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제재완화’에 美 “통일된 메시지”…종전 드라이브에 갈등 불거지나

北 ‘조건부 찬성’ 이후 한·미 엇박자
美 “先비핵화”에 이인영 “평화 입구”
北도 ‘온도차’…美 안보리 소집 비난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의 외교부·한국국제협력단·한국국제교류재단·재외동포재단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대북제재 완화 검토의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데 대해 미국이 북한의 도발 중단과 제재 이행에 방점을 찍은 ‘통일된 메시지’를 강조했다. 그동안 동맹 강화 기조에 따라 잠시 수면 아래로 내려갔던 한·미의 대북정책 이견이 우리 정부의 종전선언 제안과 북한의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 주장으로 다시 물 위로 불거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남북연락통신선 복원 이후 북한이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노골적으로 밀어붙이면 대북정책을 둘러싼 한·미의 갈등이 더욱 부각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 국무부는 정 장관이 지난 1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이제는 제재 완화를 검토할 때가 됐다”고 말한 데 대해 “국제사회는 북한이 도발을 중단하고,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른 의무를 준수하며, 미국과 지속적이고 집중적인 협상에 임해야 한다는 강력하고, 통일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논평했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정 장관 발언 당일 미 언론 포린폴리시(FP)는 국무부가 지난 4월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를 통해 “국무부가 유엔 회원국에 대북제재를 완전히 이행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걸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FP는 국무부가 동맹국에 제재 권한 하에서 추가 제재를 하라고 촉구하는 등 조 바이든 행정부가 무너진 제재망을 복원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우리 정부의 종전선언 제안과 북한의 화답 이후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 이행에서 한 목소리를 내던 한·미 양국 스탠스사 미묘하게 엇갈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은 이미 노무현정부 당시 ‘선(先) 비핵화-후(後) 종전선언’으로 못을 박았지만,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최근 유럽 출국 전 “종전선언은 평화의 입구”라며 먼저 종전선언을 이루겠다는 의지를 설파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지난 1일 일본언론 인터뷰에서 내년 2월 베이징동계올림픽을 관련 논의의 모멘텀으로 삼기 위해 북한의 올림픽 자격정지 징계에 대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관대한 조치를 호소했지만 미국은 베이징올림픽에 대한 ‘정치적 보이콧’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도 이런 한·미 양국에 각각 ‘온도차 대응’을 이어가고 있다. 2일에는 노동신문을 통해 금메달을 언급하며 북한의 올림픽 참가 노력을 꾀하는 우리 정부에 궤를 맞췄고, 3일에는 외무성 담화를 내며 북한 미사일을 겨냥한 미국의 유엔 안보리 소집을 “명백한 이중기준”이라고 비난했다. 앞서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남측에는 대화 재개를 예고한 반면 미국에는 “더욱 교활해졌다”며 적대시 정책 철회를 재차 요구했다.

통신선이 복원돼 남북 대화가 진전되면 북한의 요구가 더욱 노골화할 수 있고, 우리 정부가 북한의 입장을 갖고 미국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양국의 엇박자가 본격적으로 드러날 수 있다는 견해도 나온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이 자신들 요구사항을 남측과의 합의문에 담은 뒤 이를 대미 협상으로 가져가 적대시 정책 철회의 명분으로 쓰는 패턴을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한·미의 입장차도 더욱 확연해질 것으로 보인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남측에 이중기준 철회를 요구한 북한이 무기개발 5개년 계획에 따른 것이라며 이번 기회에 ‘도발의 일상화’를 완성하려 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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