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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살 때 아닙니다. 내년에 떨어져요” 하박 김 교수의 예상

[인터뷰] 김경민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김경민 서울대 교수는 주택을 저렴하게 대량으로 공급하겠다는 주요 대선 후보들의 부동산 공약에 대해 “실현 가능한 숫자를 가지고 실현 가능한 위치에 대해 얘기해야 한다”며 “정책 철학이나 면밀한 고민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권현구 기자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로 선출된 이재명 경기지사의 첫 일성도,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1호 공약도 ‘부동산’이었다. 150일도 채 남지 않은 차기 대통령선거에서 부동산 문제가 민심의 향방을 가를 최대 이슈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경민(49)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와 함께 여야 유력 주자인 이재명 후보, 윤석열 전 검찰총장, 홍준표 의원의 부동산 공약을 살펴보고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대선 이후의 부동산 시장 전망에 대해 들었다.

김 교수는 미국 하버드대 도시계획·부동산학 박사 출신으로 보스턴 부동산 리서치 회사에서 근무하며 세계 주요 도시의 오피스 마켓을 분석해 실물 부동산에도 밝다. 부동산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는 ‘하박’(하버드 박사)으로 통한다. 김 교수는 서울의 평균 땅값과 용적률, 건축비, 공용면적 등을 고려해 몇 평의 땅에 전용면적 25평과 33평짜리 아파트 몇 세대가 가능한지 시뮬레이션해 보이며 후보별 공급 공약의 실효성을 검증했다.

-여야를 막론하고 부동산 공약의 방점은 공급 확대에 있다. 문재인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한 반작용일 텐데,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나.

“대실패다. 지나치게 자만했거나 아니면 몰랐거나. 임대차 3법이 결정적인 패착이었다. 취지에는 찬성하지만 시점이 잘못됐다. 전셋값을 끌어올리는 법이기 때문에 매매가가 안정됐을 때 시행했어야 한다. 그런데 데이터를 보면 서울은 2015~18년 공급이 약간 줄었지만 19~20년에는 공급이 없지 않았다. 19~20년의 폭등은 정책 실패와 과도한 유동성이 문제였다.”

-공급이 부족하지 않다는 말씀인데,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공약에 ‘임기 내 250만호 공급’이라며 250만호라는 숫자가 공통으로 등장한다.

“문제 있는 공약이다. 지금 상황에선 무조건 공급하겠다는 액션을 취하는 게 맞지만 실현 가능한 숫자를 말해야 한다.”

-너무 많다는 건가.

“지나치게 많다. 노태우정부 때 1기 신도시 조성으로 공급한 물량이 200만호였다. 지금 어떻게 250만호를 하겠나. 공급이 필요한 건 수도권이다. 지방 광역시에는 미분양이 나오는데 그 정도 물량 폭탄이 전국에 쏟아지면 주택시장이 장기간 정체‧하락했던 1990년대 상황이 재현될 것이다.”


-이재명 후보의 핵심 공약인 ‘기본주택’ 100만호 공급은 어떻게 평가하나. 무주택자는 누구나 월 60만원 정도를 내면 역세권의 30평대 아파트에 30년 이상 살 수 있다는 건 솔깃하다.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면 좋지만 30평형대 월부담 가격이 지나치게 낮아 현실성이 의심된다. 토지임대부와 지분적립형으로 해도 계산이 잘 안 나온다. 철도차량기지를 활용하겠다고 했는데 이 정도 공약이라면 구체적으로 어느 지역에 어떻게 공급할 것인지 숫자로 명확하게 유권자를 설득해야 한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대표 공약은 ‘청년원가주택’이다. 무주택 청년 가구가 분양가의 20%만 내고 들어가 살다가 5년 이상 거주한 뒤 국가에 매각하면 국가가 차익의 70%를 보장해주는 시스템이다. 유승민 전 의원이 ‘엄청난 국가 재정이 필요한 비현실적 공약’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저라면 기금을 조성하겠다. 리츠를 만들어서 리츠가 원가주택을 소유하게 하는 방안이 있을텐데 공약에는 그런 상세한 내용이 없다. 오히려 걱정스러운 건 가격 하락 시점에 어떻게 리스크를 나눌 것인가 하는 점이다. 10억짜리 주택을 청년은 2억만 내고 나머지는 정부가 낸다는 건데, 10억짜리가 7억이 되면 3억 손실을 누가 책임지는 건가. 제가 유 후보라면 그걸 공격했을 것이다.”

