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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돋보기] 오른쪽 아랫배 심한 통증, 맹장염?…“대장 게실 때문일수도”

무리한 다이어트, 식이섬유 섭취 부족 등 탓

방치했다간 ‘복막염’ 진행…장 잘라낼 수도

운동, 체중조절, 금연 등 필수

고려대 안산병원 제공


참을 수 없을 정도의 복통이라 하면 주로 충수염(맹장염)을 떠올리게 된다. 때때로 드라마에서 오른쪽 아랫배를 움켜잡고 고꾸라지는 주인공이 병원을 찾으면 진단받게 되는 질환이다. 이런 충수염 증상과 비슷하면서 전혀 다른 질환이 있는데, 바로 ‘대장 게실염’이다.

게실(憩室)은 대장의 점막층과 점막하층이 대장벽을 둘러싸고 있는 근육층 중 약해진 부분을 통해 대장 바깥쪽으로 주머니(풍선)처럼 돌출된 상태를 말한다. 이 게실에 대변이나 음식물 찌꺼기 같은 물질들이 끼어 염증을 일으킨다.
왼쪽과 오른쪽 대장에 모두 생길 수 있지만 한국인에서는 우측 대장에 생기는 경우가 더 흔하다.

선천적으로 생긴 게실은 그 원인이 밝혀져 있지 않지만 후천적인 게실은 대장 내 압력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즉, 대장 내 높은 압력이 대장벽을 압박해 게실을 발생시킬 확률을 높인다는 것이다.

고려대안산병원 소화기내과 김동우 교수는 10일 “특히 평소 식습관이 영향을 줄 수 있는데 섬유질을 충분히 섭취하지 않으면 변비가 생겨 대변을 배출하기 위해 더 많은 압력을 대장 내에 가하면서 게실을 발생시킬 확률을 높일 수 있다. 또 설탕, 아이스크림, 탄산음료 등 ‘단순당’ 식품을 많이 섭취하는 사람은 장내에 유해균이 증식해 장내 가스가 발생하고 대장 내 압력이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이렇듯 고지방, 고단백 식단과 함께 줄어든 섬유질 섭취, 이른바 서구화된 식습관이 여러 소화기 질환들을 야기하는데 게실염도 그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노화로 인한 장벽 약화도 원인 중 하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진료 통계에 따르면 게실염으로 병원을 찾은 사람은 2015년 4만4591명에서 2019년 5만9457명으로 33.3% 가량 늘었다.
성별로는 2019년 기준 여성 환자가 61.6%로 남성 38.4%보다 배 가까이 많았다. 연령별로는 50대 20%, 40대 18.6%로 가장 비중이 컸지만 전 연령대에서 고르게 발생했다.

게실의 존재 자체만으로는 특별한 증상을 유발하지 않지만, 게실염으로 진행되면 여러 증상이 생긴다. 대표적으로 바늘이 아랫배를 콕콕 찌르는 듯한 통증과 함께 발열, 오한, 설사, 구역질 등이 있다. 추가로 혈변이 나타나기도 하는데 게실 내 소혈관이 염증으로 인해 손상돼 출혈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세란병원 외과 정홍규 전문의는 “초기에 발열, 변비나 설사, 하복부 통증 등의 증상이 있지만 매우 경미하거나 아예 없다고 느끼기 쉽다. 대장내시경검사 중 우연히 발견되는 사례가 많고 다른 질환으로 혼동하는 경우도 흔하다”고 말했다.

특히 충수염은 게실염과 증상이 비슷해 구분하기 어렵다. 충수염의 경우 처음에는 명치 부분이 체한 듯 거북한 느낌이 들고 소화불량, 메스꺼움 등 증상이 나타나다가 1~2일 경과 후 오른쪽 아랫배로 통증이 옮겨가는 반면 게실염은 전조 증상 없이 하복부에 통증이 발생하는 것이 차이점이다.​

게실염의 염증이 심해지면 천공(구멍)이 생겨 변과 세균이 복강 내로 노출되고 복막염이 발생할 수 있다. 복막염은 사망에 이르게 할 수도 있는 심각한 질환이므로 특히 주의해야 한다.
게실염은 수 일간 항생제 치료를 받으면 약 70~80%는 호전된다. 몇 주 후 염증이 가라앉으면 대장내시경이나 대장조영술을 시행해 상태를 확인하면 된다.

금식과 항생제에 반응이 없는 경우나 게실염 합병증인 농양, 천공, 복막염 등이 나타나는 경우에는 수술이 필요하다. 약 30% 정도는 5년 내에 재발한다. 재발이 잦은 경우에도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섬유질이 풍부한 과일과 채소 등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게실염을 예방하는 데 도움된다. 특히 현미와 같이 도정이 덜 된 곡류가 좋다. 또 육류의 과다섭취를 피하고 다량의 섬유질 섭취와 함께 매일 1.5ℓ 정도의 물을 마셔 부드러운 변을 형성하는 것이 좋다. 변비를 막고 규칙적인 배변 습관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한다.

김 교수는 “평소 섬유질이 많은 과일과 채소를 충분히 섭취해 장 건강을 지키는 것이 게실염 예방에 좋다. 게실염은 방치하면 복막염 등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전문의 진단 하에 빠른 치료가 필수적”이라고 당부했다.

세란병원 정홍규 전문의도 “무리한 다이어트와 흡연, 비만 등이 게실염의 위험인자가 되기 때문에 배달 음식을 줄이고 적절한 식이조절과 운동으로 체중 감량하기, 금연 역시 꾸준히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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