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獨)한 것들①] 독립영화에 관심 없는 당신에게

독립영화의, 독립영화에 의한, 독립영화를 위한 안내서

서울극장. 연합

8월 31일, 42년의 역사를 뒤로하고 서울극장이 폐관했습니다. 1980, 90년대 한국 영화의 부흥을 이끌었던 극장의 씁쓸한 말로였는데요. 서울극장 측은 2000년대 멀티플렉스의 등장과 코로나19로 인한 경영난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과거 ‘3대 극장’으로 불렸던 서울극장이 지속적인 경영난으로 어려움을 겪었다면 더 작은 규모의 독립·예술영화계는 어떤 상황일까요. 궁금했습니다.

독립·예술영화계의 위기

‘Save Our Cinema’. 코로나19로 위기에 처한 독립예술영화관을 지키기 위한 캠페인입니다. 한편으론 독립·예술영화계가 처한 현실을 잘 보여주는 문장이죠.

영화진흥위원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개봉한 독립·예술영화는 356편으로 2019년에 비해 13.0% 감소했습니다. 전체 개봉 편수 대비 차지하는 비율은 전년 대비 2.5%p 줄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관객 수와 매출액 역시 40% 이상 추락했습니다. 한국 독립·예술영화만 보면 감소폭이 70%까지 늘어납니다.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이 얼마나 컸는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독립·예술영화관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지난해 전국 76곳이었던 영화관 수는 올해 50곳으로 줄었습니다. 임시휴관 중인 극장이 늘어났기 때문이죠.

한국 영화 뿌리가 흔들린다

(좌) 영화 <서울역> 포스터, (우) 영화 <한공주> 포스터

독립·예술영화의 위기는 한국 영화의 경쟁력 약화를 의미합니다. 독립·영화예술계는 한국 영화를 지탱하는 뿌리입니다. 그동안 많은 감독과 배우가 배출됐습니다.

역대 18번째 1000만 영화인 ‘부산행’을 만든 연상호 감독은 2011년 ‘돼지의 왕’으로 이름을 알린 뒤 2016년 ‘서울역’으로 ‘좀비 세계관’을 구축했죠. 배우 천우희는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받은 영화 ‘한공주’를 계기로 연기 스펙트럼을 넓혀 갔습니다. 독립·예술영화계에서 인정받은 신인 감독과 배우가 상업영화까지 진출하며 좋은 영화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죠.

상대적으로 자본에 대한 의존도가 낮으니 상업영화가 다루기 어려운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을 조명할 수 있는 장점도 있습니다. ‘꿈의 제인’은 성전환자 주인공을 내세웠고 ‘박화영’은 가출 청소년의 생활을 적나라하게 조명했습니다.

이렇게 독립·예술영화는 한국 영화 발전의 자양분이 된다는 점에서 가치를 가집니다. 독립·예술영화계의 위기가 지속할수록 우리 영화에서 ‘뉴페이스’는 점점 보기 어려워질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가 많이 보고 응원해줘야겠죠?

독립영화 매력 맛보기, 2x9HD

“왜 중요한지 알겠는데 뭐부터 봐야 하지?” 궁금하실 텐데요. 본격적으로 영화를 소개하기에 앞서, 독립영화의 매력을 잘 보여주는 콘텐츠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넷플릭스 드라마 'D.P.' 스틸.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드라마 ‘D.P’ 에서 한호열 상병을 연기한 구교환 배우가 대세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사실 구교환 배우는 독립영화를 좋아한다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합니다. 2008년 단편영화 ‘아이들’로 데뷔해 연기뿐만 아니라 연출까지 하며 본인만의 독특한 예술 세계를 만들어갔죠. 최근에는 상업영화로 활동 반경을 넓혀 ‘반도’, ‘모가디슈’ 등 출연하는 작품마다 신스틸러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유튜브 채널 [2x9HD]구교환X이옥섭 캡처

구교환 배우는 영화 ‘메기’를 만든 이옥섭 감독과 함께 제작사와 유튜브 채널 ‘2x9HD’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유튜브를 통해 공동 혹은 각자 연출한 작품들을 볼 수 있습니다. 유튜브에 올라간 작품들 모두 단편이라 가볍게 보기 좋죠.

유튜브 채널 [2x9HD]구교환X이옥섭 영상 캡처

업로드된 브이로그가 사실 브이로그가 아니라는 점이 눈에 띕니다. 브이로그(vlog)는 비디오(video)와 블로그(blog)가 합쳐진 말로 일상을 담아 공유하는 영상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그러나 2x9HD의 브이로그에서는 우리가 기대하는 일상을 보기는 어렵습니다. 대신 두 사람의 톡톡 튀는 연출과 기발한 상상력을 만날 수 있죠. 연기를 잘하기 위해 감독의 머리를 가져오고, 시나리오 완성을 위해 악마와 계약한 이야기. 글로 봐도 흥미를 자극하지 않나요?

이렇게 다른 사람들이 하지 않았던 특별한 이야기가 담긴 독립·예술영화를 조명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합니다. 그럼 다음 주 이옥섭 감독의 첫 장편, ‘메기’와 함께 만나요!

영화 '메기' 예고편 캡처

김수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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