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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시대, MZ 사랑법]② “외로우면 ‘셀소’해!”

코로나에 대처하는 비대면 연애의 AtoZ
‘셀프 소개팅’부터 ‘대학별 소개팅 앱’까지

게티이미지뱅크

‘30살 남자. 키 179㎝, 몸무게 80㎏. 서울에 살며 서울 소재 기업에 출·퇴근함. 긍정적인 사람, 잘 웃는 사람을 좋아함. 취미는 독서와 영화감상. 연봉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5000만원. 자가 차량 보유 중. A 소개팅 앱에서 외모 등급 ‘다이아’(최상위 등급) 받음. 마음 맞는 분과 좋은 인연 맺었으면 합니다.’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셀소(셀프 소개팅)’ 게시글 작성 양식이다. 이들은 주선자 없이 직접 자신의 매력을 드러내고 만남을 구한다. 코로나19로 대면 만남이 어려워진 청춘남녀들이 그리는 새로운 연애 풍속도다.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셀프 소개팅' 게시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비슷한 게시글은 네이버와 다음 등 주요 포털사이트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대부분 나이와 성별, 취미 등 기본적인 신상정보를 열거하는 형태다. 일부는 자가용 차량이나 주택 보유 여부, 다른 곳에서 받은 외모 평가 결과를 적기도 한다. 학력과 연봉을 공개하는 이도 있다.

읽는이가 마음에 드는 게시글 지은이에게 연락을 취하는 방식으로 만남이 시작된다. 상대가 누군지 정확히 알지 못한 채로 만나는 것이다보니, 주선자의 도움을 받아 만남을 시작하는 게 일반적이었던 기성세대로선 선뜻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 온라인 환경에 익숙하고 자신의 취향과 개성을 드러내는 데 능숙한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사이 출생한 세대)의 특성이 반영된 문화라고 볼 수 있다.

대학생 대상 소개팅 서비스 인기

‘셀소’ 외에도 다양한 방식의 ‘비대면 소개팅’이 등장했다. 대학생들에겐 ‘대학별 소개팅 서비스’가 인기다. 캠퍼스 생활을 하지 못하고 재학생 간 교류도 극히 제한된 탓이다. 대부분 재학생이나 졸업생만 이용할 수 있게 설계됐다.

서비스 이용이 가장 활발한 학교는 고려대다. 고려대 학생이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고파스’는 지난 4월 ‘열시 반 정후’라는 이름의 소개팅 서비스를 마련했다. ‘정후’는 정경대학 후문이라는 뜻인데, 평소 고려대 학생들이 그곳에서 많이 만난다는 사실에 착안해 작명했다.

이용 방법은 간단하다. 이용자들은 10시간30분마다 다른 이용자 한 명의 프로필을 확인할 수 있다. 이용자는 프로필을 본 뒤 대화 여부를 선택하고, 상대도 대화를 수락하면 대화가 시작된다.

각각 고려대학교 커뮤니티 '고파스'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 한양대학교 서울캠퍼스 커뮤니티 '위한'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 캡처

사용자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이 서비스를 이용해봤다는 고려대 재학생 A씨(27)은 “(주변엔) 일반 소개팅 어플에 거부감을 가지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 서비스는 비교적 안전하게 검증된 학우를 소개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라 진입장벽이 상대적으로 낮다”고 말했다. 다른 재학생 B씨(24)는 “이 서비스로 만난 사람과 ‘썸’을 타는 중”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한양대 학생들의 온라인 커뮤니티 ‘위한’은 ‘두근두근 한양’이란 이름의 소개팅 이벤트를 기획했다. 해당 커뮤니티에 게시된 설명을 보면, 참여 학생은 ‘등록 기간’에 자신의 이상형 항목을 입력하게 된다. 이후 ‘확인 기간’이 되면 입력했던 이상형 항목과 일치하는 이성의 연락처를 알 수 있다. 이상형 항목엔 선호 연령과 신장, 체형(體型), 흡연 여부 등이 포함됐다.

이 밖에도 연세대와 고려대 학생이 이용할 수 있는 ‘연고링’, 서울대의 ‘결정샤’, 숭실대의 ‘하트SSU그널’ 등 대학 여러 곳에서 비슷한 행사 및 서비스가 기획·운영된 것으로 확인됐다.

