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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영-김우형 “‘하데스타운’은 우리 부부에게 선물같은 작품”

10년 만에 같은 작품 출연… 남다른 호흡 보여주며 관객의 주목받아

뮤지컬계 배우 부부로 유명한 김선영(왼쪽)과 김우형은 신작 '하데스 타운'에서 하데스와 페르세포네 역으로 출연중이다. 지난 4일 서울 명동에서 만난 두 사람에게 ‘하데스 타운’ 출연에 대한 이모저모를 들어봤다. 권현구 기자

뮤지컬 ‘하데스 타운’은 올해 한국 뮤지컬계 최고의 화제작 중 하나다. 국내에서 코로나 팬데믹 이후 무대에 오른 드문 대형 뮤지컬 신작인 데다 2019년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 무대에 올라 그해 토니상 8관왕을 차지한 핫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9월 7일 개막 이후 순항 중인 ‘하데스 타운’에서 중년 부부 하데스와 페르세포네 역을 실제 부부인 김우형과 김선영이 맡아 남다른 호흡을 보여주는 것도 또 다른 화젯거리다. 대형 뮤지컬 단골 주역인 두 사람이 같은 무대에 출연한 것은 2011년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이후 10년 만이다. 지난 4일 서울 명동에서 만난 두 사람에게 ‘하데스 타운’ 출연에 대한 이모저모를 들어봤다.

부부를 사로잡은 ‘하데스 타운’의 매력

“결혼 이후 같은 작품에 출연하지 말자고 서로 정한 것은 아니었어요. 그저 감정 소모가 많은 역할을 맡으면 그 여파가 일상에까지 미치기 때문에, 집에서는 둘 다 편하게 쉬고 싶어서 자연스럽게 같은 작품 출연을 피했던 것 같아요. 다만 막연히 언젠가 같은 작품에 출연할 기회가 올 거로 생각했는데, ‘하데스 타운’이라는 좋은 작품을 함께 하게 됐죠.”(김선영)

‘하데스 타운’은 고대 그리스 신화 속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 그리고 하데스와 페르세포네 커플의 이야기가 현대적으로 재해석된 작품이다. 오르페우스 커플이 무모할 정도로 뜨거운 젊은이의 사랑을 보여주는 데 비해 하데스 커플은 한때 뜨겁게 사랑했지만, 지금은 권태기를 맞은 중년 부부다. ‘하데스 타운’의 국내 공연이 추진되면서 김선영이 주역급 가운데 거의 처음 캐스팅이 확정됐다면 김우형은 맨 마지막에 캐스팅됐다는 후문이다.

“선영 씨가 이미 캐스팅됐기 때문에 제작사(S&Co)의 (캐스팅) 제안이 제게 올 거라고는 생각 못 했어요. 대본을 읽어보니 너무나 좋은 작품이어서 바로 하고 싶었습니다. 다만 제 음역이 테너인 데 비해 하데스 역은 저음이라 소리를 무겁게 내기 위해 고민하며 답을 찾는 시간도 가졌는데요. 결과적으로 큰 공부가 됐죠. 이 작품을 하지 않았다면 여러모로 정말 후회됐을 거 같아요. ‘하데스 타운’은 우리 부부에게 선물 같은 작품입니다.”(김우형)

뮤지컬 '하데스 타운'의 한 장면. S&Co 제공

김선영은 1999년 뮤지컬 ‘페임’으로, 김우형은 2005년 뮤지컬 ‘그리스’로 데뷔했다. 그리고 2006년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일본 공연에서 남녀 주역으로 처음 만난 뒤 서로의 연기에 대해 조언해주며 연인이 됐다. 그리고 6년 열애 끝에 2012년 웨딩마치를 올렸다. 결혼 10년 차인 두 사람이 생각하는 ‘하데스 타운’은 매력은 무엇일까. 무엇이 부부를 10년 만에 같은 작품에 출연하도록 이끌었을까.

“그리스 신화를 토대로 만든 작품이지만 신화를 잘 몰라도 작품에서 사랑의 힘이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바로 알 수 있어요. ‘하데스 타운’은 우리가 살면서 필요한 용기와 희망의 토대는 사랑이라는 것을 말해줍니다. 여기에 단일 세트를 사용하지만 장면마다 바뀌는 독창적인 무대, 포크 음악과 뉴올리언스 재즈 등 다양하고 세련된 음악 등 어디서 볼 수 없는 스타일이라 눈을 뗄 수가 없어요.”(김우형)

“저도 우형 씨와 비슷한데요. 이 작품은 통쾌할 정도로 직접적으로 주제를 이야기해요. 우리가 살면서 희망을 품고 용기를 낼 수 있는 게 바로 사랑이 있어서라는 걸요. 저는 캐스팅 제안을 받을 때 초기의 거친 번역본을 읽으면서도 감동받아 울었어요. 관객분들도 이 작품에서 위로를 받기 때문에 좋아해 주시는 것 같아요.” (김선영)

두 사람이 ‘하데스 타운’에서 가장 좋아하는 노래로 극 중 마지막 곡이자 커튼콜 곡인 ‘잔을 높이 들어(I raise my cup to him)’를 꼽은 이유를 알 수 있을 듯하다. “~어두운 밤 노래하는 새 너흴 위해 건배/ 이 땅 위 그가 어딘가 홀로 방황해도 우리 노래 그를 따라가 위안을 주리~” 등의 가사가 깊은 울림을 주는 ‘잔을 높이 들어’는 부부만이 아니라 이 작품을 본 관객들에게도 인기가 있다.

그런데, 10년 만에 같은 작품에 출연하면서 어색하거나 힘든 점은 없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하필이면 권태기에 접어든 부부의 역할을 실제 부부가 연기하는 것이 어떤 느낌일지 흥미롭다.

