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개월의 임시보호…철벽같던 유기견 녹였어요 [개st하우스]

사람 보면 떨던 유기견 모자, 믿음이와 축복이 임보 근황

개st하우스는 위기의 동물이 가족을 만날 때까지 함께하는 유기동물 기획 취재입니다. 사연 속 동물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면 유튜브 '개st하우스'를 구독해주세요.


처음 입원했을 당시 믿음이는 겁이 많은 견공이었어요. 채혈하던 제 손을 물어서 피가 흐른 적도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2평 짜리 보호공간에 숨어지내던 믿음이가 이제는 동물병원 곳곳을 돌아다닐 만큼 사회성이 좋아졌어요. 병원 일이 바빠서 자주 교감해주지도 못했는데…. 기특하죠. 의지할 수 있는 든든한 기둥 같은 보호자를 만난다면 훨씬 훌륭한 반려견이 될 거예요.”
-강남 C동물병원 임태균(38) 수의사-

위기에서 구조된 동물이 유기, 학대의 트라우마를 회복하는 데에는 수개월의 시간이 걸립니다. 그날이 언제일지는 알 수 없지만, 움츠러든 견공이 꼬리를 흔들며 임시보호(임보)자를 반기는 날은 분명 찾아오지요. 임보는 동물과 인간이 신뢰를 쌓는 축적의 시간입니다.

개st하우스에 출연한 84마리의 견공 중에도 극도의 경계심을 드러낸 아이가 3마리 있었습니다. 유기된 기간이 3개월을 넘었고, 학대를 경험했다는 공통점이 있었죠.

지난 7월 소개해드렸던 모자(母子) 유기견 중 어미인 믿음이도 그랬습니다. (지난 7월 24일 기사 “쓰레기 먹고 젖 물려” 백구 엄마의 거리 생활 2년) 동물병원에서 만난 믿음이는 2평 남짓한 격리공간에 숨은 채 취재진의 눈길을 피할 뿐 사람과 전혀 교감하지 못했습니다.

그로부터 1개월이 지났습니다. 소심했던 2살 어미 개는 얼마나 변했을까요? 두 견공을 돌보는 임 수의사는 “믿음이가 눈에 띄게 밝아졌다”며 “돌봐줄 가족만 만난다면 금세 사회성을 회복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해왔습니다. 이 반가운 소식에 국민일보는 지난달 30일 믿음이가 살고 있는 서울 강남의 C동물병원에 찾아가 믿음이와 4개월된 아들 축복이를 다시 만났습니다.



2평 독방생활은 안녕~ 변화가 오고 있어요

동물병원에 들어서자마자 갈색 털이 반짝이는 강아지가 취재진을 향해 껑충 달려옵니다. 아들 축복입니다. 한 달 사이 한결 밝아진 축복이는 따라오라는 듯한 눈빛을 보내며 취재진을 어디론가 데려갔습니다. 축복이가 멈춘 곳은 수의사의 업무용 책상이었고, 책상 밑엔 소심하게 웅크린 어미 개 믿음이가 있었습니다.


믿음이는 지난 6월, 경기도 용인의 전원주택마을에서 구조됐습니다. 마을 재개발 시기에 버려진 뒤 2년간 쓰레기통을 들추던 어미개는 떠돌이 개로서 감당할 수 없는 출산과 새끼들의 죽음을 거듭했죠. 이제 믿음이는 아픈 과거를 뒤로하고 인간과의 유대감을 회복하고 있습니다.

경기도 용인의 전원주택마을을 떠돌던 시절 믿음이 모습. 제보자 이서연씨 제공

제보자의 도움으로 믿음이와 축복이는 구조돼 서울 강남의 츄츄동물병원에서 임시보호받고 있다. 제보자 이서연씨 제공

임보 첫 1개월동안 믿음이는 동물병원의 2평 격리공간에 숨어 지냈습니다. 의료진조차 밥을 챙겨줄 때 말고는 믿음이의 얼굴을 볼 수 없었죠. 채혈을 하려던 임 수의사의 손을 물 정도로 소심한 아이였지만 임보 3개월이 지나면서 믿음이도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드디어 격리공간을 나왔고, 이제는 아들 강아지 축복이와 실내 구석구석을 킁킁거리고, 동물병원을 방문한 다른 개, 고양이와도 인사를 나누지요.

임 수의사는 “힘겨웠던 과거를 극복하고 병원 곳곳을 돌아다닐 만큼 마음을 열어 준 믿음이가 그저 고마울 따름”이라고 하네요. 너그러운 기다림 덕분일까요? 이제 믿음이는 수의사가 예민한 코를 쓰다듬어도 좋아할 만큼 마음을 열었습니다.

임태균 수의사는 "믿음이와 축복이의 사회성이 빠르게 좋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철벽치던 어미개, 임보 첫 산책에 웃었어요

그때 임 수의사는 한 가지 제안을 했습니다. “임보 8주가 지났으니, 이제 한 번 산책에 도전해볼까요?” 전문가들은 임보 첫 2~4주 동안은 해당 견공과 되도록이면 산책을 하지 말라고 권장합니다. 사회성이 부족한 동물은 외출 시 유실 등 돌발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죠. 2개월을 기다렸으니 이제 믿음이도 사람과 나란히 걸을 준비가 됐겠죠?


