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폭동’ 로드니 킹 사건 촬영한 美시민, 코로나 사망

백인 경찰관 4명이 흑인 로드니 킹을 집단 구타하는 장면을 찍은 영상의 한 장면. 트위터 캡처

1992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폭동을 촉발했던 로드니 킹 사건을 촬영해 경찰의 잔혹한 폭력 행위를 고발했던 미국 시민이 코로나19로 사망했다.

30년 전 흑인 로드니 킹이 백인 경찰로부터 집단 구타를 당하는 장면을 비디오카메라로 찍어 당시의 끔찍했던 상황을 고발한 조지 홀리데이가 코로나19 합병증으로 숨졌다고 21일(현지시간)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통신은 LA에서 배관공으로 일했던 홀리데이의 오랜 친구이자 전 동료인 로버트 월런위버를 인용해 홀리데이가 지난 19일 LA의 한 병원에서 숨졌다고 전했다.

홀리데이는 백신을 맞지 않았고 코로나에 따른 폐렴 증상으로 최근 며칠 동안 인공호흡기를 부착한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홀리데이는 1991년 3월 3일 밤 LA 폭동의 도화선이 됐던 영상을 촬영했다. 당시 자택에서 잠을 자다가 교통 단속 소리에 깬 그는 새로 산 캠코더를 들고 집 밖으로 나왔고, 백인 경찰관 4명이 흑인 로드니 킹을 집단 구타하는 장면을 목격했다. 경관들은 킹을 주먹으로 마구 때리고 발길질했으며 전기 충격기까지 사용했다.

로드니 킹 사건을 촬영해 세상에 알렸던 조지 홀리데이. AP연합뉴스

킹은 이 사건으로 두개골이 골절되고 영구적인 뇌 손상을 입었다. 홀리데이는 당시 집단구타 장면을 9분 분량 비디오 영상에 고스란히 담았다. 그는 사건 직후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경찰서에 전화했으나 경찰이 내용을 알려주지 않자 이 영상을 LA 현지 텔레비전 방송국에 제보했다.

이후 로드니 킹 영상은 수백개 방송국을 통해 송출됐고 흑인을 겨냥한 백인 경찰의 인종차별 폭력 행위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역사의 증거물로 남았다. 로이터 통신은 홀리데이가 찍은 영상에 대해 “간과됐을지도 모를 중대한 사건을 한 구경꾼이 기록했고 이것은 시민 저널리즘의 힘을 보여준 초기 사례가 됐다”고 평가했다.

로드니 킹 영상은 1년 뒤 백인 경관들에 대한 형사 재판에서 핵심 증거가 됐지만, 1992년 4월 29일 배심원단이 백인 경관들에게 무죄를 선고하자 분노한 흑인들이 거리로 뛰쳐나왔고 LA 폭동으로 번졌다.

당시 엿새간 이어진 폭동으로 50여명이 숨졌고 2000여명이 다쳤다. 재산 피해액은 약 10억 달러(1조1800억원)에 달했다. 특히 LA 한인타운이 시위대의 주요 공격 대상이 되면서 상점 2000여곳이 피해를 봤고 당시 10대였던 동포 1명은 시위대의 총에 맞아 숨지는 비극으로 이어졌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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