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추 한상자 12만원… 잔인한 물가, 자영업자는 웁니다

농산물 가격이 급등한 가운데 서울 한 시장의 채소 판매 매대 모습. 연합뉴스

서울 송파구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임모(56)씨는 지난 4일 가락농수산물종합도매시장에 식재료를 사러 갔다가 허탕을 치고 돌아왔다. 임씨는 “상추 4㎏짜리 한 상자가 12만원이더라”며 “우리 가게에서 광어 1인분을 1만2000원에 파는데, 반찬으로 내놓는 상추를 한 상자 사려면 광어 작은 접시 10개를 팔아야 한다. 기가 막혀서 웃음이 다 났다”고 말했다.

임씨는 당분간 상추와 깻잎을 내놓지 않기로 했다. 그는 “상추가 왜 안나오느냐고 타박하는 손님이 있을 텐데 마음이 무겁다. 거리두기 때문에 저녁 장사도 제대로 못하는데 좋아질 날은 보이지 않고 하루하루가 버겁다”고 했다.

상추와 깻잎 가격 급등은 외식업계에 곧바로 타격을 주고 있다. 5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청상추 도매가격이 하루 만에 1만원 넘게 뛰었다. 지난 3일 기준 청상추 4㎏(상품) 평균 도매가격이 7만1180원이었다. 직전일 6만1060원이었으나 하루 사이 16.6% 올랐다. 4일 전인 지난달 30일(4만7160원)보다 1.5배 이상 상승했다. 작년 9월 3일 2만4700원보다 188.2% 급등했고, 평년(3만4181원) 대비 배 이상 치솟았다. 상추가 ‘금추’가 됐다.

깻잎 가격도 2㎏(상품) 기준 3만~4만원대가 한 달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3일 기준 도매가는 4만3240원으로 평년(2만8509원)보다 51.7% 오른 수준에서 가격이 형성됐다.

잎채소 가격 급등은 이상 기온 탓이 크다. 이번 여름 오랜 폭염은 상추 수확량을 떨어뜨렸다. 높은 기온은 잎채소 끝이 타거나 짓무르게 해서 시장에 내놓을 만한 품질의 수량이 줄어들게 된다. 폭염 뒤 찾아온 폭우로 수확 작업이 늦어진 것도 공급이 달리게 된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외식업에 종사하는 소상공인에게 잔인한 시절이 이어지고 있다. ‘고물가’와 ‘영업제한’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면서다. 긴 장마에 이은 폭염, 최근 쏟아진 폭우로 신선식품 가격이 치솟았다. 코로나19 4차 대유행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도 4주 연장됐다. 추석을 앞두고 있는데도 ‘대목’의 혜택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절망감이 짙게 깔려 있다.

서울에서 족발집을 운영하는 장모(44)씨는 코로나19 장기화에 채솟값 인상까지 더해져 속이 탄다. 장씨는 “솔직히 배달하면서 장사가 잘되는 편인데, 매출이 올라도 수익이 별로 안 나는 게 문제”라며 “배달료도 내야 하고 식재료값은 오르고 남는 건 별로 없는데 매출 때문에 정부 지원금도 못 받아서 씁쓸하다”고 말했다.

지난 3일 발표된 거리두기 3·4단계 4주 연장은 추석 대목에 대한 기대감을 꺾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영업시간과 인원제한 일부 완화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도 “대목인 추석을 앞두고 또다시 깊은 실망감을 느낀다”고 논평했다.

상대적 박탈감도 날로 커지고 있다. 거리두기 강화가 길어지면서 외식업계의 피해를 강화하고 좌절을 심화한다는 견해가 적잖다. 제주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이모(51)씨는 “관광객이 많이 줄기도 했지만, 숙박업소나 마트는 그래도 우리보다 훨씬 낫다”며 “숙소에서 음식을 해 먹거나 포장해서 들어가니 우리처럼 홀 장사는 매일 공치면서 버티는 게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4단계 영업시간, 인원 제한이 완전히 풀리지 않는 한 우리에게 하루하루가 암담할 뿐”이라고 말했다.

외식업계의 좌절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 1~7월 음식점·주점업의 소매판매액지수(불변지수 기준)는 77.0으로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0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물가를 고려한 음식점·주점업의 실제 매출 수준이 가장 낮았다는 것을 뜻한다.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도 7.2% 줄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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