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래 1500마리 떼죽음…왜 ‘학살’ 아닌 ‘전통’이라 부르나

페로 제도, 700년간 돌고래 사냥 축제
“유일한 단백질 공급원, 공동체의식 확인”

페로 제도 해안가에서 지난 12일(현지시간) 사냥 전통 축제에 의해 희생된 낫돌고래들이 줄지어 누워있는 모습을 해양 보호단체 시셰퍼드가 공개했다. 연합뉴스

해변가에 무더기로 줄지어 눕혀진 돌고래의 사체와 피로 붉게 물든 바다. 이 사진은 페로 제도에서 해마다 열리는 사냥 전통 축제 현장의 모습이다. 이 사진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퍼지면서 페로 제도 사냥 관행에 대해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12일 대서양 북부 덴마크령 페로 제도에서 수일 만에 낫돌고래 1428마리가 도살됐다고 BBC가 지난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아이슬란드와 셰틀랜드 제도 중간에 위치한 페로 제도는 과거 바이킹 시대 노르웨이에서 건너온 주민들이 20여개 섬에 나눠 살고 있으며 청어잡이 같은 어업으로 살아가는 곳이다.

페로 제도에서 사람들은 수세기 동안 둥근머리돌고래의 고기와 지방을 먹어왔다. 지난 2010년 7월 23일 고래 사냥하는 모습. 게티이미지뱅크

이날 행해진 돌고래 사냥법은 잔혹했다. 사냥꾼들은 모터 보트 등을 타고 돌고래를 스카라피외르 섬의 해변으로 유인했다. 엔진 소리에 겁을 먹은 고래들은 도망가다가 얕은 해안가에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됐다. 해안가에서 갈고리, 칼, 창 등 무기를 들고 기다리던 주민들은 돌고래 사냥에 나섰다. 칼에 찔린 돌고래가 괴로움에 몸부림쳤지만 현장에서는 아이들도 축제를 즐기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2010년 7월 23일 108마리의 참거두고래(고래목 거두고래과의 포유류)가 떠밀려와 사람들에 의해 잔인하게 죽임을 당했다. 게티이미지뱅크

‘그라인다드랍(Grindadrap)’이라 불리는 돌고래 사냥 축제는 페로 제도의 지리적 위치와 주민들의 식생활에서 비롯됐다. 페로족은 1천년 전 섬에 정착한 이래로 고래고기를 먹어왔다. 외딴 섬이라는 척박한 환경으로 인해 섬 주민들에게 돌고래는 단백질을 보충할 수 있는 유일한 섭취원이었다고 한다.

오늘날 페로 제도는 먹거리도 풍부하고 식품 보급도 수월해졌지만 여전히 돌고래 사냥 관행이 이어지고 있다. 페로 제도 정부는 매년 ‘그라인다드랍’ 행사로 도살되는 돌고래의 수가 약 800여 마리라고 밝혔다. 현장에서 잡힌 고래들은 축제에 참석한 지역 주민들에게 일정하게 분배된다. 주민들은 고래고기를 훈제하거나 소금에 절여 오랫동안 저장해 먹는 것으로 알려졌다.

페로 제도의 고래몰이는 모두에게 개방된 공동체 활동이다. 20지난 2010년 7월 23일 고래 사냥하는 모습. 게티이미지뱅크

페로 제도 관관청은 “동부 북대서양 지역에 77만8000여마리의 고래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고래 사냥 관행은 자연으로부터 음식을 얻을 수 있는 지속가능한 방법”이라고 밝혔다.

페로 제도의 사냥 지지자들은 돌고래 사냥을 통해 식량을 확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주민들이 공동체의식을 확인함으로써 문화적 정체성을 형성하는 중요한 이벤트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동물 권리 운동가들은 돌고래 도살 행위에 대해 ‘무의미한 대학살’이라며 강하게 맞서고 있다.

지난 12일 포획된 돌고래 수는 1428마리이며 1200마리를 잡았던 1940년의 기록을 경신했다. 트위터 캡처

해양환경 보호단체 ‘씨 셰퍼드(Sea Shepherd)’는 수년 전부터 페로 제도의 돌고래 사냥을 비판했다. 이 단체는 지난 12일 벌어진 돌고래 사냥 축제에 대해 “이날 포획된 돌고래 수는 1200마리를 잡았던 1940년의 기록을 경신했다”고 밝히며 “불법사냥”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2010년 7월 '고래 사냥' 축제에서 도살된 돌고래 모습. 게티이미지뱅크

현지 여론도 돌고래 사냥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이다. BBC에 따르면 페로 제도의 공영 방송국 ‘크링바프 포로야’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30%만 찬성하고 50%는 “돌고래 사냥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페로제도의 올라부르 슈르다르베르그 고래잡이협회장은 BBC를 통해 “이번 돌고래 사냥은 과했다”고 인정했다.

2010년 7월 '고래 사냥' 축제에서 도살된 돌고래 모습. 게티이미지뱅크

한편 슈르두르 스칼레 페로 제도 하원 의원은 “돌고래의 척수를 자르는 창을 이용하면 1초 만에 죽일 수 있어 인도적인 편”이라며 “동물 복지의 관점에서 보면 돼지와 소를 감금해서 사육하는 것보다 더 나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에 씨 셰퍼드 단체는 “그라인다드랍 전통은 무질서한 학살로 이어질 수 있다”며 강조했다.

지난해 '그라인다드랍' 축제에서 총 450마리의 낫돌고래와 35마리의 대서양 흰 면 돌고래가 페로 제도에서 도살됐다. 2017년 7월 5일 '그라인다드랍' 축제에서 도살된 돌고래 사체 모습. 트위터 캡처

페로 제도의 그라인다드랍 축제는 매년 열릴 때마다 국제사회로부터 비판을 받아왔지만 여전히 돌고래 사냥은 합법으로 인정받고 있다.

박채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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