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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돈, 여자=외모”…저희 MZ세대 맞습니다

[코로나시대, MZ 사랑법] ④ 온라인 데이팅 시장의 이면
쿨한 태도 뒤에 가려진 고착화된 성 역할관·외모지상주의

소개팅 애플리케이션(앱) '골드스푼' 가입조건

코로나19로 비대면 활동이 활성화되면서 ‘온라인 데이팅’ 시장은 갈수록 성장하고 있다. 이 시장의 주요 고객층으로 자리잡은 2030세대가 역설적으로 성차별적인 낡은 시대관에 종속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젠더 감수성을 중요시하는 MZ세대에서 정작 ‘남성은 돈, 여성은 외모’로 압축되는 구시대적인 성 역할관을 답습하는 소개팅 앱이 인기를 끌면서다. 2030세대의 디지털 기기 활용력이 온라인 데이팅 시장에서만큼은 젠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시대변화에 역행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연 수입, 가족 자산까지 따져 ‘프리미엄’ 앱 등장

소개팅 앱 종류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소수의 고스펙 이용자들을 확보하는 프리미엄 앱과 최대한 많은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아예 진입장벽을 없애는 대중화 전략을 사용하는 앱이다.

‘프리미엄’을 표방한 앱들은 업계 후발주자임에도 입소문을 타고 꾸준히 입지를 넓히며 대표 소개팅 앱으로 자리매김 중이다. 자신의 경제력과 외모 등을 절차를 거쳐 검증해야 가입할 수 있는 ‘스카이피플’과 ‘골드스푼’은 구글 플레이 스토어 기준 매출액 순위에서 각각 3, 6위를 차지했다.

해당 앱들은 온라인 만남의 불안 요소로 꼽히는 익명성을 철저한 회원 관리 시스템으로 최소화했다고 내세운다. 하지만 이 앱들엔 수년 전부터 청년들에게 좌절감을 안겨온 ‘수저 계급론’이 반영됐다. ‘골드스푼’(금수저)이라는 이름이 이를 방증한다.

남성들은 자신의 수저를 증명하기 위해 연 수입과 직업, 자신이 가진 차량이나 강남 3구 아파트 거주 여부 등을 써낸다. 부모님 직업이나 가족 자산을 묻기도 한다. 모든 정보는 자동차 등록증, 부동산등기부등본 등 인증서류를 제시해 철저한 검증을 받는다.

여성은 요구 조건이 또 다르다. 자신의 사진을 올려 까다로운 가입 문턱을 넘은 남성들로부터 평가받아야 한다. 승무원, 아나운서 경력이 있거나 미인 대회 입상 출신 여성은 더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경제력과 외모 등을 종합한 점수는 N등급, N% 식으로 변환돼 앱 내에서의 자신의 위치를 보여준다.

남성에게 유독 엄격한 기준은 성비 불균형 현상에서 비롯된다. 데이터 분석업체 앱에이프에 따르면 주요 소개팅 앱 5곳(틴더·스카이피플·골드스푼·아만다·글램·정오의 데이트)의 평균 남성 비율은 81.97%로 조사됐다. 남녀 성비가 8.2대 1.8 수준인 셈이다. 남성 비율이 가장 높은 A사의 경우 91%에 달했다. 한 소개팅 앱 관계자는 23일 “여성 비율이 높을수록 ‘좋은 앱’으로 평가된다”고 설명했다.

국내 한 인기 소개팅 앱 광고 화면.

성별 간 다른 가입 기준이 설정된 이유는 무너진 성비뿐 만이 아니다. 사용자들의 요구도 한몫했다고 말한다. 최호승 스카이피플 대표는 “원하는 이성상이나 스펙, 가입 기준 등이 다르다 보니 현실적인 부분을 고려한 것”이라고 했다. 까다로운 가입조건을 내건 ‘쓰리콤마클럽’의 손영건 대표도 “이용자들에게 더욱 좋은 매칭 풀과 사용환경을 제공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실제로 ‘골드스푼’ 이용자 김준영(31)씨는 “보통 소개팅 앱은 사진과 기본 프로필로만 확인해야 해 어떤 여성이 나올지 몰라 불안한 면이 있었다”면서 “좋은 조건의 여성을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가입하게 됐다”고 말했다. ‘좋은 조건’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어리고 이쁜 분일수록 좋지 않겠느냐”고 답했다.

프리미엄 소개팅 앱이 고루한 성 역할관에 기반을 둔다는 비판이 나온다. 남성에겐 경제적 능력을, 여성 외모 강박을 부르는 시대착오적 구조라는 것이다.

한 인기 소개팅 앱 화면. 상대 이성의 사진 점수를 1점~5점 사이에서 매길 수 있다.

당신의 얼굴 점수는 몇 점인가요

프리미엄 앱과 달리 대다수 이용자를 겨냥한 데이팅 앱들은 어떨까. 이런 앱의 이용자들은 자신의 프로필 사진을 통해 이성에게 평가받는다.

예컨대 소개된 이성들의 사진을 쓱쓱 넘기며 1점부터 5점까지 점수를 매기는 식이다. 마음에 드는 사람을 발견하면 높은 점수를 주고 메시지를 보내고, 그렇지 않으면 낮은 점수를 줘 치우면 된다. 그야말로 외모 하나로 이성을 선택하는 상황인 것이다. 소개팅 앱의 본질은 결국 외모지상주의의 단면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도 그래서다.

임은정 심리상담가는 “파트너에 대한 구체적인 조건 설정이 대부분 외모와 연결될 수밖에 없다”며 “혼자서 어플로 상대를 판단하기 때문에 고민의 시간이 줄고, 빠른 선택이 이어진다는 것은 외모지상주의가 심화하는 측면을 방증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어느 세대보다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거부해온 MZ 세대들이 이런 소개팅 앱을 거부감 없이 쓰는 현상이야말로 MZ 세대의 보수적인 측면이 드러나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말한다. 한마디로 ‘MZ 세대의 역설’이라는 평가다.

MZ세대가 항상 진보적이거나 진취적인 것만은 아니며, 사안에 따라 보수적인 측면을 드러내기도 한다. 그 중 외모 평가에 대해서는 이전 세대보다 더 노골적이고 심한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앱 안에서만 평가하고 끝낸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게 익숙해지면 자신의 가치관에, 실생활에도 영향을 미친다”면서 “남자는 이렇고, 여자는 이래야 해 식의 잘못된 관념을 형성하거나 내적인 것보다 외모에만 너무 치중하지 않도록 좀 더 성숙한 태도를 갖기 바란다”고 말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
천현정, 박채은, 김미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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