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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KE OVER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담원 기아 ‘쇼메이커’ 허수 인터뷰
“롤드컵, 아이슬란드의 한(恨) 풀겠다…이번엔 우승할 것”

라이엇 게임즈 제공

담원 게이밍(現 담원 기아)의 우승으로 끝난 지난해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의 표어는 ‘테이크 오버(take over·쟁취하다)’였다. 담원은 그 말대로 소환사의 컵을 2년 만에 다시 LCK로 가져왔다.

그러나 담원 기아 ‘쇼메이커’ 허수는 자신들의 테이크 오버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는 지난 5월 로열 네버 기브업(RNG)에 ‘2021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 우승 트로피를 내준 것을 여전히 분하게 여기고 있다. 그는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2021 롤드컵을 우승해 아이슬란드에서 생긴 한(恨)을 풀겠다는 일념으로 가득 차 있다.

국민일보는 9일 서울 영등포구 담원 기아 연습실에서 허수를 만나 인터뷰했다. 우여곡절 끝에 ‘2021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서머 시즌을 우승한 소감, 2021 롤드컵에 임하는 각오, 그를 세계 정상급 선수로 만든 디테일한 플레이의 비결 등을 질문했다.

-서머 시즌 우승 후 휴가를 다녀왔다고 했다.
“다른 게임도 하고, 친구들도 만났다. 무엇보다 잠을 최대한 많이 자려고 했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프로게이머들도 마찬가지일 텐데, 시즌 중 스케줄에 맞춰 생활하다 보면 잠이 부족해진다. 하루에 9시간, 길게는 12시간씩 잠을 자며 떨어진 기력을 회복했다.”

-우여곡절 끝에 LCK 3연패를 달성했다.
“시즌 초반 성적이 잘 나오지 않아 심적으로 힘들었다. 새 시즌이 시작되면 팀별로 챔피언 티어 정리를 하지 않나. 이 결과물이 팀마다 다르다. 그런데 연습에서든, 실전에서든 결과가 좋지 않으니까 ‘우리의 판단이 틀린 건가?’ ‘이 챔피언이 좋은 게 맞나?’ 같은 의문이 들기 시작하더라.
나는 늘 내가 정리한 티어가 가장 정답에 가깝다고 생각해왔는데, 이번 시즌엔 그런 확신이 서지 않아 힘들었다. 가령 룰루, 카르마 같은 것들이 그랬다. 자신감이 떨어지니 성적 부진으로도 이어졌다.
시즌 후반쯤 들어서면서 티어 정리가 다시 잘 이뤄지기 시작했다. 반대로 자신감이 붙으니 카사딘 같은 챔피언도 그냥 고를 수 있게 되더라. 시즌이 후반부에 접어들면 10개 팀의 티어 정리 결과가 대체로 비슷해진다. 비슷한 결과를 놓고서 가장 앞서나가는 게 중요하다.”

-지난해부터 쭉 강행군을 이어온 만큼 심적인 피로감이 극심했을 듯하다.
“이번 서머 시즌은 앞으로도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스프링 시즌은 우리가 잘해서가 아니라 다른 팀들이 못해서 우승한 시즌이었다고 생각한다. 결과만 놓고 보면 정규 리그 16승2패, 결승전 3대 0 완승이지만 내용을 보면 압도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래서 MSI도 개막 전부터 걱정을 많이 했다. 결국 준우승을 했지만, 귀국 후 서머 시즌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스크림 결과가 좋지 않아 불안감을 느꼈다. 당시엔 우승은커녕 롤드컵은 갈 수 있을까를 고민했는데…. 결국 우승까지 해내 감명 깊은 시즌이었다.”
LCK 제공

-플레이오프 시작 후엔 우승을 할 거란 믿음이 생겼나.
“우선 PO 2라운드에서 농심을 3대 0으로 이겨 자신감이 붙었다. T1과 결승에서 맞붙을 것 같다고 예상은 했지만, 우승을 확신하지 않았다. 결승전 1세트를 이긴 뒤 우승을 직감했다. 원래 다전제는 첫 세트가 정말 중요하다. T1이 신인 선수들도 있고, 우승을 우리만큼 간절히 원해서 그런지 플레이에서 긴장이 느껴졌다.”

