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대권 주자 원희룡 전 제주지사가 12일 ‘떡볶이 회동’을 했다. 당내 경선 준비 과정에서 ‘전화 녹취록’ 공방을 벌이며 감정적으로 충돌했던 두 사람은 “비 온 뒤 땅이 굳어진다”며 원팀 정신을 강조했다.

이 대표와 원 전 지사는 오후 6시 서울 중구 신당동 한 떡볶이집에서 마주 앉았다. 원 전 지사는 “얼마 전 경선준비위원회 문제나 경선 프로그램에 대해 제가 후보 입장에서 좀 강하게 문제제기를 하면서 우리 대표님에게 불편함을 끼쳐드린 적이 있다”며 “그런 불편한 오해의 시선들을 풀어드릴 필요가 있었다”고 회동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비 온 뒤에 땅이 더 굳어지듯이 우리의 초심과 서로의 마음도 확인했다. 앞으로 걱정하지 마시라”고 했다.

이 대표는 “저희가 정권 창출을 하게 되면 경선 과정의 모든 일이 나중에는 추억이 될 것”이라며 “정권 교체를 위해 달리는 방향성에 대해 저희가 전혀 차이가 없다는 것을 국민께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40분가량의 식사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진짜 서로 당을 위한 고민을 나눴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갈등이 봉합됐나’는 질문에 “원 전 지사님과 제가 함께 해온 정치적 여정 속에서 조금의 이견이 있어도 동지적 관계에는 큰 지장이 없다”고 말했다. 원 전 지사도 “비록 불편한 논란이 있었지만, 정권 교체와 좋은 나라를 만드는 과정에서 이 대표를 중심으로 원팀이 돼야 한다는 부분에서는 뜻이 다른 게 아니다”고 했다.


이 대표와 원 전 지사는 이른바 ‘검찰 고발 사주 의혹’에 대한 공동 대응 뜻도 밝혔다. 이 대표는 제보자 조성은씨와 박지원 국정원장이 최근 식사를 함께한 사실을 거론하며 “박 원장이 굉장히 오해를 살 만한 행동을 한 것에 대해 굉장히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대선이라는 것은 워낙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에 박 원장이 거취 표명을 포함해 어떤 식으로든 국민을 안심시킬 마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박 원장이 세간에서 불거지고 있는 국정원장 국내 정치개입 의혹을 불식시킬만한 조치를 하지 않으면 저희는 더 강하게 지적하겠다. 오래 기다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원 전 지사는 “왜 대선을 앞두고 박 원장을 임명했는가에 대해 많은 국민이 의아해하고 있었는데, 그 단초가 이번에 나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과 우려를 강하게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정원 안가(安家) 사무실처럼 쓰는 공간에서 둘만의 또는 소수만의 긴밀한 만남들이 빈번하게, 수상한 시기에 이뤄졌는데 그냥 말 한마디 변명을 갖고 넘어가라는 것인가”라며 “대통령께서 박 원장을 즉각 해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여권의 집중포화를 받고 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관련해 “함께 싸우겠다”며 “입장을 바꿔서 홍준표 후보가 공격을 당하더라도 원팀 정신으로 우리 후보들의 공동 전선을 지키기 위해 어떤 역할이든 할 것”이라고 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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