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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블랙핑크 팬클럽 쑥대밭… 중국의 칼, K팝 정조준

中매체 “아이돌 추종 문화의 기원은 한국“
BTS·블랙핑크·아이유 등 중국 팬클럽 줄줄이 이용 정지
한·중 문화교류 활성화에 찬물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지난 5월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디지털 싱글 'Butter'(버터) 발매 기념 글로벌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 AP연합뉴스

중국 당국의 연예인 팬덤 규제가 노린 것은 결국 한국 케이팝(K-POP)이었다. 중국은 연예 스타를 맹목적으로 추종하고 그들을 위해 돈을 쏟아붓는 광적인 팬덤 현상을 ‘병든 문화’로 규정하고 각종 규제를 내놓고 있다. 이러한 조치가 나오게 된 배경에는 중국 시장에서 큰 돈을 버는 한국의 연예 기획사와 유명 아이돌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7일 “중국 내 아이돌 추종 문화의 기원은 한국”이라며 중국 당국이 벌이는 연예인 팬클럽 단속에서 외국 업체도 예외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이는 케이팝 산업에 대한 추가 타격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사이버 당국의 칼날이 케이팝을 향하고 있음을 보여준 단적인 예는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가 지난 4일 방탄소년단(BTS) 멤버 지민의 팬클럽에 대해 ‘불법 모금’을 이유로 60일간 활동 중지 조치를 취한 것이다. 지민의 중국 팬클럽은 그의 생일(10월 13일)을 기념해 돈을 모아 항공기와 유력 매체 등에 광고를 냈다. 중국 매체 보도에 따르면 모금이 시작된 지 3분 만에 100만 위안(1억8000만원), 1시간 동안 230만 위안(4억1200만원) 넘게 모였다고 한다. 웨이보는 지민 팬클럽 계정에 이어 블랙핑크의 리사·로제, BTS의 RM·제이홉·진, 아이유, 태연 등 21개 팬클럽 계정에 대해서도 30일간 이용을 정지시켰다. 이들 계정에는 중국인 팬 수백만 명이 모여있다.

웨이보는 문제의 계정이 아이돌 관련 콘텐츠를 퍼뜨리고 다른 네티즌들을 현혹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비이성적인 스타 추종 행위를 단호히 반대하고 엄정하게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BTS의 한 중국인 팬은 “한국과 중국 팬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오빠’를 위해 누가 더 많은 앨범과 잡지, 선물을 사는지 경쟁하고 팬클럽의 리더들은 이를 조장하는 여러 방법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팬클럽 운영진이 ‘한국 소녀팬에게 지고 싶나요’, ‘돈을 많이 쓸수록 한국 가수들이 더 자주 중국에 옵니다’라는 식으로 지갑 열기를 부추긴다는 것이다.

중국의 한 전문가는 글로벌타임스에 “한국 연예 기획사는 더 많은 앨범과 기념품을 팔기 위해 중국 팬들에게 의존하고 있다”며 “중국은 여전히 최고의 수입원”이라고 말했다.

중국 당국이 연예인 팬덤 문화를 손보고 연예계 정풍 운동을 벌이는 시점도 공교롭다. 한·중 양국은 지난해 11월 외교장관 회담에서 올해부터 내년까지 ‘한·중 문화교류의 해’를 준비하기로 했다. 당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문화 콘텐츠 분야 협력 활성화를 위한 중국의 협조를 요청했고,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지속적으로 소통하자고 화답했다. 이후 양국은 이를 이행하기 위한 실무 위원회를 여러 차례 개최해 현재 마지막 조율 작업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인터넷 단속 기관인 국가인터넷안전정보화위원회 판공실은 지난달 27일 ‘무질서한 팬덤 관리를 더욱 강화하는 것에 대한 통지’를 발표했다. 팬클럽 운영 관리 책임을 소속사가 지도록 하고, 미성년자가 팬클럽에서 돈을 쓰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중국 사이버 당국은 새로운 지침을 발표하기 전 두 달가량 팬클럽 정화 캠페인을 벌였다. 그 일환으로 웨이보는 매주 욕설이 달린 게시물을 삭제하고 이용 정지된 팬클럽 계정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포털 사이트 바이두도 인기 투표 방식의 ‘스타 인플루언서’ 운영을 중단했다.

이어 중국 방송 규제 기관인 국가광전총국은 지난 2일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켰거나 정치적 입장이 명확하지 않은 연예인의 방송 출연을 금지하는 추가 통지를 발표했다. 외양이 여성적인 남성 연예인의 출연을 제한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는 중국 당국이 대중 문화를 공산당식 통제 하에 두려는 의도로 해석됐다. 그러나 이후 나타난 조치들을 보면 중국 연예계뿐 아니라 한국 케이팝 시장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2016년 7월 한국의 사드(THAAD) 배치 확정 이후 중국 내 ‘한한령’(한류 금지령)으로 한국 가수들의 중국 공연 등은 이미 막혀 있는 상태다. 물론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한한령을 내린 적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민간이 정부의 통제 하에 있는 구조인 만큼 문화 교류를 재개하기 위해선 명확한 시그널이 필요하다. 한국 콘텐츠 업계에선 한·중 문화 교류의 해가 그 시작이 될 것이란 기대가 많았다.

이 때문에 케이팝을 겨냥한 중국 당국의 규제는 한·중 문화 교류 활성화에 찬물을 끼얹은 일로도 해석될 수 있다. 중국 정부가 한국 콘텐츠가 다시 밀려들기 전 사전 단속을 강화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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