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약도 피하는데, 백신이라니” 임신부 불안


정부가 백신 접종 완료율을 높이기 위해 임신부와 12∼17세 소아·청소년에게도 백신을 맞히겠다고 발표했지만 정작 접종 대상자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본인뿐 아니라 자녀(태아)에게 부작용이 나타날까 우려하며 주저하는 분위기다.

다음 달 18일부터 임신부 접종이 시작된다는 소식에 임신 6개월차 양모(33)씨는 “주변에서 백신을 맞고 호르몬 이상 반응이 오는 것을 종종 봤다”며 “임신 중이라 호르몬 변화에 예민한데 최대한 지금 몸 상태를 유지해 출산하고 싶다”고 29일 말했다. 양씨는 모유 수유가 끝날 때까지 백신 접종을 미룰 계획이다.

임신부의 코로나19 위중증률은 가임기 여성(20∼45세)보다 6배 높아 접종의 이득이 더 크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하지만 산모들은 백신이 태아에 미치는 영향을 두고 충분한 연구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불안해하고 있다. 이들은 “설사 아이가 건강히 태어난다 해도 시간이 지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감기약 하나 먹는 것도 조심스러워 출산 100일이 지날 때까진 안 맞으려 한다”는 등의 이유로 백신 접종을 거부하고 있다.

미성년자 접종을 앞둔 부모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사춘기 아이들이 학교에서 주변 눈치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에 불안하다는 이유로 마냥 접종을 거부할 수 없는 처지다. 게다가 올해 2학기부터 전면등교가 확대된 상황이라 감염에 대한 불안도 가중되고 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홍모(40)씨는 “나야 눈 딱 감고 맞았지만, 아이한테까지 백신의 위험 부담을 지우는 게 맞는지 고민”이라면서도 “그래도 학교는 다녀야 하니까 접종시키는 방향으로 생각 중”이라고 했다.

백신 수급상황이나 수치 달성률 목표에 따라 1·2차 접종 간격을 고무줄 늘리듯 하는 양상도 ‘백신 불신’을 키운다는 지적이 나온다. 직장인 신모(28)씨는 백신 접종을 앞두고 있다가 최근 취소했다. mRNA(메신저 리보핵산) 계열 화이자·모더나 백신 접종 간격이 현행 6주에서 다음 달 11일부터 다시 4∼5주로 줄어들자 혼란이 커져 “아예 맞지 않겠다”는 것이다. 신씨는 “백신 접종 계획이 물량에 따라 오락가락하니 신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애초 정부가 백신 수급에 차질을 빚으며 3∼4주 접종 간격을 4주로 맞춘 뒤 다시 6주로 한시 연장했다가 또 조정하자 신뢰할 수 없다는 반응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의학적 기준보다 접종률이라는 숫자에 집착해 신뢰를 잃고 있다고 지적한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전반기 1차 접종률 30%, 추석 전 70% 같이 수치를 정해 놓고 접종 간격을 고무줄 늘리듯 하니 국민 불신만 커진다”며 “과학적 사고가 부족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그러면서 “후진국이나 다급한 나라들이 이런 식으로 조정해왔는데 자조적이긴 하지만 이게 우리나라 수준”이라고 씁쓸해했다.

박장군 신용일 기자 genera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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