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 낭떠러지’의 자영업자들 “돌아갈 방법이 없다”

코로나19 방역에 폐업하는 자영업자들 속출
매출은 반토막, 월세는 그대로
“IMF·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훨씬 심해”


“살던 집을 나와서 단칸방으로 옮겼어요. 금방 다시 돌아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이렇게 오래 걸릴 줄은….”

서울 강남구에서 김밥집을 운영하는 이영은(62·여)씨가 깊은 숨을 내쉬었다. 이씨는 최근 가게 옥상의 단칸방으로 살림을 옮겼다. 살던 집은 전세로 내주었는데, 이젠 돌려줄 전세금이 바닥났다. 이씨는 “다시 들어가려면 빼줄 전세금을 마련해야 하는데 방법이 없다”며 “‘바깥살이’가 이렇게 길어질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코로나19는 자영업자 삶의 기반을 하나둘씩 무너뜨리는 중이다. 지난해 ‘사업 부진’을 이유로 폐업한 영세사업자가 급증하는 등 버티다 못한 자영업자들이 폐업 낭떠러지로 떠밀리고 있다.

과거 연 매출 1억9000만원을 기록했던 이씨는 지난해 겨우 8000만원을 넘겼다. 그는 “체감 상 외환·금융위기 때 매출이 30% 정도 줄었다면 이번엔 50%까지 급감했다”고 토로했다. 김밥집은 그래도 대형 매장보다는 상황이 나은 편이다.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서 홍어 전문점을 운영하는 정민정(63·여)씨의 경우 하루 100만원씩 나오던 매출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그는 “3년 간 허드렛일을 하며 모은 쌈짓돈 1000만원에 빚을 보태 2008년 가게를 시작했는데, 빚을 다 갚을 때쯤 다시 수천만원씩 빚을 내게 돼 허탈하다”고 말했다.

노(老)사장님에게는 배달도 대안이 되지 않는다. 이씨는 “나와 남편이 가게의 모든 것을 다 돌보는데 휴대전화 볼 시간이 어딨겠나”고 했고, 정씨는 “재료 손질도 벅차다. 그 와중에 휴대전화로 주문을 받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절반의 매출인들 ‘내 것’이 될까. 이씨, 정씨는 월세로만 각각 240만원, 200만원을 내고 있다. 전기·수도요금과 가스비 등 공과금도 50만원을 넘는다. 이씨는 “하루하루 일하느라 몸은 부서지는데 상황은 그대로다. 매일 쳇바퀴를 도는 기분”이라고 호소했다.

경기도 화성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도유정(29·여)씨는 “평생 꿈이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고 했다. 카페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다 지난해 10월 15평 남짓한 매장을 창업했는데 11월부터 확진자가 폭증했다. 한 달에 300만원은 나와야 본전이라는 매출은 100만원을 밑돈 지 오래다. 도씨는 “모아 놓은 돈도, 대출 받은 돈도 바닥났다”고 울먹였다.

16일 국세청에 따르면 이들처럼 사업 부진을 이유로 폐업한 비율이 2016년 39.2%에서 지난해 43.1%로 늘어났다. 특히 영세사업자(간이사업자) 사업부진 폐업 비율은 49.0%로 일반사업자(43.2%), 법인사업자(43.5%)보다 월등히 높다. 폐업 직전의 한계 상황에 몰린 이들은 통계에도 잡히지 않는다.

김지훈 강준구 조민아 기자 germa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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