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혼선, 부처 엇박자에 제동 걸린 농촌 태양광

일부 영농조합법인, 태양광 사업 뛰어들었다 제동
불법 여부 걸러 낼 행정장치 미비가 원인
산업부-농식품부 이견도 태양광 확대 발목 잡아


정부가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 추진 중인 ‘농촌 태양광’ 사업이 흔들리고 있다. 염분이 많은 ‘염해 농지’를 태양광으로 활용한다는 아이디어가 예기치 않은 혼란을 불러왔다. 염해 농지를 소유한 영농조합법인들이 사업에 뛰어들면서 문제가 복잡해졌다. 현행법상 불법인 영농조합법인의 태양광 사업 추진 사례가 행정 미비로 속출하는 중이다. 부처 간 엇박자까지 더해지며 2035년까지 발전량의 25.8%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로 채우겠다는 정부 목표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농촌 태양광 사업이 본격화한 것은 2019년 7월부터다. 국회에서 개정한 농지법이 발효하면서 염해 농지에 대한 활용 규제가 완화됐다. 간척지 내 사업 대상 면적 중 90% 이상의 토양 염도가 농사를 짓기 어려운 5.5데시지멘스(dS)/㎡ 이상이면 태양광 사업이 가능하다. 농업인이나 지역주민 등은 5㏊, 법인은 10㏊ 이상 부지를 확보하면 최장 20년간 사업을 영위할 수 있게 됐다.

토양 염도 측정 문의가 늘어난 것도 법 개정 덕분이다. 14일 한국농어촌공사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3619㏊ 규모의 토양 염도 측정 의뢰가 접수됐다. 건수로는 112건으로 법인이 신청한 사례(109건)가 절대 다수다. 그만큼 관심이 많다는 소리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잡음이 들린다. 염해 농지를 보유한 영농조합법인들까지 태양광 사업에 뛰어든 게 화근이 됐다. 현행법상 일반법인이 아닌 영농조합법인 소유 농지는 농사 등 농업경영 목적 외에 활용할 수 없다. 이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채 사업을 추진한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전체 염해 농지 중 10% 정도를 영농조합법인이 소유한 것으로 파악되는데, 이들 중 일부가 태양광 사업을 준비했던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이런 일이 벌어진 데는 농정당국의 책임도 일정 부분 있어 보인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땅투기 사건 이전만 해도 영농조합법인 전수조사는 3년에 한 번씩 진행됐다. 가장 최근 조사는 2019년에 실시됐다. 2020년에 태양광 사업을 하겠다고 나선 이들을 말릴 겨를이 없었던 것이다.

태양광 확대를 원하는 산업통상자원부와 농지 사용에 엄격한 농식품부의 갈등도 문제를 복잡하게 만든다. 산업부는 올해 3205억원의 예산을 농촌 태양광 진흥 예산으로 편성하며 규모 확대에 열심이다. 반면 농식품부는 태양광 설치가 가능한 염해 농지 판정 기준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행정적 부실, 부처 간 엇박자가 농촌 태양광의 발목을 잡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태양광 업계 관계자는 “농촌 태양광 확대를 위해 합리적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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