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이 이상한 ‘4월3일’ 고발장…핵심피고발인 빠지고 시점도 의문

[4월 3일 고발장 내용 분석]
고발장 전반·후반부 형식·수준 달라
동일인 작성 문서 아닐 가능성


대선정국 태풍의 눈이 된 ‘검찰 고발 사주’ 의혹은 텔레그램 메신저로 전송된 고발장 사진이 시발점이었다. 그런데 지난해 4월 3일 오후 4시19분 ‘손준성 보냄’으로 표기돼 전달된 20쪽 분량의 고발장을 보면 문서 작성 시점, 작성 주체 등에 대해 의문이 생기는 대목들이 들어있다.

국민일보가 9일 고발장 내용을 분석한 결과 4월 3일 고발장에는 사진 전송시점 이전에 작성됐다고 하기 어려운 내용이 여러 곳에 등장하고, 고발장 전반부와 후반부의 형식이나 수준이 확연히 달라 동일인이 작성했다고 보기 어려운 대목이 곳곳에서 보였다.

해당 고발장은 ‘채널A 사건’ 제보자 지모씨의 행위를 중심으로 구성됐다. 지씨가 뉴스타파와 MBC 기자들에게 허위정보를 제공해 윤석열 전 검찰총장 부부와 한동훈 검사장을 비방하는 보도가 나가게 했으며, 여권 인사들이 이에 가담했다는 내용이 고발장의 골격이다.

고발장 6쪽부터 시작하는 본문도 ‘피고발인 지○○’라는 주어로 시작된다. 지씨가 ‘1번’ 피고발인인 셈이다. 그런데 정작 피고발인 13인 명단에는 지씨가 빠져 있다. 뉴스버스 측은 고발장 전달자인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제보자에게 전화해 “대검 민원실에 접수하라”고 말했다고 전했지만, 고발장은 큰 하자가 있는 상태였던 것이다.

고발장 10쪽에는 지씨가 지난해 3월 MBC 기자와 접촉해 “내가 추가제보할 것이 있다”며 채널A 기자가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를 상대로 취재를 시도하는 내용을 비교적 상세히 적어놨다. MBC는 그해 3월 31일부터 사흘 연속 관련 보도를 했었다. 그러나 고발장 작성 시점에서는 지씨와 MBC 기자 간 오간 대화 내용을 파악하기 어려웠다는 지적도 있다. 이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는 4월 13일 시작되고, MBC 기자 조사는 7월에야 이뤄지기 때문이다.

또 고발장엔 ‘지씨는 이철과 평소 알고 지내던 지인이 아니었다’는 내용도 담겼지만, ‘두 사람이 만난 적이 없는 사이’라는 기사는 지난해 6월 30일 노컷뉴스가 단독 보도했다.


고발장 16쪽에는 ‘최근 조선일보 취재를 통해 연결 고리가 명확히 드러나게 됐다…이에 여러 기자들이 제보자X(지씨)와 밀접한 관련자들을 탐문하던 중 민모 변호사가 지씨 법률대리인 역할을 해 온 사실이 드러났다’고 돼 있다.

조선일보는 고발장 전달 당일인 4월 3일자 지면에 ‘채널A 사건 제보자가 현 정권 골수 지지자인 지씨로 확인됐다’는 내용의 보도를 했다. 고발장 표현을 보면 그 이후 상황도 담고 있는 것으로 읽힌다. 또 고발장에는 조선일보가 지씨를 ‘전속 제보꾼’으로 보도했다고 돼 있지만, ‘전속 제보꾼’ 표현은 4월 10일자 같은 신문 칼럼에 등장한다.

채널A 사건을 ‘검언유착이 아닌 정언유착’으로 규정한 내용도 있는데, 이 사건을 정언유착이라 부르는 표현은 4월 10일 이후 언론에 등장한다. 고발장 12쪽을 보면 4월 3일 오전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한 발언도 담겨 있다. 윤 전 총장은 8일 기자회견에서 “4월 3일 일어난 일이 당일 고발장에 들어가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해당 고발장은 ‘고발 이유’를 기술하는 14쪽 이전과 이후가 확연히 다른 것도 특징이다. 고발이유 부분부터는 서술어가 평서체에서 경어체로 바뀌고, 그 이전까지 문장 주어 앞에 꼭 붙던 ‘피고발인’ 수식어도 사라진다. 시점 역시 ‘2021. 1경’ 방식이 아닌 ‘올해 연초’라는 표기도 등장한다. 고발장보다는 논평에 가까운 방식으로 기술돼 있다는 뜻이다.

‘윤석열 총장은 역적 같은 존재’ ‘문재인 대통령 호위세력이 중심이 돼’ ‘좌파정권 유지’ 등 정치적 표현도 14쪽 이후에 집중돼 있다. 고발장을 검토한 한 변호사는 “고발장 전반부는 법조인이 작성한 듯하지만, 후반부는 법 아마추어 냄새가 난다”며 “수사기관 조사에서 자료 전달 경위뿐 아니라 작성자에 대한 규명도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지호일 강보현 기자 blue5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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