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의무화 반대’ 플로리다·텍사스의 수상한 반전


미 연방정부의 코로나19 방역지침에 노골적으로 반기를 들고 있는 플로리다주(州)와 텍사스주(州)에서 신규확진자가 급감하고 있다. 이들 지역은 마스크나 백신 의무화 조치를 반대해왔고, 델타 변이가 확산한 지난여름 이후 의료시스템 마비 등의 최악 사태까지 맞으며 코로나19 최대 핫스폿으로 떠올랐었다.

전문가들은 백신 접종률이 조금씩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람이 워낙 많아 최악의 상황을 넘긴 것뿐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이들 지역에서의 극적인 진정세가 마스크 및 백신 의무화를 둘러싼 갈등을 더욱 키울 우려도 제기됐다.

플로리다주의 최근 일주일 평균 하루 신규감염자 숫자는 12일(현지시간) 현재 2578명(뉴욕타임스 집계 기준)이다. 텍사스도 같은 기준 신규확진자가 7232명이다. 이들 지역의 확산세가 줄면서 미국 전체 수치(8만9526명)도 감소하고 있다. 플로리다와 텍사스 지역은 지난여름 미국 전역에서 발생한 코로나19 신규감염의 절반 가까이 차지할 정도로 확산세가 심각했었다.

인구 10만 명당 신규 확진 수치를 봐도 플로리다와 텍사스의 코로나19 진정세는 확연하다. 플로리다는 10만 명당 12명으로 최하위권이고, 텍사스도 25명으로 미국 평균(27명)은 물론 뉴욕주(26명)보다 낮다.

에릭 솔로몬 박사는 “많은 백신 접종이 이뤄졌고, 동시에 많은 사람이 바이러스에 감염됐다”며 “바이러스가 감염시킬 수 있는 사람이 적어졌기 때문에 확산을 적게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플로리다와 텍사스 지역은 그러나 신규 확진자 진정세와는 달리 치명률이 여전히 우려스러운 수준이다. 인구 10만 명당 사망자는 플로리다가 0.70명, 텍사스가 0.83명으로 미국 평균(0.56명)보다 높다.

이들 지역이 백신 접종률을 높였더라면 최소 2만 명 이상의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플로리다와 텍사스가 7월 말까지 백신 접종 상위 5개 주 수준의 접종률을 보였더라면 입원 환자 9만5000명, 사망자 2만2000명 이상을 줄일 수 있었다는 것이다.

프라타 사 예일대 공중보건학과 교수 등은 7월 말까지 백신 접종률이 성인인구 74%에 도달했을 때를 가정해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주장했다. 당시 플로리다와 텍사스 백신 접종률은 성인 기준 59.5%, 55.8%에 그쳤다. 이 논문은 지난 7일 의학저널 란셋에 등재됐다.

그러나 플로리다와 텍사스 주 정부는 최근 감소세에 힘입어 연방정부의 방역 조치를 무력화하려는 시도를 강화하고 있다.

AP통신은 플로리다주 보건부가 “백신 접종 증명서를 요구해 주법을 위반했다”며 레온 카운티에 벌금을 부과했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마스크 및 백신 의무화 조치를 따랐다는 이유로 벌금을 받은 것이다. 플로리다주가 정부와 민간 기업 등에 부과한 벌금 규모는 350만 달러에 달한다. 앞서 론 드샌티스 주지사는 코로나19 방역 의무화 조치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하면 5000달러의 벌금을 부과하는 행정명령을 내렸었다.

민주당 소속 플로리다 로레인 오슬리 상원의원은 “믿을 수 없는 일”이라며 “주 정부가 시민에게 봉사하고 전염병을 막으려는 민간 기업과 지역사회를 괴롭히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레그 애벗 텍사스주지사도 전날 민간 기업을 포함한 모든 조직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지 못하도록 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연방정부는 100인 이상 사업장에 대해 의무적으로 백신을 맞거나 매주 감염 검사를 하도록 했는데, 이를 금지한 것이다.

애벗 주지사는 “백신이 필요한 이들에게는 접종할 것을 강력히 권하지만, 모든 텍사스 주민의 자유의사에 맡겨져야 한다”고 말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애벗 주지사 결정에 대해 “시민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다. 자신의 정치를 위한 것”이라며 “모든 공중보건 데이터와 반대되는 선택”이라고 비판했다.

전문가들도 우려를 나타냈다. 스콧 고틀리브 전 미 식품의약국(FDA) 국장은 “델타 확산이 국지적인 양상으로 나라를 다 휩쓸 때까지 여전히 두어 달 더 남았다. 추운 지역에서 감염자 증가가 나타나고 있다”며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실내로 밀려 들어가면서 감염자가 증가하는 것을 보기 시작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도 “이 나라에는 여전히 백신 접종 자격이 되는데 맞지 않은 약 6800만 명이 있다”며 “미접종자들의 압도적 다수가 백신을 맞을 필요가 있다. 그러면 재확산을 보지 않을 것이라고 상당히 자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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