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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윤상의 세상만사] ‘리더’ 세 가지 조건


우리 몸의 모든 조직은 필요하지 않은 부분이 없고 각자에게 맡겨진 역할이 있지만, 가장 중요한 부분은 아마도 뇌일 것이다. 오늘날 과학의 발달로 몸의 많은 부분이 대체 가능해지고 있지만, 아직도 뇌를 대체할 수는 없고 앞으로도 오랫동안 그러리라 본다. 이토록 중요한 뇌는 놀라울 정도로 부드럽다. 뇌가 굳어서 딱딱하게 된다는 것은 결국 그 수명이 다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 사회의 리더는 그 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정해주고 중요한 결정을 내린다는 점에서 그 사회의 뇌와 같은 역할을 한다. 따라서 리더가 부드러울수록 새로운 정보와 생각을 잘 흡수하여 이를 바탕으로 정확한 판단을 하고 사회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갈 수 있다. 하지만 리더가 딱딱하게 굳어있을수록 그 사회는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결국 쇠락의 길만이 있을 뿐이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약한 것은 강한 것에 이기고, 부드러운 것은 굳센 것을 이긴다는 것을 천하에 알지 못하는 사람이 없지만, 능히 이를 행하지는 못한다. 사람도 태어날 때에는 부드럽고 약하나 그 죽음에 이르러서는 굳고 강해진다. 풀과 나무도 생겨날 때에는 부드럽고 연하지만 그 죽음에 이르러서는 마르고 굳어진다. 그러므로 굳고 강한 것은 죽음의 무리이고 부드럽고 약한 것은 삶의 무리이다”라고 했다. 리더는 부드러움을 행할 수 있어야 한다.

리더는 듣기를 먼저 할 수 있어야 한다. ‘聖(성스러울 성)’자는 그 옛날에 임금의 존칭으로 쓰였다. 현대적으로는 리더의 의미라고 볼 수 있다. 이 글자는 ‘耳(귀 이)’자, ‘口(입 구)’자, ‘王(임금 왕)’자가 합쳐진 글자다. 그런데 이 ‘聖’자의 뜻이 참으로 깊다. ‘耳’자를 먼저 쓰고 ‘口’자를 나중에 쓴 것은 우연한 일이 아니다. 듣는 것을 먼저하고, 말을 하는 것을 나중에 하라는 깊은 뜻이 있다.

‘聖人’은 먼저 다른 사람의 이야기와 역사의 소리, 진리의 소리를 조용히 듣는다. 모두 듣고 난 후에 입을 열어 말씀한다. 듣고 말씀하는데 가장 뛰어난 존재가 바로 ‘聖人’인 것이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바로 듣고 깊이 이해하려면, 많은 지혜와 체험과 사색이 필요하다. 지혜와 체험과 사색이 부족한 사람은 피상적으로 듣고 느낄 뿐이다. 귀가 있다고 들리는 것은 아니다. 들을 줄 아는 귀를 갖고 있어야 들린다.

리더는 한없이 내려갈 수 있어야 한다. 내려간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어떤 때는 죽는 것보다 더 어려울 때도 있다. 그러나 내려가기는 세상 사람들이 리더에게 요구하는 가장 큰 덕목이다.

내려갈 수 있다면 그것은 이미 올라간 것이다. 아니, 내려가는 것이 바로 올라가는 것이다. 비우고 내려놓으면서 자신의 잣대를 아는 이, 부단히 비우고 내려놓으면서 자신을 포기하지 않는 이, 끊임없이 비우고 내려놓으면서 항상 잠자는 영혼을 일으켜 세우는 이, 이렇게 내려갈 수 있는 사람은 이미 리더이다.

리더는 아무나 할 수 없다. 아무나 해서도 안 된다. 리더는 한 조직의, 한 사회의, 한 국가의, 더 나아가서는 지구촌의 운명을 좌우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엄윤상(법무법인 드림)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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