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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獨)한 것들②] 도 말고, 사람을 믿으십니까?

믿음과 의심에 대한 경쾌한 해석, 메기

애인이 달라졌어요. 요즘 들어 저한테 숨기는 게 있는 느낌이에요. 저를 대하는 태도도 예전과 달라요. 데이트 도중 핸드폰을 볼 때가 많아졌어요. 꼭 다른 누군가의 연락을 기다리는 것처럼요. 이것 말고도 의심스러운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에요. 아무래도 다른 사람이 생겼나 봐요. 핸드폰이라도 몰래 확인해봐야 할까요?

영화 '메기' 스틸컷

연인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믿음. 그러나 믿음은 의심과 한 끗 차이입니다. 아주 사소한 계기로 믿음이 의심으로 변하곤 하죠. 드라마 ‘부부의 세계’ 속 주인공 선우가 머플러에 붙은 머리카락 한 올로 남편의 외도를 의심한 것처럼요.

당연하게 여겼던 것에 의문이 드는 순간 의심은 눈덩이처럼 불어나 마음을 꽉 채우게 됩니다. 그리고 의심에 대한 결론을 내리기 위해, 혹은 결론을 증명하기 위해 행동 하나하나에 평가의 잣대를 들이밀고는 하죠. 설사 그 잣대가 의심 쪽으로 편향되어 있을지라도요.

영화 '메기'의 한 장면

윤영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윤영의 남자친구 성원은 어리숙해 보이지만 다정하고 유쾌한 사람입니다. 둘은 함께 살고 있죠.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사랑과 추억이 쌓였습니다.

둘의 관계가 변하기 시작한 것은 윤영이 성원의 전 여자친구 지연을 만나고부터였습니다. “윤영씨도 성원이한테 맞은 적 있죠?” 지연은 윤영에게 뜻밖의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그 때 기억이 너무나 괴로웠다고 덧붙이면서요. 지연의 이야기는 윤영의 마음에 의심의 씨앗을 심었습니다.

영화 '메기' 스틸컷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습니다. 윤영과 성원은 여전히 함께 자고, 옷을 바꿔 입고, 서로의 물건을 사용했죠. 바뀐 것은 딱 하나, 윤영의 마음이었습니다. 성원과 지연 중 누구를 믿을 것인가. 정말 성원은 지연을 때렸을까. 마음 속 의심의 씨앗이 싹을 틔웠습니다.

의심의 씨앗은 두려움이라는 열매를 맺기 시작했습니다. 윤영은 성원의 모든 행동을 의심했죠. 성원의 사소한 장난이 꺼림칙하게 느껴지고 윤영을 위한 행동을 확대해석하기도 합니다. 심지어는 성원이 자신을 죽이려고 한다는 의심까지 하게 되죠. 윤영은 성원을 집에서 쫓아내고 맙니다. 진실이 무엇이든 윤영의 잣대로 평가했을 때 성원은 이미 폭력을 휘두를 만한 사람이 되어버린 것이죠.

영화 '메기' 스틸컷

그리스 로마 신화 속 판도라는 상자를 연 후에야 그 안에 든 재앙과 재난, 희망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의심에 가려진 진실 역시 상자를 열지 않고서는 확인할 수 없죠. 의심의 구덩이에 빠진 윤영에게 상사 경진은 말합니다.

“우리가 구덩이에 빠졌을 때,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더 구덩이를 파는 것이 아니라 그곳에서 얼른 빠져나오는 일이다.”

윤영은 결심했습니다. 외면했던 판도라의 상자를 열기로요. “여자 때린 적 있어?” 윤영은 성원을 찾아가 물었습니다. 과연 성원은 어떤 대답을 했을까요?

영화 '메기' 스틸컷

‘메기’는 믿음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다른 사람을 믿지 못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믿음을 주지 못하거나, 스스로 믿지 못하는 사람들이 등장하죠. 영화를 보는 관객에게도 무엇을 믿을 것인가 끊임없이 질문을 던집니다.

모든 사람은 믿음과 의심 사이에서 선택을 반복합니다. 굳건한 믿음이 거짓으로 드러날 때가 있습니다. 반대로 의심이 오해로 판명나기도 합니다. 이는 우리가 의심의 구덩이를 피할 수 없다는 얘기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구덩이를 언제 탈출할 지, 선택은 우리 자신의 몫입니다. 멈추지 않고 구덩이를 파내려 간다면 스스로 빠져나올 수 없는 깊은 곳에 도달하고 맙니다. 판도라는 상자를 연 뒤 진실을 확인했다는 후련함을 느꼈을지도 모릅니다. 결국 구덩이를 빠져나올 용기를 가진 사람들만이 진실을 마주하게 되는 셈이죠.

메기, 이런 분들에게 추천해요!

나는...
① 영화의 영상미와 색감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② 감각적인 영화 음악을 듣고 싶다
③ 가볍고 발랄한 분위기의 영화를 선호한다
④ 사회적 문제를 재치 있게 다룬 영화가 보고 싶다


김수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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