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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미제 ‘강간·살해’ 22년 만 재판했지만…“시효지나”

법원 “고의성 없었다” 시효 특례 인정되는 살해 대신 강간치사 판단
강간치사 혐의는 시효 완료로 처벌 면해
다만 다른 죄로 무기징역 복역 중

국민일보DB

20여년 전 강간·살해 혐의가 뒤늦게 드러나 재판에 넘겨진 50대가 살해 대신 ‘치사죄’로 판단되면서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처벌을 면하게 됐다. 다만 이 피고인은 다른 사건으로 이미 무기징역이 확정, 복역 중이어서 상황에 특별한 변화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부장판사 김창형)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강간 등 살인) 혐의로 기소된 전모(51)씨에게 면소 판결을 선고했다.

면소는 형사소송을 제기할 요건을 충족하지 않았을 때 내리는 판결로, 사실상 기소하지 않은 것과 같은 효력을 지닌다.

전씨가 면소 판결을 받게 된 것은 재판부가 공소시효 특례가 적용되는 살해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전씨가 피해자를 살해할 고의를 가졌다거나 공모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면서 “강간치사 등의 경우에는 시효가 완성됐다. 피고인이 고의로 피해자를 살해한 경우에만 특례 규정을 받아 시효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해자를 때려 살해한 장본인이 전씨인지 공범인지 알 수 없고, 전씨가 폭행을 넘어 살해할 고의가 있었는지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검찰의 공소사실은 목격자 김모씨 의견에 의존하는데 진술 자체가 모호하고 사건 발생으로부터 20년이 지나 내용을 대부분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며 “김씨의 경찰 진술조서에 첨부된 수사기록은 분실돼 증거로 제출되지 않은 상태”라고 지적했다. 또 “피해자의 신체에서 전씨의 DNA가 검출됐다고 해서 피해자가 사망하기 직전 성관계한 사람이 공범이 아닌 전씨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한다”고 했다.

전씨는 1999년 7월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골프 연습장에서 공범 1명과 함께 20대 여성을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를 받았다. 범행 직후 전씨와 공범은 도주했다. 당시 경찰은 피해자가 숨지고 목격자들의 진술이 불분명해 수사에 난항을 겪어 진범을 특정하지 못했고, 사건은 미제로 남아 17년이 흘렀다.

그러던 중 2017년 피해자 신체에서 채취했던 DNA와 기타 범죄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수감 중이던 전씨의 DNA가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재수사 끝에 검찰은 지난해 11월 전씨를 재판에 넘겼다.

앞서 검찰은 전씨가 피해자를 살해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사형을 구형했다. 전씨는 피해자와 합의 하에 성관계한 것이고 폭행하거나 살해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전씨는 다른 강도·살인 사건 등으로 무기징역이 확정돼 복역 중이다.

원태경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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