-청년과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하는 윤 전 총장의 ‘역세권 첫집주택’ 역시 이 후보의 기본주택처럼 역세권 부지 확보가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이 있다.

“역세권 주택은 박원순 전 시장이 도입했던 역세권 청년주택이라는 선례가 있다. 용적률을 최대 1000%까지 줬고, 건설사들이 달려들었다. 불가능하다고 보지 않는다. 다만 가격을 어느 정도로 적정하게 매길 것인가가 더 중요한데 20만호라는 물량만 강조하는 건 이상하다. 강북구에서 가장 큰 길음‧미아 뉴타운이 1만6000호인 걸 감안하면 역세권 첫집주택을 어디에 지을 것인지 이야기해야 한다.”


-홍준표 의원은 서울 강북지역 대규모 재개발을 통해 시세의 4분의 1 수준인 ‘쿼터 아파트’를 도입하겠다고 공약했다. 반값 아파트도 아니고, 로또 아파트 아닌가. 현실성이 있을까.

“이명박정부 시절 보금자리주택이 주변보다 30% 저렴했다. 땅값이 안 드는 곳에 지분적립형으로 용적률 1000%로 하면 겨우 맞출 수도 있을 것 같다. 완전히 허황한 건 아니다. 기본주택이든 원가주택이든 쿼터 아파트든 불만스러운 건 반값 아파트가 지난 92년 대선 때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공약이었다. 그 후 30년이 지났는데 대선 후보들의 고민의 결과가 겨우 이 정도냐는 것이다.”

“대선 후보 부동산 공약, 92년 정주영 반값 아파트 수준”

-야당 주자들은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를 공약했다.

“재건축‧재개발을 위해 용적률을 완화하면 토지가격을 자극한다. 강북의 빌라, 다세대가 폭등해 서민들에게 충격이 될 가능성이 크다. 홍 의원이 말한 고밀도 개발도 마찬가지다. 한 군데 용적률을 높여주면 다른 곳은 가만있겠나. 뉴타운의 재림이 될 수 있다. 재개발을 반대하는 게 아니라 서민들을 보호할 장치가 있는지 묻고 싶다. 미국은 대규모 재개발을 할 때 기존 주민들의 재정착률을 따진다. 50%만 돼도 너무 낮다고 하는데 한국의 뉴타운은 높은 데가 20%다.”

-부동산세 관련 공약은 어떤가. 이 후보는 국토보유세 신설을 내걸었다. 주택 공급 물량을 확대하되 세금을 늘리거나 더 강하게 규제해 집값을 잡겠다는 구상으로 보인다.

“세금으로는 못 잡는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실효세율이 1%다. 보유세가 높아도 집값이 뛸 때 팍팍 오른다. 보유세가 평상시에는 부담이 되지만 유동성이 과도하거나 경제가 성장할 때는 전혀 작동하지 않는다.”

-이 후보는 집과 토지를 가진 모든 사람에게 국토보유세를 매기고 현재 0.17% 수준인 실효세율을 점진적으로 1%까지 올리겠다고 한다.

“2~3년 전이었다면 찬성했을 것이다. 지금은 종부세 압박을 받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1%까지 올리겠다면 종부세는 없애는 게 낫다고 본다. 종부세 과세 기준도 애매하지 않나. 납세자들이 이해할 수 있게 일률적으로 예측 가능한 과세 체계가 필요하다.”


-윤 전 총장과 홍 의원은 양도세율 인하와 재산세 부담 경감을 내세웠다. 부동산 가격 폭등을 더 부추길 수 있지 않겠나.

