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위장·신분 비공개 수사’로 디지털성범죄 잡는다



24일부터 경찰이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 성범죄를 수사할 때 ‘위장 수사’를 할 수 있게 됐다. 텔레그램 n번방 같은 디지털 성범죄를 근절하기 위한 조치다.

최근 개정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안에는 위장 수사와 관련한 특례가 포함됐다. 이를 근거로 경찰은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 성범죄 수사를 위해 신분을 위장할 수 있다. 법원의 허가를 받으면 현존하지 않는 가상의 주민등록증이나 사원증, 학생증 등의 신분 서류도 만들 수 있다. 이렇게 만든 신분증으로 경찰은 텔레그램 등에서 은밀하게 성착취물을 판매하는 일당과 접촉해 범죄 단서를 찾을 수 있게 된다.

지난해 n번방 수사 당시에는 판매자들이 경찰과 취재진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구매자의 신분증을 요구하면서 수사가 지연되는 경우가 많았다. n번방 사건 수사에 참여했던 한 수사관은 23일 “위장 수사는 디지털 성범죄 수사에서 주요 단서를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수사 기법”이라며 “법적 근거가 생긴 만큼 적극적인 대응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기대했다.

경찰 신분을 밝히지 않고 범죄 증거나 자료를 수집할 수 있는 신분 비공개 수사도 가능해진다. 신분 비공개 수사는 상급관서 수사부서장의 승인을 얻으면 가능하다. 통상 경찰은 자신들의 신분을 공개하고 범죄 관련 정보를 수집했는데, 필요에 따라 신분을 드러내지 않고 은밀하게 수사를 진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번 개정안은 아동이나 청소년을 대상으로 성적 행위를 하도록 유인하거나 권유하는 ‘그루밍’ 행위도 처벌 대상으로 명시했다.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 혐오감을 유발하는 대화를 반복적으로 하는 경우도 온라인 그루밍 행위로 처벌된다.

경찰은 전국 시도경찰청에 근무 중인 수사관을 중심으로 40명을 선발해 위장수사관 전문교육까지 마쳤다. 향후 위장수사관 인력도 지속적으로 늘려갈 방침이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위장 수사를 통해 디지털 성범죄를 근절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판 기자 p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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