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목숨 내놓으라면 바로…” 유족 두 번 울린 김태현

지난 4월 9일 오전 검찰로 송치되기 위해 서울 도봉경찰서에서 나오는 김태현의 모습. 연합뉴스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 된 김태현(25)이 선고 전 마지막 공판에서 “제 목숨을 내놓으라고 한다면 바로 내놓겠다”며 유족들에게 사과했다. 그는 그러나 범죄 혐의를 모두 인정하면서도 ‘우발적 범행’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김씨는 13일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3부(오권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끔찍한 만행으로 이 세상의 빛 보지 못하는 고인을 생각하면 가슴 찢어지듯이 아프다. 평생 죄책감을 안고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겠다”고 말했다.

그는 신문 도중 “저는 짐승만도 못한 놈이다. 말 못 하는 짐승도 이런 끔찍한 짓은 하지 않는다”며 “전진만 하지 않고 후퇴했다면 비극적인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이 같이 전했다.

그러면서 유족들을 향해 “저는 살아있을 자격이 없다. 유족분들께서 제 목숨을 내놓으라고 하면 그렇게 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김씨는 다만 지난 4회 공판에서와 마찬가지로 일관되게 계획적 범행이 아니었음을 주장했다. 세 모녀 중 큰 딸만 살해할 의도가 있었으며 작은딸을 상대로 한 범죄는 우발적이었다는 취지다.

그의 변호인은 “피해자의 의사를 반해 주거지에 찾아간 적은 1차례에 불과하다. 범행 이후 증거인멸이나 도주할 의사 없이 여러 차례 자살 시도를 한 점 등을 고려해달라”고 말했다.

또한 “게임 친구는 피고인에게 유일한 소통창구였다. 고민을 털어놓을 정도로 가깝게 지내고 정신적으로 의지했다”며 “아무런 이유도 모른 채 피해자가 연락을 차단해 배신감을 느껴 범행을 저질렀다”며 선처를 구했다.

하지만 검찰은 “피고인에 대해 극형 외에는 다른 형을 고려할 여지가 없다”며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했다.

검찰은 “피고인은 범행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처음부터 가족에 대한 살해 범행까지 계획했다”며 “감정적 욕구의 충족을 위해 다수의 인명도 얼마든지 살상할 수 있다는 극단적 인명 경시 성향을 여실히 드러냈다”고 강조했다.

이어 “조사자로서도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로 살해과정이 무자비하다”며 “그런데도 피고인은 진정으로 반성하고 있지 않아 교화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검찰은 김씨 측 변호인이 김씨가 체포된 뒤 첫 진술에서 “동생이 저항을 너무 심하게 해서 살해했다. 가만히 있으면 해치지 않겠다고 작은딸에게 얘기했다”는 점을 우발적 범행의 근거로 제시하자 “피고인이 은연중 피해자에게 범행의 책임을 전가하는 표현을 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또 “가만히 있지 않았다면 해치려고 했다는 의미 아니냐. 전체 범행 과정에서 상대 감정을 이해하려는 태도가 극히 결여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유족들을 대리하는 변호인은 취재진과 만나 “법정에서 피해자 유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서 계획성을 부인해 가슴이 찢어지는 심정”이라며 “법정 최고형인 사형이 구형된 점은 당연한 결과”고 밝혔다.

김씨는 온라인 게임에서 만난 피해자 A씨가 연락을 거부한다는 이유로 스토킹을 하다가 지난 3월 23일 집까지 찾아가 여동생과 어머니, A씨를 차례로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선고 공판은 오는 10월 12일에 열린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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