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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말 다시 종전선언 카드 꺼낸 문대통령…실현 여부는 물음표

문재인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유엔 총회장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마지막 유엔총회에 참석해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가 모여 한반도에서의 전쟁이 종료됐음을 함께 선언하길 제안한다”고 밝혔다. 임기를 8개월여 남긴 시점에서 남북 및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해 2018년 판문점선언에 명시됐던 종전선언 카드를 다시 꺼낸 것이다.

문 대통령이 유엔총회 연설에서 종전선언의 필요성을 거론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다만 선언의 주체를 직접 명시한 것은 처음이다. 남북 유엔 동시가입 30주년을 맞아 임기 말 ‘톱다운’ 방식의 종전선언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 논의에 속도를 내려는 구상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심화되는 미·중 갈등, 북한의 비핵화 의지 부재 등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현실화될지는 물음표가 붙는다.

문 대통령은 21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76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종전선언이야말로 한반도에서 화해와 협력의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한국전쟁 당사국들이 모여 종전선언을 이뤄낼 때, 비핵화의 불가역적 진전과 함께 완전한 평화가 시작될 수 있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반도 종전선언을 위해 국제사회가 힘을 모아주실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연설에선 종전선언에 대해 “항구적 평화체제의 길을 여는 문”이라는 원론적인 언급만 했다. 이번에는 종전선언 주체를 거론하며 보다 구체적으로 제안했다. 문 대통령이 특히 중국을 언급한 것은 내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3자 혹은 4자 회담의 계기로 염두에 뒀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유엔 총회장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종전선언이 과연 실현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북한은 한·미연합훈련에 반대하며 연락채널을 끊은 이후 미사일 도발을 이어가고 있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문 대통령을 지목하며 비판 성명을 내기도 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비핵화가 우선돼야 대북제재 완화가 가능하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고 미·중 관계는 나날이 악화되는 추세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총회 연설에서 한반도 및 북한 비핵화 문제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문 대통령으로선 임기 내 종전선언이 어렵더라도 다음 정부가 쓸 수 있는 비핵화 협상 카드로서 종전선언 논의를 다시 수면위로 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성을 제시한 것이지, 구체적으로 선언에 대한 진전된 논의가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취임 후 첫 유엔총회 연설에서 “우리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추진을 위해 진지하고 지속적인 외교를 모색한다”며 “우리는 한반도와 역내 안정을 증진하고 북한 주민의 삶을 개선할 실질적 계획이 포함된 구체적 진전을 모색한다”고 했다. 비핵화와 북한 인권을 강조하며 문 대통령과는 결이 다른 입장을 낸 것이다.

문 대통령은 북한 호응도 촉구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 역시 지구공동체시대에 맞는 변화를 준비해야만 한다”며 이산가족 상봉과 동북아 방역·보건협력체 등을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최근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의 기조연설 당시 북한 대표부 자리에는 3등 서기관이 앉아 연설을 경청했다. 김성 주유엔 북한대사의 연설은 오는 27일로 예정됐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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