뮤지컬 '하데스 타운'의 한 장면. S&Co 제공

“오랜만에 같은 작품에 출연하기 때문에 기대 반 걱정 반이었습니다. 저나 우형 씨나 작품에 들어가면 예민해지는 편이거든요. 하지만 막상 연습을 시작하자 둘 다 자연스럽게 배역에 빠져들었습니다. 10년 만에 같은 작품에서 상대역으로 만났지만, 위화감을 전혀 느끼지 못했어요. 어쩌면 처음 사랑에 빠지는 역할이면 조금 힘들었겠지만 오랜 시간을 함께한 부부 역할이기 때문에 몰입이 어렵지 않았던 것 같아요. 우형 씨를 비롯해 하데스 역에 캐스팅된 지현준 양준모 씨와도 자연스럽게 호흡을 맞추려고 노력했는데, 각각의 매력이 달라서 재밌었어요. 그런데, 본공연에서 우형 씨와 처음 함께 출연한 날 제가 너무 릴랙스 했는지 노래 가사를 두 소절 앞당겨 부르는 얼토당토않은 실수를 했어요. 관객은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저 스스로 깜짝 놀랐죠. 물론 그 이후엔 그런 일이 전혀 없습니다.” (김선영)

“연습을 시작할 때 다른 스태프와 배우가 저희를 부부라고 특별히 다르게 보거나 대우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기우였습니다. 저희 두 사람이 무대에서 오랫동안 활동해 왔기 때문에 각각 독립된 존재로서 보신 거죠. 제 경우 선영 씨와 오랜만에 호흡을 맞추면서 이런저런 추억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는 경험을 했습니다. 저희가 결혼 전 사귄 시간까지 포함하면 정말 오랜 시간을 함께했는데, 이번 작품을 하면서 그 시간을 되짚어볼 수 있었어요. 제게 깊은 감성을 느끼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정말 선물 같아요.”(김우형)

“욕심 버리자 더 많은 러브콜 들어왔다”

팬덤이 강력한 국내 뮤지컬계에서 과거에는 결혼이 배우의 커리어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하지만 김선영과 김우형은 결혼 이후에도 대극장 뮤지컬 캐스팅 영순위 배우의 위상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김선영은 여배우로서 출산으로 2005~2006년 공백기를 가졌지만, 복귀 이후 다양한 신작에 앞다퉈 캐스팅되고 있다.

“저는 ‘주제 파악’을 잘하는 편이에요. 배우로서 배역에 대한 욕심을 내려놓기 어렵지만 저는 본능적으로 정리를 해왔던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지킬 앤 하이드’의 루시와 ‘맨 오브 라만차’의 알돈자를 각각 2011년과 2014년 이후 하지 않았어요. 캐스팅이 들어오기도 했지만, 저보다는 후배가 하는 게 어울린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출산하고 복귀한 이후 새로운 작품들을 더 많이 하게 됐습니다. 내려놓으니까 더 잘 되는 것 같아요. 특히나 ‘잃어버린 얼굴 1895’ ‘보디가드’ ‘호프’ 등 여성 캐릭터 중심의 작품들을 원 없이 하고 있어서 너무 좋아요.”(김선영)

“선영 씨는 아내지만 선배로서 진짜 존경스러워요. 겸손하면서도 도전을 마다하지 않거든요. 선영 씨처럼 신작을 계속하며 자신만의 결을 만들어가는 배우는 흔치 않습니다. 어떨 때는 진짜 ‘무서운 여자’(?)라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김우형)

뮤지컬계 배우 부부로 유명한 김선영(왼쪽)과 김우형은 신작 '하데스 타운'에서 하데스와 페르세포네 역으로 출연중이다. 지난 4일 서울 명동에서 만난 두 사람에게 ‘하데스 타운’ 출연에 대한 이모저모를 들어봤다. 권현구 기자

뮤지컬 ‘하데스 타운’으로 10년 만에 같은 작품에서 상대 배역으로 출연한 부부는 감회가 남다른 듯했다. 여기에 지난 8월 배우와 스태프 23명의 코로나19 무더기 감염 사태를 겪었던 것도 ‘하데스 타운’을 특별하게 여기도록 만들었다. 당시 김우형도 확진돼 열흘간 생활치료센터에 열흘간 다녀와야 했고, 김선영은 음성이었지만 밀접접촉자여서 18일간 집에서 자가격리를 해야 했다.

“6살짜리 아들을 할머니에게 맡기고 부부는 각각 격리 생활을 하는 게 말도 안 되는 경험이잖아요. 셋이서 매일 영상통화를 하면서 시간을 보냈어요. 격리 끝난 뒤에 남편과 아이를 만나 셋이서 같이 펑펑 울었습니다. 올여름은 절대 잊을 수 없을 거 같아요.”(김선영)

“‘하데스 타운’ 배우들은 시작부터 팀워크가 좋았지만, 코로나19를 함께 겪으며 동지애가 생긴 것 같아요. 당시 단톡방을 통해 서로 이야기를 많이 나누면서 끈끈한 관계가 됐습니다. 또 결과적으로 ‘하데스 타운’의 개막이 2주 연기되면서 연습시간이 길어져 첫 무대부터 빈틈없는 공연을 펼칠 수 있었습니다.”(김우형)

오랫동안 많은 작품의 주역을 맡아온 두 사람이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배역은 무엇일까. 두 사람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곤 약속이나 한 듯 “연기를 할수록 어떤 작품이나 배역을 꼭 하고 싶다는 마음은 사라진다. 욕심을 내려놓아서인 것 같다. 다만 주어지는 역할을 통해 관객과 진실하게 소통하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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