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게이머가 대선 후보 후원회장을?

프로게이머 서진혁(왼쪽)과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지훈 기자

세계적으로 유명한 프로게이머가 야권 대선 후보의 후원회장으로 합류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발단은 지난 2019년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유망한 미성년 프로게이머였던 ‘카나비’(게임상 닉네임) 서진혁이 이른바 ‘노예계약 사건’에 휘말렸던 당시 재선 국회의원이었던 하태경 국민의힘(당시 바른미래당) 의원은 “노예보다 못한 짐승 계약이 있었다”면서 문제 해결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였다. 이후 서진혁이 팀과 체결한 불공정 계약서가 세상에 알려지고 에이전트의 짬짜미 노예 이적 추진, 부모 동의 없는 미성년자 계약 등이 속속들이 밝혀지며 마침내 팀은 서진혁을 자유계약(FA) 신분으로 풀어준다. 서진혁은 곧장 중국 유명 팀과 재계약을 체결한 뒤 팀 우승과 시즌 MVP를 석권했다.

지난 6월 대선 출마를 선언한 하 의원은 3개월 만에 서진혁을 후원회장으로 맞이했다. 국민일보와 인터뷰에서 서진혁은 “제가 예전에 도움받았고 그로 인해 많은 역할과 희망이 되어서 좋은 결과에 이르렀기 때문에 저도 도움 드리고 싶어서 (후원회장을) 맡게 됐다”고 말했다.

하 의원은 “2019년 청년 불공정 문제에 쭉 관심을 가지던 중 ‘서진혁 선수를 도와달라’는 젊은 층의 제보가 다수 들어왔다. 당시 게임을 잘 몰랐지만, 사안을 살펴보니 성인이 청소년을 착취한 심각한 문제였다. 도와줘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그때부터 게임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그는 “서진혁 선수는 족쇄에 얽매여있던 작은 새가 우리를 나가 독수리가 되어 웅비한 케이스다. 당시 e스포츠의 불공정 문제는 구조적으로 심각했다. 표준화된 계약서가 없던 게 대표적인 예다”고 전했다. 노예계약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뒤 ‘e스포츠 표준계약서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고 업계엔 정률화된 표준계약서가 보급되기 시작했다.

하 의원은 “서진혁 선수는 제 의정활동의 중요한 터닝 포인트였다. 노예 계약 사건을 계기로 청년 이슈에 관심을 갖고 노력하는 국회의원이 됐다”며 “이후 ‘여의도 정글러’란 별명도 생겼다. 게임 LoL에서 정글러(게임 포지션의 일종)는 공격수로 전방위적인 활약을 하잖나. 국회에서 다양한 이슈로 전방위적 활약을 한다고 해서 그런 별명이 붙었다”고 말했다.

30여 년 전 대학생 시절 게임 ‘페르시아의 왕자’로 밤을 새운 적이 있다는 하 의원은 “근래 ‘리그 오브 레전드(LoL)’ 같은 게임 화면을 보면 이해하기 어렵더라. 두뇌 회전이 잘 안 되고 손도 굳어서”라면서도 “부모 세대가 자녀의 게임 과몰입에 대해 걱정을 많이 하지만 젊은 세대는 게임을 통해 세상을 배우고 시야가 넓어지고 더 성숙해진다. 이해심을 가지고 지켜봐 주면 좋겠다”고 했다. 하 의원은 응원하는 e스포츠 팀으로 서진혁의 소속팀 징동 게이밍(중국)과 DRX(한국)를 꼽았다.

하 의원은 노예계약 사건 이후 e스포츠 선수 권익 보호를 위한 토론회 개최를 열고, ‘강제적 셧다운제’ 폐지와 게임 아이템 확률 조작 금지 등에 힘을 보탰다. 현재는 올림픽 종목에 e스포츠를 넣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노력하는 ‘e스포츠 세계화법’과 장애인의 게임 접근성을 높이는 ‘게임 접근성 향상법’의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하 의원은 “우리 사회가 청년들에게 희망을 주고, 꿈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공정한 환경을 만들어줘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게임은 그런 꿈을 간접적으로 펼칠 수 있는 공간”이라면서 “기성 세대에게 게임은 생소하지만, 관심을 가져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다니엘 기자 d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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