취재기자가 바쁜 의료진을 대신해 믿음이 산책에 나섰습니다. 병원 문이 열리고 믿음이가 바깥세상으로 주춤주춤 내딛습니다. 취재진이 붙잡은 산책줄이 팽팽해지면 멈췄다가, 줄이 느슨해지면 나아가는 ‘밀당’을 반복하며 믿음이는 산책의 리듬감을 몸에 익힙니다.

이윽고 농구장 크기의 작은 도심 공원에 도착했어요. 믿음이는 풀냄새를 들이마시더니, ‘싱긋’ 미소를 보입니다. 처음에는 두리번거리며 주변을 경계하다가 이윽고 공원 구석구석을 킁킁댑니다. 이는 후각에 신경을 집중하는 노즈워크 행동으로 개들이 경계심을 풀고 안정감을 느낄 때 보이는 긍정적인 신호이지요.

"임보 2개월만의 나들이, 너무 신나요" 어미개 믿음이는 임보 첫 산책이 행복한 듯 미소를 지었다.

공원을 열 바퀴, 스무 바퀴 돌면서 기분이 좋아진 걸까요. 다리 사이에 숨어있던 믿음이의 꼬리가 점점 하늘로 솟아오릅니다. 임보 이후 첫 산책에서 믿음이는 긍정적인 카밍시그널(일종의 바디랭귀지)을 많이 보여줬어요. 매일 산책할 수 있는 임보자 혹은 입양자를 만난다면 사회성이 크게 향상될 겁니다.

“기둥 같은 보호자 만나면, 활짝 웃을 거예요”

이날은 축복이의 5차(최종) 종합 백신 접종날이었어요. 간호사가 부르자 순진한 축복이가 달려왔고, 녀석이 간식을 받아먹는 틈에 수의사가 순식간에 주사를 놓았죠. 산책이 만족스러웠는지 믿음이는 수의사의 책상 아래서 편안히 낮잠을 즐겼답니다.

"뭔가 따끔했는데? 냠냠" 4개월 축복이는 간식을 먹느라 종합백신 주사를 맞은 줄도 몰랐다.

믿음이가 이렇게 성공적으로 사회화가 되기까지는 숨은 노력들이 있었습니다. 믿음이를 구조한 직장인 이서연(30)씨는 주말마다 동물병원을 방문해서 믿음이를 돌봤습니다. 최근에는 유기견 입양축제 ‘슬로우 포레스트’에 참가해 믿음이와 방문객들의 교감을 도왔죠. 서연씨는 “시민들이 믿음이 성격을 보려고 앞발이나 꼬리 등 민감한 부위를 어루만졌는데 믿음이가 얌전히 있더라”며 기특해 했습니다.

"내 가족이 되어줄래요?" 유기견 입양행사에서 시민들과 교감하는 축복이 모습. 제보자 이서연씨 제공

믿음이가 유기견 입양 축제의 참가자들과 순조롭게 교감하는 모습. 제보자 이서연씨 제공

그간 믿음이를 치료하고 돌본 의료진도 있습니다. 임 수의사는 “구조 당시에는 인간과 교류할 줄 모르는 백지장 같은 상태였지만, 구조자의 도움으로 구출되고 이후 임시보호를 받으면서 예쁜 그림을 그려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제 믿음이에게 남은 절실한 한 가지는 일반 가정으로의 입양이나 임보입니다. 동물병원 생활은 아무래도 방문객이 많다보니 심리적으로 안정되기 어렵습니다. 보호자와 일대일 신뢰를 형성할 수 있는 일반 가정집이 믿음이의 사회화에도 도움이 됩니다. 임 수의사는 “의료진이 노력하고 있지만 장소 특성상 심리적인 안정감을 주는데는 한계가 있어 안타깝다”며 “믿음이가 큰 기둥처럼 의지할 보호자를 만난다면 훨씬 더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인간에게 마음을 열어가는 두 견공에게 기둥 같은 보호자가 나타나기를 응원합니다. 믿음이와 축복이의 임시보호 혹은 입양을 고민하는 분은 기사 하단의 소개 글을 참조해주세요.




*마음을 열어가는 믿음이 축복이의 든든한 가족이 되어주세요

어미개 믿음이
- 진도믹스 / 2살 추청 / 암컷(중성화O) / 10kg
- 순하고 얌전한 성격. 짖음 없음.
- 쓰다듬어 주는 손길 피하지 않고 받아줌
- 산책이 익숙지 않지만, 보호자를 잘 따라옴

아들 축복이
- 믹스견 / 5개월 추정 / 수컷(중성화O) / 약 4.5kg
- 사람, 개, 고양이에게 사회성 좋음
- 손, 앉아 등 기본행동 가능
- 배변훈련 80% 성공

*입양/임시보호를 희망하는 분은 아래 입양신청서를 작성해 주세요
- http://naver.me/xpPEhzal
- 인스타그램 @_dog.1004_



이성훈 기자 김채연 인턴 기자 tell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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