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만 가는 남양유업 ‘오너리스크’

임시주총 열고 ‘매각 철회’ 기정사실화

남양유업의 임시 주주총회가 열린 14일 오전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에서 주총을 마친 주주들이 건물을 빠져 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남양유업이 ‘매각 철회’를 다시금 기정사실화했다. 남양유업 이사회가 홍원식 회장 일가의 지분을 인수하기로 한 사모펀드 한앤컴퍼니 측 인사를 사내·사외이사 등으로 선임하는 안건을 부결시키면서다. 남양유업에 대한 불신은 ‘오너리스크’까지 이어지면서 더욱 깊어지고 있다.

남양유업은 14일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에서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이사 신규 선임 안건과 정관변경 안건을 모두 부결시켰다고 공시했다. 임시 주총에서는 한앤컴퍼니 측 인사를 신규 이사로 선임하고, 정관을 고쳐 경영 쇄신을 위한 집행임원제도를 도입하는 게 주요 안건이었다. 홍 회장은 이날 임시주총에 참석하지 않았으나 모든 안건에 반대 의결권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남양유업 사내이사는 홍 회장, 홍 회장의 어머니 지송죽씨, 홍 회장 장남 홍진석 상무, 이광범 대표가 맡고 있다. 홍 회장은 지난 5월 그동안 누적된 각종 사건·사고와 남양유업에 대한 소비자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사퇴를 선언했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등기이사와 회장직을 유지 중이다. 홍 회장 일가가 한앤컴퍼니에 경영권을 매각하고 남양유업과 결별하겠다는 약속도 지난 1일 매각 계약 해제를 통보하며 깨뜨렸다.

남양유업은 다음달 임시 주총을 열고 지배구조 개선을 비롯해 남양유업 임원진의 변동과 이사회 재구성 등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다음달 안으로 경영 안정화를 위한 임시 주총을 진행할 예정이다. 개최 시기나 구체적인 안건은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다음달 진행될 임시 주총에서 홍 회장과 가족들이 경영에서 손을 떼는 결정을 내릴 지가 관건이다. 하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홍 회장 일가가 완전히 물러나는 식의 강력한 쇄신은 기대하기 힘들다고 보고 있다. 회삿돈을 유용한 혐의로 직위해제 됐던 홍 회장의 장남은 최근 복직했고, 차남 홍범석 본부장은 상무로 승진했다. 가족 경영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분석된다.

한앤컴퍼니는 거래종결 의무 이행 소송에 들어갔다. 법원이 홍 회장과 부인 이운경 고문이 보유한 남양유업 주식의 처분을 금지하는 가처분을 결정해 소송이 끝날 때까지 다른 회사로 매각 또한 불가능한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매각 결렬까지 이른 과정을 보면 홍 회장 일가는 경영권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며 “회장직 사퇴, 경영권 매각으로 실추된 이미지만 환기시키고 슬그머니 원래 상황으로 되돌려 놓겠다는 계획으로 보인다”이라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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