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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프트’ 김혁규의 여섯 번째 출사표

라이엇 게임즈 제공

한화생명e스포츠 ‘데프트’ 김혁규에게 롤드컵 우승은 프로게이머 커리어의 매듭이 될 수도 있는 최종 목표다. 그는 지난해 DRX 소속으로 다섯 번째 롤드컵에 도전했다가 8강에서 탈락했다. LCK 서머 시즌 결승전에 이어 다시 한번 담원 게이밍에 0대 3 완패를 당했다. 김혁규는 지금도 2020년을 얘기하면 담원에 진 뒤 스테이지를 떠나던 순간부터 떠올린다.

“지난해 롤드컵이 끝났을 때 ‘내가 다시 잘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경기를 다시 보니 어이없을 정도로 실수를 많이 했더라. 올해는 그런 생각이 들지 않게끔 잘해야겠다는 각오를 하고 있다. 최근 선발전을 치르면서도 내가 잘하고 있다는 확신이 들진 않았다. 그때보다 더 잘해야 한다.”

김혁규는 스스로에게 늘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선수다. 올해 3월 그가 입욕제, 드라이브, 개인 방송 같이 사소한 데서 삶의 재미를 찾겠다고 말한 것만으로도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됐다. 그는 2013년 프로게이머로 데뷔한 이후 늘 게임을 삶의 최우선 순위로 뒀고, 거의 모든 것으로 여겨왔다.

“너무 이기려고만 하니 마음이 조급해지는 것 같다고 느꼈다. 조금은 마음을 비워봤다. 다른 것에 관심을 둬봤다. 그런데 게임을 지니까 후폭풍이 더 크게 왔다. 게임 외적인 것에 신경을 써서 진 건 아닐까 싶은 마음이 생기더라. 참 어려운 문제다. 이기면 모든 게 용서가 되는데, 지면 나 자신에게 조그마한 트집만 있어도 실망을 하게 된다.”

“작년에도 ‘나는 마음을 비웠을 때 더 잘한다’고 다짐하고 중국으로 갔다. 막상 몇 번 지고, 스스로 실력에 만족할 수 없게 되니 다시 조급해지더라. 그게 또 안 좋은 결과를 낳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올해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롤드컵에 가야 하는지 아직도 정확히 모르겠다. 다만 재밌게 게임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막상 가면 그러기가 쉽지 않겠지만….”

“대회를 치르면서 재밌다고 느낀 건 딱 세 번이다. 2017년 SK텔레콤 T1과의 스프링 시즌 정규 리그 1라운드 경기, 2019년 담원 게이밍과의 롤드컵 선발전 최종전 그리고 올해 T1과의 선발전 최종전. 그 경기들 사이에 어떤 공통점이 있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게임을 하다가 ‘아, 내가 이런 재미가 있어서 이 게임을 시작했지’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이제 곧 생애 여섯 번째 롤드컵에 출전한다. 현재로서는 전문가들도, 팬들도 한화생명의 롤드컵 우승 확률을 높게 점치지 않는다. 한화생명은 서머 시즌을 8위로 마무리했고, 이달 초 선발전을 치러 막차 격인 4시드를 따냈다. 본선에 합류하기 위해선 최종 예선 격인 플레이-인 스테이지를 치러야 한다. 김혁규는 플레이-인 스테이지를 좋은 기회라고 표현했다.

“우리 팀은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다. 스크림이든, 실전이든 최대한 많이 치르는 게 좋다고 생각해 긍정적으로 여기고 있다. 다만 새로운 전략이나 챔피언이 등장할 가능성이 큰 만큼 그 부분에 대한 대처 방안을 미리 마련해놔야 한다고 생각한다. 플레이-인 스테이지엔 라인전보다 한타에 강점이 있는 챔피언들이 많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혁규와 한화생명은 롤드컵이 열리는 아이슬란드로 출국할 때까지 솔로 랭크와 스크림을 하며 팀 게임의 기본 틀을 다질 예정이다. 11.18 패치 이후 바뀔 챔피언 티어도 다시 정리해야 한다. 김혁규는 롤드컵 우승을 애니메이션 ‘원피스’에 비유했다. 얼른 결말을 맞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언제부터였는지 모르겠다. 롤드컵을 상상만 해도 울컥하고 벅차오른다. 내게 롤드컵은 ‘원피스’ 같은 존재다. 해적들은 원피스의 정체가 뭔지도 모르면서 그걸 찾으려 든다. 나도 똑같다. 롤드컵을 우승하고 나면 아무것도 없을 수도 있다. 그래도 계속 도전하게 된다.”

“LPL과 LCK는 어느 한쪽이 크게 앞서지도, 뒤처지지도 않는다. 비슷한 수준의 리그다. 서양권 팀들은 스크림을 해보지 않아 비교 분석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지역 간 격차가 좁혀졌기 때문에 아마 서로 ‘할 만하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진출한 롤드컵이다. 서머 시즌 땐 보내주신 응원에 성적으로 보답해드리지 못했다. 이번엔 꼭 좋은 성적을 내고 돌아오겠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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