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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 매각 계약 연기될까…3년째 제자리걸음 ‘첩첩산중’

현대중공업이 건조해 2020년 인도한 17만4000㎥급 LNG운반선. 현대중공업 제공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간 인수·합병(M&A)이 3년 가까이 답보 중인 가운데 산업은행이 한국조선해양(현대중공업그룹 중간지주사)과 체결한 현물출자 및 투자계약 만료 기한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유럽연합(EU)을 비롯해 우리나라와 일본 경쟁당국에서 기업결합 심사가 마무리되지 않고 있어 다시금 계약기간이 연장될 것으로 보인다.

2019년 3월 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한국조선해양)이 대우조선해양 매각에 대한 본계약을 체결했지만 양사 M&A는 진척을 보이지 않고 있다. 기업결합 심사가 제자리걸음 중이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총 6개 경쟁당국으로부터 기업결합 승인을 받아야하는데, 현재까지 3개국에서 승인을 받았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28일 “현대중공업과 산업은행 간 이견이 있어 진척이 없는 게 아니기 때문에 계약기간은 다시 연장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물출자 및 투자계약은 오는 30일 만료된다. 최근 한영석 현대중공업 회장은 “현재 EU 등에서 진행되고 있는 대우조선해양과의 기업결합 심사는 연말까지 마무리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지만 계약이 연장되면서 연내 마무리는 어려울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업계에선 기업결합 승인 여부가 EU의 판단에 달렸다고 본다. EU는 세계 주요 선주들이 몰려 있는 지역인데다 경쟁법이 발달해 기업결합 승인을 다른 지역보다 더 꼼꼼하게 살펴보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EU는 독과점 우려를 이유로 대형 크루즈선사인 이탈리아 핀칸티에리와 프랑스 아틀란틱조선소의 합병을 최종 불허한 바 있다.

EU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으로 인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독과점에 우려를 제기하며 이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현대중공업에 요구했다. 영국의 조선·해운 분석업체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달 기준 올해 발주된 14만㎥급 이상 LNG선 38척 중 37척(97.4%)을 수주했을 만큼 LNG선 시장에서의 입지가 크다. 이 때문에 EU에서 기업결합을 승인해준다면 한국과 일본도 머지않아 심사를 마무리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재벌특혜 대우조선매각 저지 전국대책위원회 회원들이 28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열린 '대우조선 매각 중단 촉구 및 대우조선 노동자 상경투쟁 지지 전국대책위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하지만 기업결합 심사 외에도 경남, 거제 등 지역사회와 노동계에서 양사의 결합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다는 점도 넘어야할 산이다. 변광용 거제시장은 최근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낸 공개서한에서 “대통령이 매각을 철회하고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결단을 내려주시길 간곡히 진언한다”고 호소했다. EU가 기업결합 심사 과정에서 LNG선 독과점 해소 방안 제시를 요구한 만큼 이를 위해선 수주 제한, 사업 축소, 기술력 해외이전, 인적 구조조정 등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이과 관련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취임 4주년 간담회에서 “대우조선해양이 금융 지원 없이 독자 생존이 가능한 방법을 말한다면 직접 정부를 설득해서라도 (노조와 지역사회 등에) 건네주겠다”며 유감을 표명한 바 있다. 그러면서 “이번 거래가 틀어지면 대우조선 정상화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공정위의 빠른 판단을 촉구했다.

산업은행과 지역사회 및 노동계 간 갈등이 깊어지는 가운데 대우조선해양은 상반기에만 1조22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최근 후판값이 급등하며 조선 3사가 2분기에 일제히 공사손실충당금을 반영한 영향이 크지만, 그 이후에도 실적을 회복하지 못하면 대우조선해양의 독자 생존 가능성엔 의구심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양사 합병이 틀어진다면, M&A의 성사로 기대할 수 있는 공급 과잉 해소에 따른 경쟁완화 효과가 사라지거나 희석될 수 있어 과거와 같은 과당경쟁이 우려된다”며 “합병이 잘 이뤄졌으면 한다”고 밝혔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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