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獨)한 것들] ‘라이카 시네마’라는 이름의 우주

연희동 최초의 예술영화관, 라이카 시네마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연희동에 위치한 복합문화공간 스페이스독. 라이카 시네마 홈페이지

우주에 간 개의 이름을 아시나요? 1957년 소련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2호에는 ‘라이카’라는 이름의 개가 타고 있었습니다. 세계 최초의 스페이스독이 우주에 간 것처럼 라이카와 같은 이름의 영화관이 지난 1월 연희동에 불시착했습니다.

라이카 시네마는 연희동 최초의 예술영화관입니다. 복합문화공간 ‘스페이스독’ 지하 1층에 위치해 있습니다. 연희동 토박이인 건축주 서기분 대표는 연희동에 영화관이 없다는 사실이 항상 아쉬웠다고 합니다. 여기에 젊은 사람들을 위한 창작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더해져 스페이스독과 라이카 시네마가 탄생하게 됐죠.

스페이스독 옥상 테라스

라이카 시네마의 매력은 한 공간에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지하엔 영화관이, 지상엔 카페와 스튜디오가 있는데 서로 우주라는 큰 틀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창작의 나래를 우주처럼 무한하게 펼칠 수 있는 환경입니다.

이곳에선 관객과 교감하는 기획전을 만날 수 있습니다. 라이카 시네마가 사랑하는 배우나 감독의 영화를 소개하는 기획전 ‘라이카 라이크’가 대표적인데요. 단순히 유명하고 인기 있는 영화가 아닌 라이카 시네마만의 시선이 담긴 작품을 소개합니다. 취향이 묻어난 작품을 상영함으로써 관객들은 ‘영화 편집숍’을 방문한 듯한 느낌을 받죠.


라이카 시네마 문유정 이사와의 만남을 통해 더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 독(獨)한 것들 독자분들께 이사님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라이카 시네마 총괄 운영과 프로그래머를 겸하고 있는 문유정입니다. 영화관에서 운영하는 모든 프로그램의 기획과 진행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 이사님은 영화를 전공하셨고, 영화사에서 마케팅 업무도 하셨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예술영화관인 라이카 시네마 운영에 참여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사실 엄청난 계기는 아니예요. 좋은 기회를 소개받은 거죠. 제가 투자배급사에 있었지만 그 전에는 수입 영화사에 있었고, 예술영화 제작 업무도 해봤거든요. 멀티플렉스가 아닌 예술영화관에서 소개하고 싶은 영화를 상영하고 커뮤니티를 만들어가는 게 재밌는 일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있었어요.

▶ 코로나19로 영화업계 자체에 어려움이 찾아왔어요. 특히 독립·예술영화계는 더 타격이 컸습니다. 특이하게도 라이카 시네마는 코로나19가 심각한 상황에서 개관했어요. 문을 연 지도 벌써 반 년이 넘었는데, 실제로 영화관을 운영해보니 어떠신가요?
사실 작년에 개관했어야 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개관을 계속 미뤄왔어요. 준비를 모두 끝내고 코로나 종식만을 기다리고 있으니 현실적으로 운영을 진행하는 게 더 나은 상황이 됐죠. 그래서 2021년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개관해야겠다는 마음가짐이었어요.
개관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가 계속돼 한 번도 전석을 운영하지 못했어요. 좌석의 절반은 한 명도 앉지 못한 새 의자인 셈이죠. 개관 전만 해도 올 여름쯤이면 사람들을 많이 맞이할 수 있을 줄 알았어요. 그게 안 된 점이 아쉽죠. 내년을 기약하고 있습니다.

10월 단편영화 기획전. 라이카 시네마 홈페이지

▶ 영화관의 규모가 크지 않다 보니 상영할 수 있는 영화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을 텐데요. 영화관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입장에서 상영 영화를 선택하는 기준이 무엇인지 궁금해요.
라이카 시네마에 오시는 분들이 예술영화를 좋아하시긴 하지만 항상 예술영화만 찾아다니시는 건 아니에요. 저희 공간을 통해 예술영화를 처음 접하신 분들도 많고요. 그래서 난해한 영화보다는 좀 더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영화를 소개하려고 해요. 극장 초창기이기도 하다 보니 진입장벽이 낮은, 대중성 있는 예술영화를 고르려고 노력합니다. 그리고 저희와 상생하는 업계인 한국 독립영화도 많이 편성하려고 합니다.

