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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임 손도끼 협박에 극단선택…증거찾던 여동생도 숨져

군 선·후임 손도끼 협박하며 금품 요구
“입건 피한 선임…매일 불안에 떨었다”
불안감 호소하던 여동생도 세상 떠나

손도끼를 들고 A씨를 찾아간 군 선임 B씨. SBS 방송화면 캡처

충남 서산시에서 상근 예비역으로 전역한 20대 남성 A씨가 군대 선·후임으로부터 금전적 협박을 당하다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과 관련해 A씨의 유족이 경찰과 군사경찰의 부실수사를 주장했다.

15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저는 ’손도끼‘사건으로 2명의 동생을 잃은 큰 누나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A씨의 누나라고 밝힌 글쓴이는 “상근대대에서의 군생활 중 부실한 군 당국의 관리와 잘못 엮인 사람들로 인해 막내 남동생에게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며 “경찰의 부실한 수사가 더해져 여동생까지 앗아가 한 가족이 파탄 났다. 이 일을 조용히 지나가기엔 제 동생들의 나이는 26살, 22살. 죽기엔 너무 아까운 청춘”이라고 호소했다.

글쓴이는 “손도끼를 들고 찾아와 모종의 협박을 한 후임 C씨는 군사경찰에 구속됐지만, 군판사의 영장 기각으로 불구속 상태”라며 “선임 B씨는 경찰에 피의자가 아닌 참고인 진술만 받고 입건조차 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범임이 확실한데도 경찰과 군사경찰의 부실한 수사와 공조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가해자들은 자유로운 몸으로 서로 입을 맞췄는지, 증거를 인멸하고 있는지 분통이 터졌다”고 했다.

유족들은 피고인들의 증거 인멸과 수사방해 정황이 담긴 증거까지 확보하며 숨진 A씨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다. 하지만 더딘 수사에 속이 타들어 갔다. 심지어 입건되지 않은 B씨와 같은 아파트에 살아 언제든지 보복을 당할 수 있다는 불안감에 떨어야 했다.

글쓴이는 “손도끼를 갖고 찾아온 선후임과 더불어 저희를 더 아프게 했던 것은 바로 수사과정이었다”며 “우리 가족은 선임을 같은 아파트에서 계속 만나야 했고, 행여나 남은 가족에게도 손도끼를 갖고 협박하지 않을까 매일 불안 속에 지내야 했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정신적인 충격을 극복하고자 살기 위해 정신과도 다니고 불면증을 극복하려 수면제까지 먹으며 처절하게 노력한 여동생은 남동생 사망 20일 후 방송 인터뷰를 앞두고 기대감으로 잠자리에 들었지만, 그들이 벌을 받는 것을 보지 못한 채 다음날 깨어나지 못하는 원통한 일이 벌어졌다”고 했다.

글쓴이는 “2명의 동생을 잃은 과정에 가해자들의 악행뿐만 아니라 경찰의 부실 수사는 동생들 죽음에 또 다른 가해자이자 공범”이라며 “제대로 수사해야 한다. 왜 그렇게 초동수사가 부실했어야 했는지, 공조수사가 안 돼서 이렇게 한 달의 시간이 왔는지 답해주셔야 한다”고 경찰에 명확한 해명과 철저한 수사를 요구했다.

유족들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이런 내용을 담은 청원을 올렸다. 해당 청원은 15일 오후 5시 기준 4만3000여명의 동의를 받았다.

​한편, 충남 서산경찰서는 지난 10일 특수공갈 등 혐의로 B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공동공갈 등 혐의를 받는 공범 C씨는 군 경찰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

B씨는 같은 부대 후임 C씨와 함께 지난 8일 오전 10시쯤 상근 예비역 후임 A씨 주거지 인근으로 찾아가 금품을 요구하며 폭언을 하는 등 협박한 혐의를 받고 있다. B씨는 범행 당시 손도끼로 A씨를 협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협박받은 당일 오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A씨는 군 적금으로 모아둔 돈을 이들에게 수차례 빌려줬고, 사건 당일에도 C씨에게 돈을 보낸 것으로 조사됐다.

B씨는 경찰 조사에서 도박 빚 때문에 A씨를 협박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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