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임 급등에 컨테이너선 발주 사상 최대…‘치킨게임’ 재현 우려도

부산신항에 정박 중인 HMM 선박. 연합뉴스

전 세계적으로 물동량이 증가하고 해상운임도 끝을 모르고 치솟으면서 컨테이너선 발주도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다만 초대형 컨테이너선 중심으로 발주가 이뤄지며 코로나19 이후 10년 전의 ‘치킨게임’이 재현되는 것 아니냔 우려도 일각에선 제기되고 있다.

5일 영국의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인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8월 전 세계 컨테이너선은 1507만1478CGT(표준선 환산톤수·386척)가 발주됐다. 이는 클락슨리서치가 집계를 시작한 1996년 이후 최대 규모로, 발주량이 역대 최저 수준이었던 지난해 같은 기간(116만3164CGT) 대비 1195.7% 증가한 것이다. 조선업 초호황기로 꼽히는 2007년에 발주된 1321만7003CGT도 크게 웃돈다.

조선·해운업계는 해운시장이 호황을 보임에 따라 올해 전체를 놓고 봤을 때도 발주량이 사상 최대를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하고 있다. 지난달에만 1만TEU(20피트 컨테이너 1개) 이상 대형 컨테이너선이 300척 이상 발주된 게 이를 방증한다.

선사들이 컨테이너선 발주를 늘리는 이유로는 물동량의 지속적인 증가를 꼽을 수 있다. 단기적으론 코로나19로 침체됐던 경기가 회복되면서 물동량이 늘어난 것도 있지만, 소비패턴 자체가 온라인 중심으로 넘어간 것도 중요하다고 본 것이다. 코로나19 상황이 가라앉으면 물동량이 줄어들 것이란 우려도 제기되나 한 번 자리 잡은 소비패턴이 바뀌긴 쉽지 않을 것이라 내다봤다.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해상 운송 항로의 운임 수준을 나타내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3일 기준 4502.65를 기록하며 17주째 사상 최고치를 이어가고 있다.


환경규제가 점차 강화되고 있는 것도 발주 증가의 이유 중 하나다. 국제해사기구는 2050년 국제 해운 온실가스 총배출량을 2008년 대비 50%로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한 바 있다. 이에 글로벌 선사들은 기존에 사용하던 노후 선박들을 환경규제를 충족할 수 있는 친환경 선박들로 교체하기 위해 발주를 늘리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선사들이 모두 컨테이너선 발주를 대폭 늘리며 선복량도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서 2010년 벌어졌던 치킨게임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발틱해국제해운협회에 따르면 2023년쯤 컨테이너선 인도량이 현재의 2배에 이르는 200만TEU 이상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이다. 2007년 해운업 호황으로 발주가 급증했던 컨테이너선이 2010년 이후 대규모로 선사에 인도되면서 해운사들 간에 운임 치킨게임이 벌어졌고, 그 영향으로 해운업계는 10년간 장기침체를 겪었다.

그러나 해운업계는 현재 상황이 2010년과는 다르다고 본다. 현재 발주되는 선박들은 노후 선박을 대체하기 위한 목적이 크기 때문에 선복량이 확연하게 증가하긴 어렵다는 것이다. 또 변화한 소비패턴으로 인해 물동량이 급격하게 줄어들기도 어려운데다 이미 10년 전 경쟁력 있는 해운사를 중심으로 업계가 재편된 것도 이전과는 다른 부분이라고 짚었다.

때문에 연료효율성이 높은 친환경 선박을 중심으로 얼마나 빨리 친환경 선대를 구성하느냐가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 봤다. 일례로 머스크는 최근 한국조선해양에 1만6000TEU급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 8척을 발주하며 탄소중립 실현을 서두르고 있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각 선사마다 준비할 포트폴리오는 모두 다르겠지만 친환경 선대 구축을 준비한 선사와 그렇지 않은 선사는 경쟁력에서 확연한 차이가 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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