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경제] 文 정부서 급증한 근로장려세제, 근로 유인 안 한다고?

문재인정부 때 지급 대상·규모 급격히 확대


‘일을 하면 세금을 돌려드립니다.’ 근로장려세제(EITC)는 차상위계층에게 근로소득에 따라 근로장려금을 세금 환급 형태로 지급하는 제도다. 근로능력 빈곤층의 근로를 유인하고, 실질 소득을 제공해 소득재분배 효과를 이끌어낸다는 점에서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제도로 평가된다.

문재인정부는 소득재분배 정책 중 하나로 EITC 제도를 적극 활용했다. 그 결과 현 정부 들어서 EITC 대상자와 지급 규모는 3배 이상 확대됐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7월 발표한 문재인정부 마지막 세법개정안에서도 어김없이 EITC 대상을 확대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하지만 EITC 제도의 급격한 확대 속에서 해당 정책을 재점검해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정말 EITC가 빈곤층의 근로를 유인하는지, 지급 과정에 허점은 없는지, 기존 복지·고용 정책과의 조화는 잘 이뤄지는지 등이다.

한국에서 10살 넘게 먹은 EITC

EITC는 1975년 미국 닉슨 정부 때 처음 도입됐다. 당시 미국은 빈곤 문제를 해결하고자 기본소득 지급을 포함한 다양한 대책을 두고 고민했다. 이때 무조건적인 복지는 근로의욕을 꺾을 수 있다는 우려도 비등했다. 이렇게 해서 등장한 것이 EITC다. EITC는 대부분 복지제도의 한계로 꼽히는 근로의욕을 저해하는 문제를 해소하기 때문이다. 이후 미국 정부는 공화당·민주당을 막론하고 지속적으로 EITC 대상을 확대하고 지급액을 늘려왔다.

영국, 프랑스, 캐나다, 뉴질랜드 등도 유사한 제도를 도입했고, 한국은 아시아권에서 최초로 2009년 EITC 제도를 도입했다. 이때 한국의 사회안전망은 기존 사회보험·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로 구성된 이중 구조에서 근로 빈곤층 지원을 위해 EITC를 추가한 삼중 구조로 확충됐다고 평가받는다.

초기 EITC는 총소득요건, 부양자녀요건, 주택요건, 재산요건을 모두 충족할 경우에만 신청할 수 있도록 해 수급요건이 엄격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다만 점차 지급 대상과 금액 요건을 완화했고, 결과적으로 2012년 등 일부 시점을 제외하고는 EITC 신청 및 수급 가구는 꾸준히 증가했다.

EITC가 전성기를 맞은 것은 문재인정부 들어서다. 문재인정부는 2018년 저소득층 일자리·소득지원 대책 중 하나로 EITC를 대폭 확대했다. 구체적으로 2018년 단독가구의 수급연령 요건(30세 이상)이 2019년부터 폐지됐고, 소득 요건이 완화됐다. 또 최대지급액도 상향조정됐으며, 근로소득자에 한해 반기별 지급이 가능하도록 지급방식도 개편했다. 올해 세법개정안에서도 최저임금 인상과 기준 중위소득 인상 등을 고려해 EITC 소득상한금액이 각 200만원씩 상향 조정됐다.

결과적으로 2018년 179만3000가구에 1조3381억원이 지급됐던 근로장려금은 2019년 410만2000가구에 4조5049억원이 지급됐고, 지난해에는 총 431만9000가구에 4조4683억원이 지급됐다. 불과 3년 만에 지급 대상과 지급액이 3배 이상 불어난 것이다.

EITC에게 남겨진 과제

하지만 EITC가 정말 근로를 유인하는지에 대한 의구심 섞인 목소리가 적지 않다. 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근로 빈곤층에 대한 근로장려세제의 효과 분석’이라는 보고서를 냈는데, 분석 결과 기초생활보장 수급 빈곤 가구에 대해 근로장려금이 추가적인 근로유인 효과를 제공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상대적으로 근로 능력이 있는 이들에 대한 근로유인 효과는 있을 수 있지만, 기초생활수급 빈곤 가구는 유의미한 영향이 없다고 판단 내렸다.

이와 유사한 지적은 과거부터 꾸준히 있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11년 ‘근로장려세제 운영실태 조사결과 및 개선방안’이라는 제목의 현장조사보고서를 발간했는데, EITC의 취지 중 하나인 차상위 근로 빈곤층의 근로유인 효과는 크지 않거나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저소득근로자들이 일자리가 있는데도 일부러 근로하지 않는 것으로 보기도 어렵고, 근로장려금을 지급한다고 해서 제한됐던 일자리가 추가로 창출되는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다만 근로장려금이 근로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보조금 역할을 한다며, 제도명을 ‘근로장려세제’에서 ‘소득활동지원세제’로 변경할 것을 제안했다.

지원이 급격하게 확대되는 과정에서 나타난 허점들도 있다. 일단 고소득자 수급 문제다. 근로장려금이 연소득 기준으로 지급되면서 12월에 취업한 고소득자가 근로장려금을 수령하는 경우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이에 ‘연봉 환산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급 번복 문제도 꾸준히 제기된다. 지난해 국세청이 이미 지급한 근로·자녀 장려금 중 87억원을 환수한 것으로 조사됐는데, 이는 전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한 규모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이와 관련해 “수급 요건을 세밀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실시간 소득 파악 및 인별 소득정보 관리 체계의 구축·운영 등 관련 행정시스템의 정비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기존 복지·고용 정책과의 조화도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기초생활수급 가구에 대한 근로장려금이 근로를 유인하지 못한다면, 다른 전략을 고민해야 할 수 있다. 최저임금 인상과 EITC 대상 확대의 제도적 결합에 따른 효과를 분석해야 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이밖에 부정기적으로 법률을 개정하는 방식보다는 총소득요건에 물가 및 최저생계비 수준을 자동 반영할 수 있도록 물가연동제 개념을 활용하자는 이야기도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EITC 관련 우려들을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차상위계층에 그냥 무조건적으로 현금을 주는 것보다는, 근로할 경우 그에 맞춰 지원금을 준다는 측면에서 효용성이 높은 제도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다음 정권에서 관련 제도 보완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할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세종=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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