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다 죽였지” 마이크 켜진 줄 모르고 자백한 미 부동산 재벌

지난 8일(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잉글우드에 있는 캘리포니아주 법원에서 최후 변론에 참석한 로버트 더스트. 연합뉴스

아내를 포함해 친구 3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미국 부동산 재벌이 방송사 다큐멘터리 촬영 중 마이크가 켜진 줄 모르고 “내가 다 죽여버렸지”라고 실토해 결국 유죄 평결을 받았다. 수십 년째 법망을 빠져나갔던 그는 실수로 한 혼잣말에 덜미가 잡혔다.

AP·로이터 통신 등은 현지시각으로 17일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잉글우드에 있는 캘리포니아주 1심 법원에서 더스트가 오랜 친구인 수전 버먼(당시 55세)을 살해한 혐의가 인정된다는 배심원단의 평결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이는 39년 간 3개 주에서 아내를 포함, 3명을 살해했다는 의심을 받아온 더스트가 법정에서 받은 첫 유죄 평결이다.

더스트는 1982년 뉴욕에서 당시 29세였던 의대생 아내인 캐슬린 매코맥 더스트가 실종된 사건과 관련해 18년 뒤 자신의 죄를 은폐하고자 친구인 버먼을 살해한 혐의를 받아왔다. 버먼은 로스앤젤레스 자택에서 머리에 총을 맞고 숨졌다. 검찰은 더스트가 캐슬린 살해 사건의 은폐를 도왔다고 다른 사람들에게 말했다는 이유로 버먼을 살해했다고 봤다. 뿐만 아니라 2001년 텍사수 주에서 도피 생활 중 자신의 신원을 알아낸 이웃 모리스 블랙까지 총 3명을 살해했다는 의심을 받아왔다.

더스트는 뉴욕의 대형 부동산 회사인 ‘더스트 오가니제이션’ 설립자인 조지프 더스트의 손자이자 시모어 더스트의 아들이다. 더스트는 그의 삶과 범죄 행각을 조명한 다큐멘터리 ‘더 징크스’ 촬영 중 인터뷰가 끝난 뒤 화장실에서 “내가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지? 물론 그들을 다 죽여버렸지”라는 혼잣말을 내뱉었다. 그는 당시 마이크가 켜진 상태인 것을 몰랐다. 검찰은 이를 자백으로 봤다. 다큐멘터리 ‘더 징크스 : 로버트 더스트의 삶과 죽음들’이라는 제목으로 2015년 HBO에서 방영됐다. 더스트는 마지막 편이 방영되기 전날 뉴올리언스의 호텔에 숨어 있다가 체포됐다.

더스트는 블랙의 시신을 토막 내 바다에 버린 혐의로 기소돼 혐의를 인정했다. 하지만 몸싸움 중 벌어진 정당방위라는 사실이 인정돼 시신을 훼손하고 유기해 증거를 인멸한 혐의만 유죄 판결을 받았다. 아내 캐슬린 살해 혐의는 시신이 발견되지 않아 기소를 면했다. 이에 캐슬린의 유족들은 사건 재수사를 검찰에 요청했다. 친구 살해 혐의가 인정된 더스트는 종신형에 처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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