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분의 아이들 세상] 아이들 감정에 이름 붙이기

아이의 말 들어보고, 적극적으로 공감하기


초등학교 2학년 남자 아이 A는 어려서부터 무엇인가에 꽂히면 과몰입하는 특성이 있다.

블록놀이를 좋아해 한번 시작 했다 하면 몇 시간이고 빠져들었다. 요즘엔 종이 접기를 좋아하게 되어 눈만 뜨면 종이접기를 하고, 어디서든 색종이를 가져가 접기에 지나치게 집중하였다. 무엇인가를 하라고 지지하면 짜증을 내고 가족 모두의 행사에도 따라나서질 않고 색종이 접기만 하려 하고, 재촉하면 소리를 지르며 “왜 거길 가야 해?”“내 마음 이야, 간섭 하지마” 라며 울고불고 하였다.

성장 발달을 하는 과정에서 정상적으로 아이들이 “싫어요” “안 해요”라는 말을 자주하는 시기가 있다. 만 2세경과 사춘기이다. 자신과 타인을 구별하며 자기 주장하는 것은 인간의 발달과정에 필수적인 과정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자율성을 발달시킨다. 하지만 아이의 발달 정도에 현저히 벗어나는 수준으로 적대적 태도를 보일 때 부모는 당황하게 되고 어른을 무시한다고 느끼며 화가 난다. 부모와 아이와의 위계질서에 위협감을 느끼고 아이를 제압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아이와의 힘의 겨루기를 시작한다. 또는 아이의 그런 행동이 부모의 결함이나 양육에 문제가 있어서라고 생각하며 열패감에 빠지기도 한다.

아이가 화를 내거나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는 순간에 부모는 이것을 해결해야 할 대상으로 느껴서 그 감정을 제거해야 줘야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부모의 권위에 대한 도전이라고 느낄 때는 부모의 권위로 아이의 항복을 받아내려고 화를 내는 아이와 싸우려고 들거나, 부모 자신의 결함이라고 느끼면 그 감정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아이에게 비위를 맞추어 주고 부정적 감정에서 벗어나게 해준다. 부모도 인간인지라 불편한 마음 상태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어하므로 두 가지 태도 모두 쉽게 빠져들 수 있는 유혹이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성급한 문제 해결 모드에 말려들지 않도록 조심하자. 아이가 반항적이 되거나, 아이로 하여금 ‘감정은 나쁘고 위험한 것’이니 피하는 게 좋다고 느끼게 한다. 그보다는 다음의 다섯 단계를 적용해보자.

1. 아이의 감정을 알아차리자 2. 아이의 부정적인 감정을 아이와 연결될 기회라고 역발상을 해보자 3. 먼저 아이의 말을 들어보고 충분히 적극적으로 공감해 주자. 4. 아이가 자신의 감정에 ‘이름’을 붙이도록 도와주자 5. 하지만 행동에 대해서는 명확한 한계를 안내해 주자.

이것은 상당히 어려운 과정이다. 처음부터 쉽게 되지는 않는다. 부모도 시행착오도 겪을 수 있고, 그래서 연습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부모가 자신의 부정적인 감정으로부터 회피하지 않으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오늘도 A는 종이접기에 빠져 가족 모임에 가자는 말에 화를 내었다. 엄마는 ‘저 녀석이 또 저렇게 고집을 부리네’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조급하게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먼저 아이의 화난 감정을 알아차리고 ‘지금은 엄마와 모임에 가기 보다는 종이접기를 더하고 싶구나, 그래서 화가 나고 슬픈가 보네’ 이렇게 작은 말 한마디에 A와 엄마의 마음을 연결되었다. 아이의 눈을 바라보고 마주 앉아 이야기를 들어줄 자세를 보여 주자. A는 ‘내가 절대로 안 나가겠다는 게 아니라 요거 한 장만 다 접고 나가려고 했던 거야’라고 말하는 게 아닌가? 엄마는 ‘아하 요것만 마저 접고 가려고 하는데 엄마가 그 전처럼 억지로 끌고 갈까봐 마음이 급해지고, 화가 나서 목소리가 높아 졌구나’ 라고 표현하는 방식으로 아이의 감정에 이름을 붙여주자. 아이는 무작정 짜증을 내기보다 말로 표현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그 다음엔 ‘우린 지금 나가야 늦지 않고 갈 수 있어. 어떤 옷을 입고 갈지 골라 볼래? 다녀와서 다시 색종이 접기를 할 수 있어’라고 말해 한계와 현실을 말해주고 필요한 행동을 하도록 돕는다.

이호분(연세누리 정신과 원장, 소아청소년 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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