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가는 알권리” 공인 범죄 보도만 팍 줄었다 [이슈&탐사]

2년 만에 공인범죄 보도 60% 감소
“검찰개혁 거꾸로 가고 있다”


2019년부터 시작된 문재인정부의 검찰개혁 이후 공인 범죄 실태는 ‘깜깜이’ 상태에 놓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현직 국회의원, 판검사, 3급 이상 고위 공직자 범죄 수사 결과에 대한 언론 보도가 2018년 대비 지난해 60.3%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고위 공직자를 포함한 전현직 공무원 수사 결과 보도는 2018년 대비 지난해 58.3% 감소했다. 2019년에는 2018년 대비 각각 58.6%, 50.5%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법조계에서는 공적 사건 공개를 지나치게 차단한 결과 국민의 알권리 침해가 현실화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권력형 비리에 대한 언론과 시민사회의 감시와 견제는 갈수록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도 높다. 앞서 박상기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2019년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 제정을 추진해 원칙적으로 형사 사건 정보의 공개를 금지했다. 이듬해 추미애 전 장관은 기소 직후 검찰 공소장을 국회에 제출하는 ‘관행’을 없앴다.

공인 범죄 보도 건수 급감

국민일보는 뉴스 빅데이터 서비스 ‘빅카인즈’를 이용해 2018년부터 지난 8월까지 서울중앙지검이 처리한 사건 결과에 대한 언론 보도 1만3554건을 전수 조사했다. 전현직 공무원 등 공인과 관련된 사건 보도와 관련해서는 2016년과 2017년 현황도 추가로 살펴봤다.

국민일보는 뉴스 빅데이터 서비스 ‘빅카인즈’를 이용해 2016~2020년 서울중앙지검이 처리한 사건 결과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전수 조사했다. 검찰 개혁 이후인 2019~2020년 공인 범죄 보도는 2016~2017년에 비해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 2018년 전현직 고위 공직자 범죄에 대한 수사 결과 보도는 58건, 고위 공직자를 포함한 전현직 공무원 수사 결과 보도는 72건으로 나타났다. 이들 공인 범죄에 연루된 일반인 사건까지 포함하면 모두 92건이 보도됐다. 전체 사건 처리 결과 보도는 136건이었다. 국회의원, 판검사, 3급 이상 공무원 등은 고위 공직자로 분류했으며 중복 보도는 1건으로 처리했다.

공인 범죄 보도는 검찰개혁이 본격화된 2019년부터 급격히 줄어들었다. 박상기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을 입안하고 법무부가 이를 제정한 시기다. 그해 전현직 고위 공직자 범죄에 대한 수사 결과 보도는 24건, 전체 전현직 공무원 수사 결과 보도는 36건, 공인 사건 관련 전체 수사 결과 보도는 53건으로 집계됐다. 2018년 대비 각각 58.6%, 50.0%, 42.4%로 대폭 감소한 것이다.

공인 범죄 보도는 2020년 더 줄어들었다. 추미애 전 장관은 이 시기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을 본격 적용하고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 공소장 공개를 금지하는 등 ‘개혁 드라이브’를 걸었다. 그해 전현직 고위 공직자 수사 결과는 23건, 전현직 공무원 수사 결과는 30건, 공인 사건 관련 전체 수사 결과는 43건 보도됐다. 2019년과 비교해 각각 4.2%, 16.7%, 18.9% 줄어든 것이다. 검찰개혁 본격화 이전인 2018년과 비교하면 2020년 보도 급감 실태는 더 명확히 드러난다. 2년 만에 고위 공직자 범죄 수사 결과 보도는 60.3%, 공무원 수사 보도는 58.3%, 공인 사건 전체 수사 보도는 53.3% 각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인 수사 결과 보도 건수가 최근 급감한 것은 2018년 적폐청산 수사가 일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2018년 박근혜 이명박 전 대통령 등 지난 정부 고위 공직자들을 수사해 대거 재판에 넘겼다. 하지만 2019~2020년 공인 범죄 보도 건수는 다른 시기와 비교해도 상당히 적은 수치다. 2019~2020년 공인 범죄 보도 건수는 적폐청산 이전인 2016~2017년과 비교하더라도 반토막 수준으로 줄어든 것이다.

게다가 대검찰청의 검찰연감 자료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이 2019년 처리한 현직 공무원 사건은 2018년에 비해 오히려 189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2017년에 비해서는 각각 463건, 186건 증가했다. 검찰이 처리한 사건은 늘어났는데 공개한 사건은 더 감소한 셈이다. 특히 서울중앙지검에서 2019년 불기소 처리한 현직 공무원 사건은 전년 대비 300건(19.5%)이나 늘어났지만 검찰은 불기소 사건을 거의 공개하지 않았다. 대검찰청은 전직 공무원 범죄 처리에 대해서는 관련 통계를 내지 않고 있다고 했다.

검찰개혁, ‘높은 분들’이 덕 봤다

공인 범죄를 제외한 다른 유형의 범죄 보도는 줄어들지 않았다. 서울중앙지검에서 처리한 횡령 등 기업 범죄, 폭행·사기 등 민생범죄, 강간 등 성범죄 사건에 대한 보도는 2019년 이후 오히려 증가했다. 2018년 기업 범죄 사건에 대한 수사 결과 보도는 26건이었으나 2019년 35건으로 늘었고 2020년에는 27건으로 집계됐다. 민생·성범죄 사건의 수사 결과 보도는 2018년 30건이었는데 2019년 42건, 2020년 41건으로 늘어났다. 이 때문에 전체 수사 결과 보도는 2018년 136건, 2019년 122건(전년 대비 10.3% 감소), 2020년 101건(전년 대비 17.2%, 2018년 대비 25.7% 감소)으로 비교적 완만하게 줄어들었다.

