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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행복한 추석을 보낼 수 있는 이유

사랑하는 마음을 대신 전달해 드립니다. 우리의 추석을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석에 가족과 함께할 수 없는 이들을 국민일보 기자들이 찾아가 만났습니다. 어렵지 않았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고향에 못 가는 사람, 생계를 위해 일터를 지켜야 하는 사람이 우리 주변에 많았습니다. 그리운 가족에게 전하고픈 말을 적어 달라고 부탁했더니 이런 사진들이 나왔습니다. ‘가족’은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모양입니다. 스케치북을 들고 카메라를 바라보는 어색한 순간에도 다들 입가에 미소가 번졌습니다.
임수영 KTX 기장이 지난 8일 서울역에서 아내를 향한 메시지를 손에 든 채 활짝 웃고 있다.

임수영 KTX 기장(57)은 아내 이름을 큼지막하게 썼습니다. ‘이미숙, 고맙고 사랑해.’ 37년째 코레일에서 근무하고 있는 그는 명절에 제대로 쉬어본 적이 없습니다. 귀성 열차를 모느라 오히려 더 바빠집니다. 이번 추석에도 많은 승객을 태우고 대전행 열차를 몰아야 합니다. 그는 아내를 향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명절마다 근무하는 나랑 결혼해 살면서 당신 혼자 시골 부모님 찾아뵙고 음식 준비하느라 고생 많았습니다. 미안하고 사랑합니다.”
오인영 김포우리병원 응급센터장이 지난 7일 경기도 김포우리병원 응급의료센터 앞에서 충북 음성에 계신 부모님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들고 있다.

병원 응급실 근무자들은 추석 연휴가 두렵다고 말합니다. 많은 사람이 이동하니 사고도 많고, 개인 의원들이 쉬니까 일반 환자도 응급실로 몰려들기 때문입니다. 오인영 김포우리병원 응급센터장(47)은 “바쁠 때는 화장실도 못 가고, 끼니를 거른 채 물 한 모금 못 마시고 일하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했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가 이들의 업무를 가중시켰습니다. 감염병전담병원인 김포우리병원은 확진자와 백신 후유증 환자까지 감당해야 합니다. 오 센터장에게 스케치북을 내미니 이렇게 적었습니다. ‘올 추석에도 못 찾아뵐 것 같습니다. 부모님 늘 건강하시고요….’
김경한 생각대로 동대문지부 대표가 지난 8일 서울 동대문구에 위치한 사무실 앞에서 가족들을 향한 메시지를 든 채 활짝 웃고 있다.

배달 대행업체를 운영하는 김경한(53)씨는 이 일을 시작하고 7년 동안 명절에 고향을 찾지 못했다고 합니다. 각지에 흩어져 사는 형제들이 유일하게 모이는 자리를 매번 빼먹었습니다. 코로나 사태 이후 명절 연휴 배달 주문은 평소보다 오히려 많아졌습니다. 하루 평균 40건 정도 배달하는데, 명절 기간에는 50~60건씩 해내야 합니다. 김씨는 투박한 손으로 ‘가족 여러분 사랑합니다’라는 글귀를 적더니 멋쩍어하며 하트를 그려 넣었습니다. 이 순간에도 그는 배달 오토바이에 앉아 있었지만, 마음은 고향 부모님 댁에 가 있는 듯했습니다.
국민일보 9월 18일 21면

높은 단계의 거리두기 상황이 장기화하면서 가족·친지와 단절된 시간도 길어져 가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이들이 있어서 우리는 힘겨운 시기를 버텨낼 힘을 얻습니다. 이들이 스케치북에 정성껏 적은 글귀와 거기에 담긴 마음이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오롯이 가 닿기를 바랍니다.
박세용 택시기사가 지난 6일 서울 용산구 효창공원 인근에서 둘째 딸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들고 있다. 박씨는 "코로나 때문에 걱정이 돼서 울산에 살고 있는 둘째 딸에게 올라오지 말라고 했다"고 말했다.

신홍철 생각대로 동대문지부 총괄본부장이 지난 8일 서울 동대문구에 위치한 사무실 앞에서 부모님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든 채 활짝 웃고 있다.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에서 칼국수 가게를 운영하는 장경화 씨가 지난 7일 명절 인사를 적은 스케치북을 든 채 인사하고 있다. 장씨는 이번 추석에도 정상 영업을 할 예정이다.

이창섭 SPOTV 메이저리그 해설위원이 지난 6일 서울 마포구의 스튜디오에서 양가 부모님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들고 있다.

이무형 SPOTV 메이저리그 캐스터가 지난 6일 서울 마포구의 스튜디오에서 외할머니를 향한 메시지를 들고 있다.

서울 성동소방서에서 근무 중인 조영덕 소방장이 지난 8일 명절 인사를 손에 든 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서울 성동소방서에서 근무 중인 주성환 소방사가 지난 8일 경남 밀양에 계신 부모님에게 전달하는 메시지를 들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에서 근무 중인 이진주 간호사가 지난 7일 부모님에게 전달하는 메시지를 든 채 웃고 있다. 이 간호사는 "명절 음식 하는 것도 도와야 하는데 매번 혼자만 쏙 빠지는 것 같아 가족들에게 죄송한 마음이다"라고 말했다.

김동국 송파구청 주무관이 지난 7일 서울 송파구보건소 선별진료소 앞에서 가족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들고 있다.

강영욱 송파구청 주무관이 지난 7일 서울 송파구보건소 선별진료소 앞에서 부모님께 보내는 메시지를 들고 있다.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의 떡집에서 근무하고 있는 오정숙 씨가 지난 7일 가족들에게 전달하는 메시지를 든 채 웃고 있다.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에서 근무 중인 최영미 씨가 지난 7일 딸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들고 있다.

김수정 코레일 대리가 지난 8일 서울역 방송통제실에서 경남 진주에 계신 부모님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든 채 손 하트를 그리고 있다. 김씨는 "서울 올라온 지 3년이 됐는데 업무 적응도 많이 되고 회사에 계신 분들이 좋아서 잘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한결 기자 alwayssame@kmib.co.kr
권현구 기자 stowe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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