▶ 매달 상영하는 단편 기획전이 눈에 띄어요. 꾸준히 단편을 상영하시는 이유가 있나요?
예술영화관이나 영화제에서는 단편영화 서너 편을 카테고리화해서 상영하는 경우가 많아요. 단편 영화를 꼭 묶어서 상영해야 할까, 장편영화 보듯이 한 편씩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시작하게 됐어요. 처음에는 10여 분 되는 짧은 영화 하나를 보러 사람들이 올까 싶었는데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찾아와주고 계세요.
단편 기획전 같은 경우는 경험을 위한 영화의 측면이 있다고 생각해요. 새로 생긴 이 공간을 방문하려고 2시간 길이의 영화를 관람하는 것이 부담이 될 수 있잖아요. 그런데 단편영화는 20, 30분 정도만 투자하면 이 극장을 전부 경험할 수 있어요. 그런 부분에서 장편만큼이나 단편을 선호하시지 않나 싶습니다.

크리스티안 페촐트 감독전. 라이카 시네마 홈페이지

▶ 단편 기획전 외에도 라이카 시네마만의 다양한 기획전이 있어요. 기획전은 영화를 묶고 콘셉트를 기획하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개별 영화 상영 이상이 아닐까 싶어요. 기획전을 구성할 때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해요.
기획전 상영은 결국 관객분들이 우리를 좀 더 찾을 수 있게끔 하기 위해서예요. ‘이 영화를 보려면 라이카 시네마에 가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하는 것이 중요하죠. 사람들의 관심을 끌 만한 기획전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 그렇다면 라이카 시네마에서 꼭 상영하고 싶은 영화나 기획전이 있나요?
개인적으로 에릭 로메르 감독의 영화를 꼭 상영하고 싶어요. 프랑스에 직접 컨택하는 것이 쉽지 않아 아직 실현하지 못했어요. 그리고 저희 공간 이름과 동일한, 스페이스독 라이카를 다룬 장편 다큐멘터리 작품이 있어요. 한국에 개봉하지 않은 작품인데 기회가 된다면 상영하고 싶습니다.

라이카 시네마 상영관

▶ 앞서 말씀하셨다시피 코로나19로 인해 영화관이 수용할 수 있는 인원 자체가 줄어 재정적인 문제도 고민이 되실 것 같아요. 이 부분은 어떻게 해결해가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사실 단편영화 상영도 관객 수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되었어요. 자투리 시간에도 영화를 상영해 조금이라도 수입을 얻으면 도움이 되니까요. 그리고 모든 예술영화관은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지원금을 받아 운영하고 있어요. 저희는 운 좋게도 올해부터 바로 지원금을 받아서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다른 예술영화관과의 협업을 통해 서로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가고 있어요.

▶ 팬데믹 상황이 길어지면서 사람들이 영화를 소비하는 방식도 변했습니다. 온라인 영화 소비가 늘어나면서 OTT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영화관이 설 자리는 점점 줄어들고 있는데요. 그럼에도 관객들이 라이카 시네마를 방문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가치나 경험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극장과 OTT를 통해 영화를 보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고 생각해요. 극장은 방문 그 자체부터 경험이 되니까요. 저는 이곳을 찾아오고 싶은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어요. 말씀하신 대로 영화는 어디서든 볼 수 있으니까요. 사람들이 이곳에 오게 만들려면 공간 자체가 호기심이 느껴지고 매력적으로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건물을 지을 때부터 깔끔하고 트렌드에 맞게 지을 수 있도록 노력했죠.
보통 예술영화관이라고 하면 멀티플렉스와 비교했을 때 낮은 퀄리티를 가졌다고 생각하잖아요. 그래서 저희는 작은 극장이지만 설비·시설을 멀티플렉스와 비교해도 손색없게 구성했어요. 아트모스 시설을 갖춘 것도 이런 이유죠. 그리고 적은 좌석이지만 사석이 없어요. 어느 자리에서든 명당처럼 보실 수 있어요. 여기까지 찾아오셨으니 좀 더 좋은 환경에서 관람하실 수 있게끔 상영관 설비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집에서 보는 것과 달라야 하잖아요. 무엇보다 영화관이 영화관다워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 마지막으로 라이카 시네마가 관객들에게 어떤 공간이 되었으면 하는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영화를 검색하고 그 영화를 상영하는 극장에 가잖아요. 저는 언젠가 사람들이 라이카 시네마에서 상영하는 영화는 믿고 보도록 신뢰가 생겼으면 좋겠어요. 그저 영화만 틀어주는 곳이 아니라 영화를 큐레이팅하고, 소개해 준다는 개념이 되면 좋을 것 같아요. 저는 전부터 “나 어떤 영화 봤어”보다 “나 라이카 시네마 다녀왔어”라는 식으로 자랑할 만한 공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거든요.


라이카 시네마 (LAICA CINEMA)
http://laikacinema.com/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연희로 8길 18, 스페이스독 지하 1층


김수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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