-결승전에서 카사딘을 꺼내 들어 화제가 됐다.
“예전부터 숙련도에 자신 있던 픽이다. 요즘 나오는 미드 챔피언들, 특히 ‘페이커’ 이상혁 선수가 선호하는 라이즈, 아지르, 르블랑 상대로 괜찮다고 판단했다. 카사딘이 상대가 고른 트런들의 ‘얼음 기둥(E)’에 대한 면역력도 있다.
나는 카사딘을 할 때 결의 대신 지배를 고른다. 궁극의 사냥꾼을 찍기 위해서다. 이러면 만년 서리가 갖춰진 11레벨부터 강력한 플레이를 할 수 있다. 소위 ‘16레벨 왕귀 카사딘’ 빌드보다 교전 지향적인 플레이가 가능하다.”

-정규 리그 도중 원거리 딜러로 포지션 변경을 하기도 했다.
“예전부터 농담처럼 ‘나 원딜 하고 싶다, 베인으로 1대5 펜타 킬 해보고 싶다’ 말하고 다녔는데 실제로 원딜을 하라고 하니 ‘진짜 해요?’ 되묻게 되더라. (웃음) 바텀은 혼자 하는 라인이 아니어서 그런지 어려웠다.
게임 양상이 ‘반갈(양 팀 정글러가 활동영역을 위아래로 갈라 플레이하는 것)’이 되면 탑과 바텀은 정말 무기력해진다. 웨이브가 타는 걸 멀리서 지켜보는데 눈물이 나더라. 미드는 경험치라도 챙길 수 있는데. 2~3레벨에 다이브가 오고, 다이브 한 번에 포탑이 부서지고…. 미드를 할 땐 원딜이 사기라고 생각했는데, 원딜을 해본 뒤 ‘황족’ 미드가 사기라는 걸 깨달았다.”

-이제 롤드컵만이 남았다. 담원 기아를 비롯한 LCK 팀들이 좋은 성적을 낼 거로 보나.
“좋은 성적을 낼 자신이 있다. 이번 롤드컵도 지난 MSI와 같은 아이슬란드에서 열리지 않나. MSI 때 아이슬란드에서 생긴 한(恨)을 풀러 가겠다. 이번엔 꼭 우승하고 오겠다. 나는 LCK가 LPL을 포함한 다른 리그들보다 더 강하다고 생각한다.”

-‘도인비’ 김태상 외에도 눈여겨본 미드라이너가 있나.
“‘스카웃’ 이예찬, ‘휴머노이드’ 마레크 브라즈다다. 두 선수 말고는 잘 모르겠다. 잘하는 선수는 라인전 10초만 해도 알 수 있다. 다른 유럽 선수들에게는 없는 느낌이 ‘휴머노이드’ 선수에겐 있다. 닉네임을 가리면 LCK 미드라이너라고 해도 믿을 것이다. 가끔 무리할 때도 있지만 잘하는 선수다. 라인전도 까다롭게 한다.”
라이엇 게임즈 제공

-지난해는 도전자, 올해는 왕좌를 지키는 자로서 대회에 임한다.
“도전자의 입장이 훨씬 편하다. 수성(守城)은 정말 힘든 일이다. 올해 롤드컵은 강팀이 정말 많아 보인다. 철저히 준비해야만 왕좌를 지킬 수 있을 것 같다. 원래 ‘플레이-인 스테이지’ 하면 ‘쉽다’는 느낌이 있어야 하는데 올해는 플레이-인도 경쟁력이 있어 보인다.
원래 플레이-인의 모든 경기를 챙겨보진 않는데, 올해는 챙겨볼 예정이다. ‘쵸비’ 정지훈 선수가 플레이-인에서 상대 미드를 얼마나 도륙 낼지 궁금하다. ‘쵸비’ 선수가 뜬 플레이-인? 정말로 ‘비상’이다.
휴가 때 롤드컵 선발전을 인상 깊게 봤다. ‘쵸비’ 선수가 어떻게 그런 플레이를 하는지 모르겠다. 슬슬 경이로운 수준에 다다른 것 같다. 사일러스로 아지르를 상대하는 게 정말 어려운데…. CS도 분당 10개 이상씩 먹고, 나중에 가서는 아지르 상대로 셀프 카운터인 오리아나를 고르고 라인전 우위를 점하더라. 미쳤다.”