서울중앙지검 처리 사건 중 기업·민생·성범죄 사건 결과 보도는 다소 늘어났으나, 공인 관련 보도는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범죄 유형별 보도 건수를 살펴보면, 2019년 문재인정부 검찰개혁 이후 전현직 국회의원, 고위 공직자 등 공인 범죄 보도 건수만 감소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인 범죄에 대한 사건 공개는 줄어들고, 기업·민생·성범죄 사건 공개는 이전과 비슷하거나 다소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고위 공무원을 비롯한 권력층만 형사사건 공개금지의 덕을 본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검찰 간부 및 법무부 고위직들이 형사사건 정보를 선택적으로 공개한 결과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실제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이 적용된 2019년 12월 이후 서울중앙지검에서 공식적으로 발표한 보도자료 55건 중 공인 관련 범죄는 17건에 불과했다. 기업·민생·성범죄는 그 배가 넘는 38건이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4일 “일반 시민들에 대한 사건은 원칙적으로 비공개하는 게 맞지만, 공인의 경우 (판례상) 공개가 우선”이라며 “그런데 현재는 그런 원칙이 거꾸로 가고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장 교수는 “공인에 대해선 국민의 알권리가 훨씬 더 강조돼야 하는데 오히려 공인을 보호하려는 것 아니냐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현실화된 ‘깜깜이’ 수사

이런 결과는 2019년 조국 전 장관 시절 법무부가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을 입안했을 때 예견됐던 일이다. 이 규정의 핵심은 형사 사건 관련 내용의 공개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것이다. 형사사건공개심의위원회의 의결을 거칠 경우 일부 내용을 공개할 수 있다는 예외 규정이 있지만 공개 기준이 모호하다. 공개 대상은 ‘국민에게 알릴 필요가 있는 중요사건’이다. 재판에 넘겨진 사건에 대해서도 ‘국민들에게 알릴 필요가 있는 경우 공개할 수 있다’고만 돼 있다. 불기소 사건의 경우 사실상 이미 알려진 사건에 한해 공개될 수 있는 상황이다. 국민에게 ‘알릴 필요’가 있는지 결정하는 주체는 검찰과 법무부이다. 공교롭게 이 규정은 조 전 장관 일가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일 때 만들어졌다.


이 규정이 적용된 2019년 12월 이후 검찰·법무부는 공개하고 싶은 사건만 선택해 공개할 수 있게 됐다. 당시에도 검찰의 ‘깜깜이 수사’를 우려하면서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하고 권력층 비리를 비호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추 전 장관은 2020년 2월 검찰·법무부가 기소 후 공소장을 국회에 제출하던 관행에도 제동을 걸었다. 공소장 제출 금지 조치는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에 처음으로 적용됐다. 이 사건은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 사건으로 국민적 관심이 높은 사건이었다.

법무부는 여전히 각 사건의 첫 공판이 지난 뒤 공소장 전문을 국회에 제출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국민 관심이 높은 이른바 ‘대형 사건’의 경우 기소 후 상당한 시간이 지난 뒤에야 첫 공판이 열리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그 사이 사건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상당히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야권에선 “법무부가 특정 사건에 대한 추가 보도나 관심도를 떨어뜨리려고 공소장 비공개 원칙을 세운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앞서 윤미향 무소속 의원의 기부금 횡령 사건은 기소 뒤 첫 공판까지 약 11개월 걸렸다.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의 경우 기소하고 1년 4개월 지난 뒤에야 첫 공판이 열렸다.


우려됐던 깜깜이 수사는 결국 현실화됐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공인 범죄 사건의 존재와 수사 상황에 대한 접근 자체가 어려워지자 관련 보도 수가 급감했다는 것이다. 일부 사건이 뒤늦게 재판 과정에서 공개되는 경우도 있지만 그 수는 많지 않았다. 국가정보원 3급 간부인 A씨는 지난해 미국 로스앤젤레스(LA) 한국 총영사관 파견 근무 중 계약직 직원을 성추행한 혐의로 지난 5월 기소됐다. 이 사건은 3개월 뒤에야 법원 재판 과정에서 알려졌다. 박지원 국정원장의 사위이자 대기업 임원인 B씨의 마약 관련 사건도 기소하고 7개월 지난 뒤에야 재판 과정에서 언론에 노출됐다. 2015년 국민의힘 소속 김무성 전 의원의 사위 마약 사건이 뒤늦게 알려졌을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사건 처리 과정을 문제 삼으면서 검찰의 ‘봐주기’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형사사건 정보를 공개하는 기준과 원칙을 명확히 정하고 이 기준에 해당되면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원칙적으로 사건 정보를 공개하는 틀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그때그때 검찰·법무부가 자기들 편한 대로 ‘이 사건은 공개해도 되겠다. 심의위 소집하자’는 식으로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문재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재 시스템은 검찰 편의를 위해 홍보하고 싶은 내용을 홍보하는 식”이라며 “원칙적으로 주요 형사 사건 정보는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동성 구자창 박세원 기자 theM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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