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 인간적 매력에 압도…내면 묘사 뛰어난 하루키 작품 영화화 부담”

‘드라이브 마이 카’ ‘우연과 상상’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 기자회견

8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KNN시어터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하마구치 류스케(가운데) 감독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 소설을 영화로 만드는 것, 당연히 부담 있었죠. 내면 묘사가 뛰어난 하루키 작품의 핵심을 영상으로 표현하기 위해 여러 변형을 시도했습니다.”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와 ‘우연과 상상’으로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BIFF)를 찾은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이 8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KNN시어터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번 영화제에서 최고 화제작인 갈라 프레젠테이션 부문에 소개된 ‘드라이브 마이 카’와 ‘우연과 상상’은 올해 각각 칸영화제 각본상, 베를린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했다. 그 중 ‘드라이브 마이 카’는 하루키의 단편소설집 ‘여자 없는 남자들’ 속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하마구치 감독은 “하루키 작품은 기본적으로 영화화하기 어렵다”면서 “문학작품을 영화로 만드는 건 어떤 작품이든 어렵겠지만 하루키 작품의 매력이 인간 내면에 대한 묘사이기 때문에 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선 “하루키의 장편들은 현실과 비현실을 오가는 이야기가 많은데 ‘드라이브 마이 카’는 현실적인 묘사가 많아 영화화하기에 비교적 수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영화 속 인물에 입체감을 입히기 위해 다른 작품의 내용을 부분적으로 가져오기도 했다. 그는 “‘드라이브 마이 카’뿐만 아니라 ‘셰에라자드’ ‘기노’ 등 같은 소설집 속 다른 작품들에서도 내용을 가져왔고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도 참고했다”고 말했다.

전날 봉준호 감독과 가진 ‘스페셜 대담’ 행사에 대해 그는 “꿈같은 시간이었다”는 소감을 밝혔다. 하마구치 감독은 “몸이 피곤한 상태였는데 봉 감독의 시선과 질문에 굉장히 용기를 얻으면서 열심히 답변했다. 저를 포근히 감싸주는 느낌이었다”면서 “영화감독으로서 존경해왔다. 어제처럼 길게 이야기 나눈 건 처음이었는데 인간적인 매력에 압도당했다”고 말했다.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팬으로서 함께 이야기를 한 점, 봉 감독과 사적인 대화를 나눈 점이 특히 기뻤다는 소회도 전했다.

하마구치 감독은 ‘드라이브 마이 카’ 촬영을 위해 2019년 부산을 찾기도 했다. 소설 원작은 도쿄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지만 자동차씬 등을 찍기에 도쿄는 적합하지 않아 다른 지역을 알아보던 중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해외 촬영이 어려워져 영화에선 부산이 아닌 히로시마가 배경으로 선택됐다.

하마구치 감독은 “만약 부산에서 촬영이 이뤄졌다면 히로시마 평화 기념공원 대신 부산 영화의전당이 등장했을 것”이라면서 “영화의전당을 ‘연극의전당’으로 설정하고 주인공이 부산국제연극제에서 연극을 올리는 장면, 자동차를 타고 광안대교를 달리는 장면 등을 찍으려 했다”고 말했다. 이어 “부산으로 헌팅을 많이 와봤기 때문에 언젠가 부산을 무대로 영화를 찍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해에 유럽의 큰 영화제에서 두 개의 작품으로 두 번이나 수상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소감을 묻자 하마구치 감독은 “굉장히 기쁘다. 하지만 상이라는 건 ‘어쩌다보니 돌아가는 것’ 아닌가 싶다. 수상의 기회가 와서 감사하다고 생각하지만, 수상 여부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 편”이라며 말을 아꼈다.

부산=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