을까 하는 인물은.
“저는 욕심이 많아서 너무 다 욕심이 난다. 하나를 짚어 말하면 다른 캐릭터들이 다 질투할 거 같디. 모든 캐릭터를 다 궁금해하고 있다”

-호열 또한 뭔가 사연이 있어 보이던데, 시즌 2가 있다면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지.
“(장난기 어린 목소리로) 김보통 작가와 한준희 감독에게 문의하세요. 좀 많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하나를 고르기 어렵다. 호열이 좀 더 행복하게 지냈으면 좋겠다”

-‘꿈의 제인’부터 시작해서 ‘반도’, ‘모가디슈’, ‘D.P.’까지 넓은 스펙트럼에 도전했는데 캐릭터에 몰입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우선 시나리오에 충실한 것 같다. 감독의 디렉션을 잘 듣자. 모든 작품의 세계를 만드는 건 감독이기 때문에 그거에 집중하는 게 초벌 단계라고 할 수 있다. 그다음 ‘그 인물이 만약에 나라면’이라고 접근한다”

-‘D.P.’에 캐스팅된 과정은.
“한준희 감독의 작품을 단편부터 오랫동안 팬으로서 보면서 ‘저분의 작품에 출연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사적인 관계도 있지만 친하다고 작품을 할 수는 없으니까 기다리기만 했는데 감독이 저한테 시나리오를 줄 때 기분이 정말 좋았다”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이 있다면.
“시나리오를 보면서 저도 궁금한 인물을 선택한다. 하지만 여태까지 제가 선택하기보다는 선택당해왔고 앞으로도 선택당하고 싶다”

넷플릭스 드라마 'D.P.' 포스터. 넷플릭스 제공

-본인에게는 어떤 의미의 작품으로 기억될 것 같은지.
“오랜 시간 가장 오래 함께했던 인물이다. 물리적인 것으로만 비교할 수는 없지만 긴 러닝타임 동안 함께 지낸 인물은 처음이라서 아무래도 더 많이 알게 됐다. 앞으로 더 많이 알고 싶고 과거도 궁금한 인물이었다”

-구교환에게 연기란.
“작품마다 날씨가 다르고 시기가 다르다. 작품마다 내가 달리하는 건 ‘그 세계가 어떤 곳인지 빨리 파악하자’는 것 그리고 자연스럽게 그곳에 있었던 사람처럼 됐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그 장면이 시작되기 전에도 무언가를 하던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게 제 욕심이다”

-도전하고 싶은 장르가 있다면.
“멜로가 하고 싶다

-감독 구교환의 활동은 언제 만날 수 있을지.
“항상 꿈꾸고 보고 싶은 거지만 제가 마음이 움직이고 꼭 만들어보고 싶다면 해보고 싶다. 작품 만들어야 한다고 만드는 건 아니라서 좋은 이야기가 제 안에서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건강하시길 바란다. 건강이 1등이고 2등은 ‘D.P.’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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