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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농도 실험으로 위해성 밝혀질까… 과실 유무도 쟁점

SK케미칼·애경산업 가습기살균제 항소심 세 가지 쟁점

인체에 유독한 원료 물질로 만들어진 가습기 살균제를 유통·판매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SK케미칼·애경 전 대표와 임직원들이 1심 무죄를 선고 받은 지난 1월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조순미 씨가 선고 결과를 듣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뉴시스


가습기살균제 사건 항소심 재판부가 공판준비를 마치고 본격적인 재판에 들어간다. 재판부는 원료 물질의 위해성 여부와 피고인들의 과실 유무, 과실범의 공동정범 성립여부 등 세 가지 쟁점을 중점적으로 들여다보겠다고 예고했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윤승은)는 SK케미칼·애경산업 가습기살균제 사건의 항소심 재판에서 4명의 증인을 채택했다. 과학적 인과관계에 대해 증언할 전문가 2명과 피해자 2명이다. 검찰은 더 많은 전문가를 증인으로 신청했지만 재판부는 이들 대부분이 1심 때 법정에 섰기 때문에 추가로 신문할 필요는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일단 후속 연구 결과가 나왔다는 2명만 채택한다”고 했다.

검찰이 여러 전문가 증인을 신청했던 건 가습기살균제 원료 성분의 위해성 여부를 다투기 위해서다. 옥시 사건의 경우 제품 성분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의 위해성이 인정돼 관련자들이 형사처벌을 받았다. 하지만 SK케미칼·애경산업 가습기살균제 사건 제품 성분 중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은 폐질환이나 천식을 일으킨다는 점이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다는 게 1심 결론이었다.

검찰은 내년 봄에 결과가 나올 추가 실험 자료도 증거로 받아달라고 요구했지만 재판부는 현재 기준 최종 결과가 나온 연구 자료들로만 위해성을 판단하기로 했다. 재판부에는 CMIT·MIT 권장 사용량의 833배로 노출 조건을 올리는 실험과 기도에 해당 성분을 직접 떨어뜨리는 방식으로 조건을 변경한 실험 결과 등이 제출된 상태다. 다만 재판부는 “과학자가 아닌 입장에서는 어느 정도까지의 농도 실험을 용인해줘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며 “이런 실험이 타당한지를 살펴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가 꼽은 두 번째 쟁점은 수십년 전 가습기살균제를 제조·판매한 이들에게 과실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여부다. 제품이 출시된 당시 기술을 기준으로 피고인들에게 어느 정도의 주의 의무를 부과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재판부는 “만약 90년대에는 밝혀지지 않았던 과학적 인과관계가 있다는 게 지금 인정된다고 해도 법률적으로 어떤 주의의무를 전제로 상당성을 평가해야 하는지가 가장 어려운 부분”이라고 짚었다.

마지막은 법리적 쟁점이다. 재판부는 가습기살균제를 제조한 이들과 판매한 이들 사이, 성분이 다른 옥시 제품 관련자들과 이번 사건 피고인들 사이에 과실범의 공동정범 이론이 성립하는지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만약 옥시 관련자들과 공동정범으로 볼 수 없다는 판단이 나온다면 CMIT·MIT 성분 가습기살균제를 단독으로 사용한 피해자만 놓고 인과관계를 따져야 한다. 변호인 측은 “이 경우 공소시효가 이미 지난 것으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재판부는 우선 다음 달 26일 첫 공판기일을 열고 피해자 2명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하기로 했다. 다른 피해자들이 원할 경우 증인신문 절차가 아니더라도 진술 기회를 부여할 계획이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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