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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쇼메이커를 세체미로 만드는가

LCK 제공

무엇이 ‘쇼메이커’ 허수를 ‘세체미’로 만드는가. 답은 광적(狂的)인 수준의 디테일이다.

9일 서울 영등포구 담원 기아 연습실에서 허수를 만났다. 라인전과 관련해 대화를 나누다가 조이 대 아지르 구도로 주제가 넘어갔다. 허수는 이 구도에 대해 최근 큰 깨달음을 얻었다고 말했다.

“조이 대 아지르 구도에 대해 최근 깨달은 게 있다. 내가 조이를 하면 어떨 땐 라인 푸시가 되고 어떨 땐 안 되더라. 왜 그런 걸까 생각해봤다. 우선 봉풀주를 들면 푸시가 안 되더라. 그래서 ‘비디디’ 곽보성 선수의 플레이를 참고해 순간이동과 콩콩이를 들기로 했다.”

그는 이 구도에서 조이로 선 푸시를 잡을 방법을 고찰(考察)해왔다고 밝혔다.

“라인전이 시작되면 양 팀의 미니언 6개가 미드 한가운데로 온다. 아지르 유저들은 보통 W를 미니언에 1개 써서 라인을 밀고, 그다음 조이한테 1개를 써서 마순팔 스택을 쌓는다. 사람 심리라는 게 그렇다.”

“(조이로 선 푸시를 잡으려면) 우선 아지르의 첫 W를 미니언에 못 깔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기 위해선 조이가 아래쪽 일(一)자 부시에 숨어있다가 Q를 최장거리에서 쏘는 게 정답이었다. 그러면 아지르 유저들이 첫 W를 무조건 나한테 쓸 수밖에 없다. 10명의 아지르 유저가 있으면 10명 다 그렇게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조이가 아지르를 뚫기 때문이다. 조이의 콩콩이+기본 공격이 워낙 강력하다. 미니언에 맞으면서 딜 교환을 해도 조이가 이득을 본다. 시왜물에 비스킷까지 들고 Q를 쓰면 아지르가 나한테 W를 쓰게 돼 있다.”

“이제 조이는 앞뒤로 무빙을 치면서 상대에게 한 대도 안 맞으면 베스트다. 한 대만 맞아도 낫 배드다. 아지르의 W를 하나 소모시켰으니 반대 방향으로 돌아가서 다시 같은 플레이를 한다. 기본 공격으로 계속 견제해 상대 W를 소모시킨다. 그러면 다음 W 쿨타임이 3초가량 남게 된다. 조이의 Q 쿨타임이 돌면 아지르를 견제하는 데 사용해 선 푸시를 잡을 수 있다.”

단 한 번의 정교한 스킬 사용으로도 거대한 스노우볼을 만들 수 있다는 게 허수의 지론이다.

“이 플레이가 어떻게까지 이어지는가 하면, 선 푸시를 잡은 조이가 상대 칼날부리에 와드를 박아 상대 정글러의 위치를 찾는 데 도움을 줄 수가 있다. Q를 계속 사용해 라인 푸시를 하다가 혼자서 귀환을 할 타이밍을 잡을 수 있다.”

“아지르의 초반 푸시가 느리고, 조이의 이동 속도가 빨라 가능한 방법이다. 조이가 계속 Q로 라인을 밀다가 3~4레벨에 귀환을 하고, 장화와 암흑의 인장을 사 오면 아지르는 부랴부랴 라인을 밀고 집에 가야만 한다. 그러나 라인은 프리징 돼버리고, 아지르의 순간이동 사용이 강제된다. 조이만 순간이동 활용이 가능해지는 순간이 오는 것이다.”

그는 서머 시즌이 전부 끝나고 나서야 이 구도에 대해 깨달음을 얻은 걸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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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는 솔로 랭크와 스크림을 기반으로 한 자신만의 라인전 구도 데이터에 강점이 있는 선수다. 스스로 이 부분에 대해 자부심도 가지고 있다. 허수는 “스크림에서 여러 가지 실험을 해본다”고 밝혔다.

그는 “챔피언 A와 B의 대결 구도가 있다고 가정했을 때 내가 유성을 들고 이겼다면 다음 판엔 난입을 들어본다. 난입으로도 이기면 그 다음 판엔 더 후반 지향 룬인 봉풀주를 들어본다”고 말했다.

“비스킷 배달, 우주적 통찰력, 시간 왜곡 물약도 다 바꿔본다. 첫 아이템으로 뭐가 더 효율적인지를 알아보기 위해 도란의 반지와 부패 물약을 각각 사보고, 그런 다음엔 시왜물 없이 부패 물약도 들어본다. 정말 별걸 다 해본다.”

세체미의 디테일은 편견을 깨부수는 데서부터 출발한다.

“루시안 대 아칼리 구도를 예로 들겠다. 루시안은 아칼리가 6레벨을 찍고 달려드는 것만 조심하면 된다. 그 외에는 아칼리한테 맞을 일이 없다. 미니언한테 입는 대미지가 더 많다. 마법저항력보다 방어력 파편을 드는 게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주문포식자를 사기엔 골드가 아까운데, 안 사면 아칼리의 딜 교환에 점멸이 무조건 빠진다. 고민하다가 이럴 때는 마법무효화의 망토만 사는 게 효율이 정말 좋다는 걸 알았다. 나는 지금도 2AP 상대로 망토까지만 사는 걸 선호한다. 이런 식으로 다양한 실험을 해본다.”

“나만 이런 고민을 하는 건 아니다. 많은 프로게이머가 비슷한 고민을 한다. 스크림을 하면 상대방의 심리가 느껴진다. 하루에 6세트를 하지 않나. 첫판에 내가 특정한 플레이를 해서 이기면 다음 판에 상대가 비슷한 플레이를 시도하는 게 눈에 보인다. 라인을 나와 똑같이 건드리거나, 무빙을 앞서 내가 했던 것처럼 흉내 내거나.”

허수를 꺾기 위해서는 그보다 게임을 치열하게 고민하고, 연구해야 한다. 쉽지 않을 일이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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