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 곳간이 시민단체 전용 ATM기로 전락”

서울시 바로세우기 입장 발표…시민사회 분야 민간보조·민간위탁사업 대대적 수술 예고

오세훈 서울시장

오세훈 서울시장이 박원순 전 시장 시절 시작된 시민사회 분야 민간보조와 민간위탁 사업의 문제를 지적하며 대대적인 수술을 예고했다. 하지만 서울시의회는 이를 ‘박원순 지우기’로 규정하고 행정감사 등을 통해 견제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양측간 갈등이 커질 전망이다.

오 시장은 13일 온라인 브리핑을 통해 “저는 지난 10여 년간 시민사회 분야 민간보조와 민간위탁 사업을 추진해오는 과정에서 뿌리박힌 잘못된 관행들을 바로잡고 모든 비정상적인 것들을 정상화하는 길을 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어 “시민 혈세를 내 주머니 쌈짓돈처럼 생각하고, ‘시민’이라는 이름을 내세우며 사익을 쫓는 행태를 청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 시장은 “이것이 왜 ‘박원순 전 시장 흔적 지우기’로 매도되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면서 “잘못된 행정을 바로잡는 것은 서울시 수장으로서 저에게 주어진 책무”라고 강조했다. 오 시장은 최근 베란다 태양광 사업에 참여했다가 폐업한 14개 업체를 고발하고, 사회주택 사업에 대해서도 서울시 감사를 지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서울시의회는 강력 반발했고, 이 과정에서 오 시장이 시의회 시정질문 도중 일방적으로 퇴장하는 파행이 빚어지기도 했다.

오 시장은 “지난 10년간 민간보조금과 민간위탁금으로 지원된 총 금액이 무려 1조원 가까이 된다”며 “그 액수가 모두 낭비되었다는 것은 아니지만 집행내역을 일부 점검해보니 정말 안타깝기 짝이 없다”고 지적했다. 민간의 참여를 확대하고 전문성을 활용한다는 명분으로 이뤄진 보조금 지급과 민간위탁이 오히려 공무원들이 직접 일을 할때보다 책임성과 공공성을 저하시키고, 특정 시민단체에 편중된 지원으로 공정성을 훼손하다고 있다는게 오 시장의 주장이다.

오 시장은 “시민단체와 이들을 비호하는 시민단체 출신 시 간부들의 압력에 못 이겨 부적절한 예산을 편성하고 집행하면서 자괴감을 느꼈다는 직원들의 이야기를 들었고, 검증되지 않은 기관에 위탁된 공공시설들과 거기에서 이뤄지는 업무들이 시민들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해 외면받고 방만하게 운영되는 현장도 보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민사회 분야 민간위탁 사업은 일부 시민단체들을 위한 중간지원조직이라는 ‘중개소’를 만들어냈다”며 “특정 시민단체가 중간지원조직이 되어 다른 시민단체들에게 보조금을 지급해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시 조례에 따르면 민간위탁 대상 사무는 시민의 권리·의무와 직접 관계되지 않는 사무 중 특수한 지식과 기술이 요구되는 사무나 시설관리 같은 단순 집행사무 등에 한정되는데 서울시 예산을 특정 단체에 나눠주는 일이 이런 사무에 해당되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오 시장은 “시민단체 출신 인사들이 임기제 공무원으로 서울시 도처에 포진해 위탁업체 선정에서부터 지도·감독까지 관련 사업 전반을 관장했다”며 “자신이 몸담았던 시민단체에 재정지원을 하는 그들만의 마을, 그들만의 생태계를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것도 모자라 ‘중간지원조직’이라는 창구를 각 자치구에도 설치하고 그것조차 또 다른 시민단체에 위탁해 운영토록 했다”면서 “이것이야말로 시민단체의 피라미드, 시민단체형 다단계라고 할 만하다”고 직격했다. 처음부터 시, 구 공무원이 직접 집행하고 정산하면 될 것을 중간지원조직에 맡겨 위탁금은 위탁금대로 나가고, 수탁단체는 시 예산으로 보조금을 나눠주고 생색을 내는 사업구조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오 시장은 “민간보조사업도 특정 시민단체에 중복지원되는 경우가 허다했고 과도한 예산 집행에 비해 성과평가는 매우 미흡했다”며 “심지어 법에서 정한 대로 보조사업에 사용한 경비를 투명하게 밝힌 정산보고서도 제대로 제출하지 않은 사례도 있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마을공동체 사업은 인건비 비중이 절반을 넘는데 자치구별로 설치된 주민자치사업단 단장의 인건비가 연간 5000만원을 초과했다는 것이다.

오 시장은 “청년 사업과 관련해서는 시민단체 출신이 서울시의 해당 사업 부서장으로 와서 노골적으로 특정 시민단체에 지원을 집중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이들 단체가 또다시 자금 창구가 되어 또 다른 시민단체에 연구용역을 집중 발주하는 구조를 정착시켰다”며 “시민의 혈세로 어렵게 유지되는 서울시의 곳간은 결국 이렇게 시민단체 전용 ATM기로 전락해갔다”고 비판했다. 서울시 NPO(비영리기구) 지원센터의 경우 유관 시민단체에 용역을 발주하는 등 특혜지원을 했고 심지어 센터 신규 설립 관련 용역을 수행한 시민단체가 센터 설립 후 직접 해당 센터운영을 위탁받는 사례까지 등장했다고 오 시장은 주장했다. 사회주택도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할 수 있는 일인데 사회경제적 주체라는 조직이 끼어들면서 서울시로부터 받은 융자금 상환을 반복적으로 유예, 지연, 연기했고 임차보증금을 반환하지 않아 세입자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줬다는 것이다.

오 시장은 “민간보조 또는 민간위탁 사업은 영리를 추구하는 사업이 아니라 공익 실현이 목표가 되어야 한다”며 “민간기업과 시민단체도 시 예산으로 공무를 수행한다면 공공기관과 다름없는 엄중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긴 세월 민간보조나 위탁사업을 해오던 단체들이 그동안 누려온 특혜가 사라지는 것에 위기의식을 느껴 집단 저항을 한다면 결코 올바른 길이 아니다”고 정면돌파 의지를 밝혔다. 또 “시민사회 분야 민간보조와 민간위탁 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올바른 길로 이끄는 것은 시의회에도 주어진 견제와 균형의 사명”이라며 협력을 요청했다.

오 시장은 이번 서울시 바로세우기가 박 전 시장 사업의 전면 백지화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개별적 사업 하나하나를 폐지 목표로 삼는 거 아니다. 또 전임시장 시절에 새롭게 시작된 사업 전반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감사나 평가도 아니다”며 “사업마다 장·단점을 검토해 성과를 극대화하고 예산누수를 최소화해 가성비 높은 사업이 되도록 하는 데 목표가 있다”고 말했다.

김재중 선임기자, 권중혁 기자 j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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