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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신화 쓰고 상하이 향하는 김연경 “너무 많은 사랑 받았어요”

도쿄올림픽 전국민적 성원에 감사함 느껴
다음달 中 출국할 듯…“최고 기량 유지할 것”
은퇴 후엔 지도자-행정가-방송인 다양한 진로 구상

포효하는 김연경. 뉴시스

“안녕, 다 끝났어 이제.”

6일 화상 인터뷰가 끝난 뒤 자리에서 일어난 ‘배구여제’ 김연경(33·중국 상하이)은 이런 말을 되풀이했다. 어떻게 보면 17년 간 헌신한 국가대표팀과 관련해 갖는 마지막 인터뷰일 수도 있었던 시간. 작은 목소리였지만 짧은 문장엔 그 동안의 추억들에 대한 시원섭섭함이 담겨 있었다.

김연경은 지난달 12일 오한남 대한민국배구협회장과 만난 뒤 정든 태극마크를 내려놨다. 내년 아시안게임, 3년 뒤엔 차기 올림픽까지 기다리고 있어 재고할 수 있는 여건이었지만, 김연경은 결국 은퇴를 결정했다.

이에 대해 김연경은 “국가대표 은퇴 시점을 언제로 잡을지 항상 고민 됐는데, 올림픽이란 큰 대회를 끝낸 뒤 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부상도 많이 생겼고 겨울~봄 배구 시즌과 여름~가을 대표팀 시즌을 1년 내내 쉬지 않고 톱니바퀴처럼 도는 게 버겁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사실 지금도 믿기지 않고 내년 아시안게임을 함께 못한다고 생각만 해도 기분이 이상하다”고 설명했다.

힘든 결정을 내릴 수 있었던 건 도쿄올림픽에서 후회 없는 ‘라스트 댄스’를 마쳤기 때문이다. 김연경은 마지막 올림픽에서 4강 신화를 쓰는 동안 리더로서 대표팀 선수들이 최상의 경기력을 끌어낼 수 있도록 독려했다. 작전타임 중 “조금만 더”, “후회 없이 해보자”라고 동료들을 향해 했던 외침은 대회가 끝난 뒤에도 리더십의 표본으로 회자될 정도다.

김연경은 “경기를 하다보면 후회하는 경기가 많은데, 이번 올림픽은 5년 만에 돌아왔기에 끝난 뒤 후회가 없다고 느낄 만큼 해보고 싶었다. 그걸 다른 선수들에게도 상기시키려 하다 보니 그런 말을 했다”고 떠올렸다.

김연경은 이번 올림픽에서 가장 짜릿했던 순간으로 사실상 토너먼트행이 결정됐던 조별리그 한일전을 꼽았다. 이 경기에서 한국은 마지막 5세트 12-14로 뒤지던 스코어를 뒤집고 역전승을 거뒀다. 김연경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기뻤다. 그 장소에 있었던 분들은 모두 오랫동안 그 때 기억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림픽을 마친 김연경이 가장 크게 느낀 감정은 ‘감사함’이다. 올림픽 기간은 물론 끝난 뒤에도 김연경과 여자배구에 대한 전국민적인 성원이 이어져서다. ‘식빵언니’ 김연경은 심지어 이번에 제빵 기업의 광고까지 찍게 됐다. 김연경은 “어제도 보쌈을 먹고 있는데 어떤 분이 계산하고 ‘고생하셨다’고 해주셨다”며 “사랑을 너무 많이 받았다. 요즘 감사함을 너무 느끼고, 열심히 한 게 결국 돌아온다는 생각도 한다”고 말했다.

공격하는 김연경(가운데). 뉴시스

이제 김연경은 4년 만에 상하이 유니폼을 입고 중국 무대에 재도전한다. 다음 달쯤 출국해 팀에 합류한 뒤 코로나19로 11월 말~1월 사이 단축 진행될 중국 슈퍼리그 제패에 시동을 건다. 이 팀엔 도쿄올림픽 금메달을 이끌고 최우수선수(MVP)상을 수상한 조던 라슨(미국)도 영입돼 두 ‘수퍼스타’ 간 호흡이 기대된다. 이후엔 미국과 이탈리아 리그가 새 행선지가 될 수도 있다.

김연경은 “대표팀 시즌이 힘들 거란 걸 알았기에 짧은 시즌을 치르는 중국행을 결정했다”며 “(이후엔) 라슨이 새로 리그가 생긴 미국에서 뛸 생각 없냐고 물어보기도 했고, 유럽 몇 구단에서도 이야기가 있었는데 아직 결정짓진 못했다. 유럽에선 이탈리아 리그를 경험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다”고 했다.

선수 생활을 마친 뒤 김연경은 다양한 진로에 두루 가능성을 열어 놓을 계획이다. 김연경은 “원래 해외 시스템을 갖고 들어와 지도자로서 선수를 육성하고 싶단 생각을 했었는데 현장 시스템을 만드는 행정가가 되고 싶단 생각도 하게 된다”며 “선수 때 배구만 많이 해 새로운 걸 경험할 수 있는 ‘방송인 김연경’을 택할 수도 있다. 여러 방향을 보고 있어 저도 제 미래가 궁금하다”며 웃었다.

다만 선수로서 그의 불꽃은 아직 꺼지지 않았다. 완전히 은퇴할 그 순간까지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김연경은 “제 목표는 지금의 최고 기량을 계속 유지하며 선수 생활 하는 동안 ‘나이도 들었는데 잘하네’란 소리를 듣는 것”이라며 “몸 관리 열심히 해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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