-‘쇼메이커’와 ‘쵸비’의 라이벌리는 늘 흥미를 끈다. 축구계의 ‘메날두’를 떠올리게 만든다.
“스토리를 만들기에 좋은 사이라고 생각한다. 같이 챌린저스에서 올라왔고, 나이 차이도 한 살밖에 안 나고, 그런데 플레이 스타일은 또 다르니까. 하지만 ‘쵸비’ 선수를 라이벌로 의식하지는 않는다. 내가 우승을 많이 해서 커리어적인 측면에서 조금 더 앞서나가는 것 같고….
라이벌이라기 보다는 보고 배울 점이 정말 많은 선수라고 생각한다. 아마 다른 미드라이너들도 공감할 텐데, 요즘 ‘쵸비’ 선수의 리플레이를 보지 않는 선수가 없을 것이다. 그만큼 라인전 디테일을 포함한 여러가지 능력이 뛰어나다. 요즘 나오는 빌드들도 웬만한 건 다 ‘쵸비’ 선수가 만들었다.”

-디테일한 플레이는 허 선수 역시 수준급인 것으로 알려졌다.
“스크림에서 여러 가지 실험을 해본다. 챔피언 A와 B의 대결 구도가 있다고 가정했을 때 내가 유성을 들고 이겼다면 다음 판엔 난입을 들어본다. 난입으로도 이기면 그 다음 판엔 더 후반 지향 룬인 봉인 풀린 주문서를 들어본다.
비스킷 배달, 우주적 통찰력, 시간 왜곡 물약도 다 바꿔본다. 첫 아이템으로 뭐가 더 효율적인지를 알아보기 위해 도란의 반지와 부패 물약을 각각 사보고, 그런 다음엔 시왜물 없이 부패 물약도 들어보고. 정말 별걸 다 해본다.
‘콩콩이 루시안’은 ‘쵸비’ 선수가 우리와의 스크림에서 먼저 사용했다. 좋은 건가 싶어서 따라 해 보니 정말 좋더라. 그래서 내가 먼저 썼다. 미드 카밀도 ‘쵸비’ 선수가 스크림에서 연습한 걸 내가 대회에서 먼저 썼다. 내가 개발한 건 ‘피의 맛 조이’와 ‘기민한 발놀림 사일러스’ 정도가 있다. 나는 빌드를 만들기보다는 ‘잡기술’을 많이 연구하는 편이다.”

-다른 선수들은 ‘쇼메이커’를 보고 공부한다. 선두주자는 무엇을 보고 난제를 풀이하나.
“그럴 때면 내가 가로막혔던 부분을 다시 본다. 분명히 막힌 이유가 어딘가 있지 않겠나. 정말 모르겠으면 다른 실력자들이 같은 매치업으로 치른 경기를 관전한다. 이긴 자의 플레이를 따라 해본다. ‘아, 이렇게 하니까 되는구나’하고 깨달음을 얻는다. 룬도 바꿔보고, 방어력과 마법저항력 파편도 바꿔본다.”

-방어력과 마법저항력 파편에 대한 얘기가 흥미롭다.
“루시안 대 아칼리 구도를 예로 들겠다. 루시안은 아칼리가 6레벨을 찍고 달려드는 것만 조심하면 된다. 그 외에는 아칼리한테 맞을 일이 없다. 미니언한테 입는 대미지가 더 많다. 마법저항력보다 방어력 파편을 드는 게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주문포식자를 사기엔 골드가 아까운데, 안 사면 아칼리의 딜 교환에 점멸이 무조건 빠진다. 고민하다가 이럴 때는 마법무효화의 망토만 사는 게 효율이 정말 좋다는 걸 알았다. 나는 지금도 2AP 상대로 망토까지만 사는 걸 선호한다. 이런 식으로 다양한 실험을 해본다.”

-디테일한 부분을 남들보다 많이 고민하는 듯하다.
“나만 이런 고민을 하는 건 아니다. 많은 프로게이머가 비슷한 고민을 한다. 스크림을 하면 상대방의 심리가 느껴진다. 하루에 6세트를 하지 않나. 첫판에 내가 특정한 플레이를 해서 이기면 다음 판에 상대가 비슷한 플레이를 시도하는 게 눈에 보인다. 라인을 나와 똑같이 건드리거나, 무빙을 앞서 내가 했던 것처럼 흉내 내거나.”

-인터뷰 시간이 다 된 게 아쉽게 느껴진다. 끝으로 팬들에게 메시지를 전한다면.
“항상 팬분들께 ‘끝에 가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말씀을 드렸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초반에 흔들리는 한이 있더라도, 꼭 끝까지 살아남아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롤드컵에서도 열심히 하겠다. 감사하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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