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진짜 목숨 겁니다” 폐업 사장님의 재창업 각오

자영업자 눈물, 폐업 그 후<하> 생계 위해 다시 배달 가게 창업


“방금 또 한 분이 나가셨네요.”

23일 이창호 전국호프연합회 대표의 목소리는 힘이 없었다. 코로나19 영업제한 조치로 벼랑 끝에 몰리다 폐업한 자영업자들이 자신들이 속했던 단체마저 탈퇴하고 있다고 했다. ‘패배자’ 낙인이 찍힌 듯 자영업자들은 폐업 이후 어디론가 숨어버린다는 게 이 대표의 말이다. 잘못한 게 없음에도 메신저 단체대화방에서조차 도망치듯 사라진다.

하루 10명이 넘게 무더기로 나가는 날도 있다. “저도 더는 버틸 수가 없네요. 죄송합니다”라는 마지막 인사를 남기기도 하지만, 대부분 말 없이 사라진다. 이들의 빈 자리는 위기를 맞은 새로운 자영업자들로 채워진다.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이들은 자영업을 아예 접는 경우가 많지만 남몰래 꾸역꾸역 패자부활전을 준비하는 경우도 있다. 서울 강북구 수유동에서 20년간 노래주점을 운영했던 황모(55)씨도 그런 경우다.

황씨는 폐업과 함께 유흥업 관련 단체에서 자신의 이름을 지웠다. 가게는 석 달 전 완전히 접었다. 30대부터 인생을 바친 116㎡(35평) 가게는 가슴 한편 추억으로만 남았다. 그는 ‘집합금지 조치’ 전만 해도 오후 6시에 가게로 출근해 손님 맞을 준비를 한 뒤 9시부터 다음 날 오전 3시까지 장사하곤 했다. 퇴근해 4시쯤 잠들어 다시 같은 시간 출근하는 올빼미 생활을 20년간 계속했지만 그래도 일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그러던 황씨도 지난 6월 폐업했다. 5개의 룸에 노래기기를 갖춘 가게는 영업이 잘 될 때면 월 600만원의 수입을 가져다주었다. 어려웠던 적도 있었지만 황씨는 직원 2명의 월급을 밀린 적이 없었다. 그러다 코로나19 이후 수입은 ‘0원’이 됐다. 집합금지 업종으로 분류됐어도 임대료는 다달이 나갔다. 그동안 저축한 돈으로 월 임대료 350만원을 내다 돈이 바닥나자 집까지 담보 잡아 대출을 받았다. 직원 2명도 해고할 수밖에 없었다. 살아보려고 발버둥 친 결과는 폐업이었다. 권리금 1억5000만원을 포기하고 가게를 정리했다. 5차 재난지원금인 ‘희망회복자금’ 지급 기준 시점 한 달 전에 폐업한 탓에 황씨는 지원금을 받지 못했다. 임대보증금 3000만원 중에 밀린 월세를 제하고 나니 1000만원이 남았다. 하지만 이마저도 폐업비와 이사비를 내고 나니 손에 쥘 수 있는 건 없었다.

텅 빈 가게를 멍하니 둘러본 황씨는 슬픔보다 자괴감이 밀려와 괴로웠다고 털어놨다. 그는 “20년 내 인생을 바친 가게였는데 정말 피눈물이 흐르는 심정이었다”고 말했다. 황씨는 한동안 술에 기대 살았다.

가정을 책임져야 하는 황씨는 가족들 얼굴이 떠올라 울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그는 지인에게 전화를 걸어 일자리를 부탁했다. 인테리어 일을 하는 후배가 현장일을 소개해줬다. 상가 리모델링 현장으로 출근해 오전 6시부터 오후 5시까지 땀 흘리며 돈을 번다. 그는 “10만원 정도의 돈을 버는데, 일한 만큼 돈을 버는 게 오랜만이다”라며 “가게를 하면서 피눈물 나게 이리저리 뛰고 고생해도 나아지지 않았는데, 막노동을 하며 ‘일을 하고 돈을 벌 수 있다’는 일종의 ‘희망’을 얻었다”고 말했다.

‘다시는 장사를 하지 않겠다’는 폐업 당시 황씨의 다짐도 시간이 지날수록 희미해졌다. 아무리 생각해도 잘 할 수 있는 건 ‘장사’밖에 없었다. 황씨는 “다시 창업을 준비 중이다”라며 멋쩍게 웃었다.

자영업자들은 폐업만으로도 이미 상당한 빚에 허덕이는 상황이어서 다시 가게를 낼 엄두를 쉽게 내지 못한다. 하지만 오랜 기간 자영업을 해 온 사람들은 “다른 선택지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황씨는 노래주점에 앞서 10년간 횟집을 운영했었다. 30년을 자영업만 해왔기에 다른 길은 선택하기 쉽지 않다고 했다. 황씨는 “‘배운 게 장사질’이라고 30년간 자영업만 했는데 한순간에 놓을 수가 있겠나”라며 “이 나이에 취업을 하기도 어렵고 새로운 걸 배우기도 쉽지 않다. 결국 먹고 살기 위해서 할 수 있는 건 장사 하나”라고 말했다.

다만 황씨는 직전에 했던 노래주점처럼 유흥업종은 재창업 고려 대상에서 아예 제외했다. 언제 또 집합금지가 내려질지 모른다는 걱정이 크기 때문이다. ‘위드 코로나’ 시대가 되더라도 코로나와 상관 없이 영업에 타격을 입지 않을 배달 전문점을 내기로 했다.

그는 횟집 운영 경험을 살려 배달 전문 초밥집을 해볼 계획이다. 배달만 주력으로 해 월세도 70만~100만원 정도로 크게 줄여볼 생각이다. 그는 이번이 30년 자영업자 인생의 사실상 마지막 도전이라고 했다. 황씨는 “이젠 돈도 없고, 이번에도 무너지면 더는 장사할 힘도 없다”며 “진짜 목숨 걸고 한번 해보려 한다”고 말했다.

박장군 이형민 기자 genera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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