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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트럼프가 전쟁 벌일라”…중국군에 전화 건 미 합참의장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전쟁을 촉발할까 염려해 군 고위 간부가 중국에 전화를 걸어 안심시켰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해 대선과 올 초 국회의사당 난동 사건 때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전쟁을 벌일 수도 있다고 우려한 군 고위간부가 중국을 설득하고, 대통령의 핵 공격권 무력화 조치까지 취했다는 것이다.

‘워터게이트’ 특종 기자인 워싱턴포스트(WP) 밥 우드워드 부편집자와 로버트 코스타 기자는 이달 출간 예정인 저서 ‘위험’(Peril)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고 CNN, AP통신, WP 등 외신이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책에 따르면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은 두 차례 중국 중앙군사위원인 리줘청 합참의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첫 번째 통화는 대선 4일 전인 10월 30일 이뤄졌다. 밀리 의장은 리 의장에게 “미국 정부는 안정돼 있고, 모든 것이 잘 될 것임을 확신시켜드리고 싶다”며 “우리는 중국을 공격하거나 활동적 작전을 수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나는 당신과 5년간 알고 지냈다. 우리가 공격할 예정이라면 미리 전화를 드리겠다. 놀라게 하지 않겠다”는 약속까지 했다고 한다.

당시 통화는 “‘미국이 공격을 준비하고 있다’고 중국이 믿고 있다”는 내용의 정보를 검토한 뒤 진행됐다고 한다. 저자들은 양국 간 긴장을 촉발한 미국의 남중국해 군사훈련, 중국에 대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호전적인 발언이 중국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고 적었다.

두 번째 통화는 지난 1월 8일 진행됐다. 트럼프 지지자들의 국회의사당 난동 사건 이틀 뒤다. 밀리 의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제멋대로 굴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고, 리 의장에게 전화해 “우리는 100% 안정적이다. 민주주의는 가끔 엉성할 수 있다”고 설득했다고 한다. 그러나 리 의장은 부들부들 떨며 쉽사리 진정되지 않았다고 저자들은 적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도 같은 날 밀리 의장에게 전화를 걸어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적 적대행위나 핵 공격 지시를 내리면 이를 막을 예방 조처가 있느냐”고 물었다. 당시 녹취록에 따르면 펠로시 의장은 격앙된 목소리로 “당신도 그(트럼프)가 미쳤다는 것은 잘 알지 않느냐. 그는 오랫동안 미쳐 날뛰고 있다”고 말했다. 밀리 의장은 “의장님 발언에 전적으로 동감한다”고 답했다.

저자는 “밀리 의장은 당시 ‘트럼프의 정신이 대선 뒤 심각하게 약화한 것이 틀림없다. 지금은 완전히 제정신이 아니어서 관리들에게 소리 지르고, 끝없는 선거 음모론에 관한 대체현실을 만들고 있다’고 확신했다”고 적었다. 합참 고위 인사들에게 “대통령의 인계점(트리거 포인트)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는 말도 했다고 한다.

밀리 의장은 이에 따라 국방부 사무실에서 군 고위 인사들과 비밀 회합을 했다. 이 자리에서 핵무기 발사를 포함해 군사적 행동에 관한 절차를 검토했다.

밀리 의장은 간부들에게 “대통령만이 핵무기 발사 명령을 내릴 수 있지만, 그 과정에 합참의장도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방부 전쟁상황실인 국가군사지휘본부(NMCC) 선임 장교들에게 “내가 그 절차의 일부다. 무슨 말을 듣더라도 이 절차를 따르고, 이 절차대로 진행하라”고 말했다. 자신이 관여하지 않는 이상 그 누구로부터도 공격 명령을 따르지 말라는 의미다.

밀리 의장은 방을 돌면서 각 장교의 눈을 쳐다보며 자신의 말을 제대로 이해했는지를 묻는 확인절차까지 거쳤다. 책에 따르면 밀리 의장은 “잘 알아들었나”라고 물었고, 장교들은 “그렇다”고 답했으며, 이를 ‘서약’으로 간주했다. 밀리 의장은 곧 인도태평양사령부로 연락해 군사 훈련 연기를 권고했고, 실제로 그날 훈련이 연기됐다.

저자들은 “예측할 수 없고 복수심에 불타는 미국 대통령의 위협에 중국이 반격을 가할 수 있다고 생각한 밀리 의장이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기록했다.

저자들은 이란에 대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태도도 밀리 의장의 결심에 영향을 미쳤다고 봤다. 책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란의 핵 프로그램 관련 논의에서 이란을 공격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고, 오히려 공격 가능성에 호기심을 보이기도 했다고 한다. 지나 해스펠 당시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회의 후 너무 놀라 밀리 의장에게 전화를 걸었고 “지금 매우 위험한 상황이다. 우리가 트럼프의 자존심을 위해 채찍을 들어야 하느냐”고 말했다고 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또 대선 8일만인 지난해 11월 11일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끝내기 위해 2021년 1월 15일까지 모든 군대를 철수한다는 내용의 각서에 서명했다고 저자는 폭로했다.

저자는 해당 각서가 트럼프 충성파 2명에 의해 비밀리에 작성됐고, 국가안보보좌관이나 합참의장이 해당 내용을 알지 못할 정도로 비정상적인 절차를 거쳤다고 지적했다.

해당 각서에는 ‘국방장관 대행을 위한 각서: 소말리아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라는 제목이 적혀 있었다. 또 ‘2020년 12월 31일까지 소말리아에서, 2021년 1월 15일까지 아프가니스탄에서 모든 미군을 철수할 것을 지시한다’는 내용이 적혔다.

밀리 의장은 로버트 오브라이언 당시 국가안보보좌관을 찾아가 항의했는데, 그 역시 해당 내용을 모르고 있었다고 저자는 기록했다. 해당 각서는 정상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은 점이 인정돼 효력이 발휘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번 책은 직접 당사자 200여 명을 인터뷰하고, 관련 서류, 회의록 등 여러 기록을 토대로 작성한 책이다. 트럼프의 퇴임 직전 미 행정부 내에서 얼마나 무서운 일들이 일어났는지를 보여준다고 CNN은 전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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