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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은 일베 표현? 이재명 둘러싼 ‘수박 대전’ 확산

하태경 “일베랑 연관돼 이해할 수밖에”
이낙연 측 “호남 비하·혐오 표현 멈춰라”
이재명 측 “지나친 네거티브 무리수”

지난 17일 오전 광주 동구 전일빌딩245에서 광주·전남·전북 특별메시지 발표 기자회견을 마친 이재명 경기도지사. 연합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논란을 빚고 있는 ‘수박’ 표현이 여야 간 공방으로 확산하고 있다. 민주당 대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의혹을 반박하면서 쓴 ‘수박’이 극우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에서 광주 시민을 조롱하는 의미로 사용됐다는 게 알려지면서다.

당내 경쟁자인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야권은 이 지사의 표현이 호남 혐오 표현이라고 지적한다. 5·18 당시 머리에서 피를 흘리는 광주 시민을 조롱하는 의미로 일베에서 사용된다는 주장이다. 반면 이 지사 캠프 측은 일반적인 관용구일 뿐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페이스북 게시글 캡처

野·이낙연 “수박은 호남 혐오 표현”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23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뉴스쇼)에 출연해 “수박은 일베식 호남 비하 발언이다. 이런 걸 조심해야 했다”고 이 지사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면서 “(이 지사의) 원래 글에는 딱 ‘수박’이라는 두 글자가 있었다. 그거를 기득권자 뒤에 수정해서 붙인 것”이라고 했다. 이 지사가 뒤늦게 ‘일베 논란’을 의식해 문장을 고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이 지사는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의혹을 반박하는 과정에서 “공영개발 포기하라고 넌지시 압력 가하던 우리 안의 수박 기득권자들”이란 표현을 썼다.

하 의원은 “겉과 속이 다른 사람을 수박으로 표현한 것뿐”이라는 이 지사의 해명도 석연찮다고 일갈했다. 그는 “수박이 그런 표현도 있지만 이 지사가 일베 회원이었다고 본인이 인정하지 않았느냐”면서 “일베랑 연관돼서 이해할 수밖에 없다. 일베랑 전혀 무관한 사람이면 어느 정도 이해해 줄 수 있겠지만 무관한 분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지사는 2018년 지방선거 당시 경기도지사 후보 시절 일베 회원설이 불거지자 “허위사실 유포 글을 찾아내 법적으로 대응하고자 2016년 일베에 가입했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일베와 무관한 분이 아니다”는 하 의원의 발언은 이 지사의 일베 회원설을 다시 한번 들추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 전 대표 측도 이 지사의 ‘수박’ 발언을 “혐오와 배제를 선동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의 최대 승부처로 평가되는 호남 대첩을 앞두고 연일 날을 세우는 모양새다. 이 지사의 ‘수박’ 발언을 기화로 호남인들의 박탈감을 부각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이 전 대표 대선 캠프의 이병훈 대변인은 22일 “이낙연 캠프와 우리 사회 보수기득권자들이 한통속으로 자신을 공격하고 있고 자신은 피해자라는 생각을 담고 싶었나 싶지만 사실관계가 맞지 않는 혐오 표현”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경선 내내 이재명 후보의 지지자들은 이낙연 후보 지지자를 문파, 똥파리, 수박이라고 공격하면서 차별, 적개심, 언어적 폭력을 선동해왔다. 호남을 비하, 배제하는 용어 사용을 중단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이재명 캠프와 지지자들은 이런 요청에 대해 ‘관용구로 사용했을 뿐이다’며 별것 아닌 일로 치부했다”고 비판했다.

이 대변인은 지난 16일 “수박이란 용어는 일베라는 극우 커뮤니티에서 쓰기 시작한 호남 혐오, 호남 비하 멸칭이다. 사용을 멈춰 달라”고 논평했던 바 있다.

지난 19일 오후 광주 MBC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선거 더불어민주당 경선 후보 토론회 리허설에서 이낙연 후보가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이낙연의 네거티브? “호남과 관련 없다”

민주당 내에서는 호남 비하로 몰고 가는 것에 유감을 표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 전 대표 측이 호남 표심을 얻기 위해 무리수를 뒀다는 지적으로도 볼 수 있다.

이 전 대표 측이 제기한 ‘수박’ 논란에 다른 당내 경선 주자인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23일 뉴스쇼에 출연해 “그게 일베 용어라고 하는 또 호남 특정 지역을 비하한다고 하는 주장은 좀 어처구니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결국 개혁에 말만 앞서고 실천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 좌절한 지지자들이 민주당에 대해서 실망했다는 표현을 그냥 겉 다르고 속 다르다. 과일 수박에 비유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전 대표 측이) 실제 왜 그런 비판을 받고 있는지조차도 이해를 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지지세력을, 당신들을 뽑아준 사람들을 대의를 하지 못하고,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문제가 심각하다고 본다”고 이 전 대표 측을 비판했다.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씨도 이 지사 감싸기에 나섰다. 황씨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수박 공방은) 어쩌다 발견된 특수한 경우를 가져와 그게 보편적 상황이나 되는 듯이 부풀려서 공격하는 것”이라면서 “이 같은 치사한 공격 방법을 구사하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저는 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대선을 거치며 이 사람들이 정치판에서 더 설 자리가 없어지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적었다.

그는 전날에도 “일베의 전문용어를 이처럼 소상히 알고 있는 분은 일베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봐야 한다”고 했었다. 수박 발언을 문제 삼은 이 전 대표 측을 겨냥한 발언이다.

앞서 황씨는 지난 8월 경기관광공사 사장 최종 후보자에 내정되면서 보은(報恩) 인사라는 비판을 받았고, 결국 후보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당시 이 전 대표 측에서 이 문제를 비판하자 “이낙연 측의 사람들은 짐승”이라면서 거칠게 항의하기도 했다.

열린캠프 수석대변인을 맡은 박찬대 민주당 의원은 22일 제5회 온라인 주간브리핑에서 “수박을 호남 비하로 연결하는 것은 유감”이라며 “왜 자꾸 수박을 호남과 연결하는 건 ‘셀프 디스’가 아닌가, 호남의 동정을 끌기 위한 무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

추미애 “수박 발언이 호남 비하? 겉·속 다르단 비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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