지자체가 주선한 ‘비대면 소개팅’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도 ‘비대면 소개팅’을 진행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청년들의 우울감 증가와 저출생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방편이다. 경기 오산시와 전남 광양시가 대표 사례다.

오산시는 지난해 12월 ‘사랑 롤러코스터’라는 이름의 행사를 진행했다. 애초 이 행사는 저출생 대응 정책의 일환으로 2019년 시작됐다. 코로나19 탓에 직전 행사는 비대면으로 치렀다. 오산시 관계자는 “대면으로 진행될 땐 남성 참가자 비율이 높았고, 비대면일 땐 여성 참가자 비율이 높았다”고 전했다.

경기 오산시가 지난해 12월 진행한 ‘사랑 롤러코스터’ 행사 사진. 오산시 제공

실제 연인이 탄생하기도 했다. 지난해엔 총 37명이 참여했는데, 8쌍의 연인이 나왔다. 단순 계산하면 참석자 중 약 43.2%가 연인이 된 셈이다.

전남 광양시도 지난 5월 ‘솔로엔딩’이라는 행사를 진행했다. 이 행사는 지난 2017년 시작돼 매년 대면 방식으로 치러졌다. 이번엔 오산시와 마찬가지로 비대면 방식이었다. 광양시 관계자는 “젊은이들이 결혼, 연애의 기회가 없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지자체에서 그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 관내 미혼 남녀들이 만날 수 있는 자리를 만들면 어떨까 싶어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올해 행사엔 24명이 참여해 7쌍의 연인이 나왔다. 참가자의 29% 정도는 연인이 됐다는 계산이 나온다.

전남 광양시가 지난 5월 진행한 '솔로엔딩' 행사 사진. 광양시 제공


“온라인은 범죄 소굴”? … 인식 변했다

이처럼 젊은이들이 온라인을 통한 만남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다보니 전문 기업체가 만든 ‘소개팅 애플리케이션(앱)’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데이터 분석업체 앱에이프 자료에 따르면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데이트’로 분류된 앱의 월간 사용자 수는 약 1년 반 만에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구글 앱스토어에 등록된 소개팅 앱들

하지만 온라인을 통한 만남이 처음부터 긍정적으로 인식된 건 아니다. 2000년대 초반 이후 우후죽순 생겼던 각종 익명 채팅 서비스에는 언제나 성매매나 마약 거래 등 ‘범죄의 온상’이라는 부정적 꼬리표가 따라붙었다.

2015년 발표된 연세대 석사학위논문 ‘소셜 데이팅 서비스의 등장에 따른 20-30대의 관계 맺기 방식 변화’(심성옥)에 따르면, 한국에 온라인 만남 주선 서비스가 본격 등장한 건 2000년대 초반이지만 당시엔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논문은 “기존의 채팅이나 메신저 기반의 데이팅 서비스들이 음성적으로 변질되던 경험의 영향으로 온라인으로 사람을 만나는 것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으로 지배하던 시기였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대중적으로 보급되고, 만남 주선 서비스에 일종의 ‘검증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인식이 달라졌다. 국민 대부분이 스마트폰을 사용하게 되면서 소개팅 앱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졌고, 한정된 이용자들만의 폐쇄적인 환경도 개방적으로 변화했다는 얘기다.

소개팅 앱을 운영하는 업체들은 회원에 대한 일종의 검증 시스템을 갖추기도 했다. 연령이나 거주지역 등 기본적인 정보는 물론 취미나 직업, 학력, 연봉 등을 묻는다. 일부 앱에선 가족관계증명서를 첨부하는 방식으로 ‘미혼 인증’을 받도록 유도하기도 한다.

소개팅 앱 ‘하이라운지’를 운영 중인 결혼정보회사 가연의 김용범 상무는 “소개팅 앱을 통한 만남에서 이용자가 가장 불안한 부분은 바로 상대방에 대한 신뢰도”라며 “진지한 연애를 목적으로 소개팅 앱을 찾는 이가 늘면서, 자연스럽게 사용자 검증이 강화되는 서비스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안명진 기자 amj@kmib.co.kr
노혜진, 한제경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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