“보유세와 양도세를 둘 다 낮추면 당연히 주택값은 올라간다. 지금 같은 패닉 바잉 상황에선 함부로 얘기하면 안 된다. 세율이 주택 구매자들에게 어느 정도 부담을 줘야 한다. 보유세와 양도세는 둘 중 하나가 높으면 다른 하나가 낮아야 한다. 특히 보유세는 사회적 합의를 거쳐 적당한 수준에서 결정돼야 한다.”

-어떤 점이 고려돼야 할까.

“이 후보가 보유세 부담을 1%로 늘리겠다면 정책이 세밀해야 한다. 노년층에는 1%가 큰 부담이다. ‘에이징 인 플레이스’(Aging in Place)라는 개념이 있다. 노인이 자신이 살아온 집과 지역사회에서 벗어나지 않고 여생을 보내는 것을 말하는데, 세 부담이 크면 쫓겨날 수밖에 없다. 수십년 같은 집에 산 노인이 집값을 올린 게 아니다. 부동산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문제와 직결된다.”

-후보들의 공약에 더 깊은 고민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책 철학에 대한 얘기를 할 수밖에 없다. 후보들이 놓치고 있는 게 또 있다. 도시가 아닌 인구가 소멸되는 지방, 그중에서도 1인 노인 가구다. 청년도 중요하지만 대선 후보라면 한 명이라도 지방의 노년층 1인 가구를 위해 보건 기능이 추가된 셰어하우스 같은 주거 모델에 대해 얘기해야 하지 않을까.”

김 교수는 외국의 사례를 들며 몇몇 정책 대안을 제시했다. 미국의 경우 공공이 짓는 공공임대주택인 퍼블릭 하우징에서 비영리 민간 회사들이 저소득층을 위한 적정 주택을 소규모로 공급하는 ‘어포더블 하우징(affordable housing)’으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고, 여기에는 개발업체에 혜택을 주는 저소득층 주택 세금 감면(LIHTC‧Low-Income Housing Tax Credit) 프로그램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저소득층 주택 세금 감면은 정부가 돈 한 푼 안 들이고 민간 자본으로 임대 아파트를 짓는 정책이다. 공급자에게 세금을 감면해줘도 개발 이후 주변 지역이 좋아져 세원이 확장된다. 이런 정책 설계를 해야 한다.”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은 어떻게 보나.

“2010~2015년 LH 공공개발에서 민관개발로 바뀐 과정, 성남의뜰이 화천대유에 토지매각 권한을 준 부분이 정파를 떠나 밝혀야 할 핵심이라고 본다. 이 지사가 이익을 환수했지만 우발적 이익이 지나치게 높게 나온 다른 부분에 대해 모니터링이나 견제 장치가 제대로 없었던 게 문제다. 최대치적이라고 자랑할 일은 아니다.”

-이 후보는 대장동 의혹에 대한 대책으로 ‘개발이익 완전 국민 환원제’와 택지 100% 공영개발을 말한다.

“그럼 어느 개발업체가 달려들겠나. 개발이 아예 안 될 거다. 외국에서도 모두 민간 공공 합동 개발을 하고 있다.”

김경민 교수의 활동 영역은 다양하다. 강연과 저술 외에도 오픈 데이터 운동의 일환으로 부동산 빅데이터를 분석해 공개하는 부트캠프라는 사이트를 개설하고, 사회적 기업과 공유경제에도 관심이 많아 소셜벤처 어반 하이브리드를 운영하고 있다. 권현구 기자

-내년 대선 결과에 따라 집값이 달라질까. 많은 유권자가 ‘집값 잡을 후보가 필요하다’고 한다.

“집값을 잡겠다, 강남 집값을 잡겠다, 초고가 아파트를 잡겠다는 건 동의하지 않는다. 정책 목표는 집값 잡는 게 아니라 주거복지 실현이어야 한다. 초부유층의 몇십억짜리 주택은 그냥 둬도 상관없다. 세금으로 잘 거두기만 하면 된다. 그쪽에 집중하면 중산층 이하 서민에게 쏟을 관심이 줄어든다. 주거복지의 대상은 명확하다. 중산층과 서민이 적정한 가격을 내고 적정한 퀄리티의 주택에서 장기간 임차나 매매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주는 게 정부의 역할이다. 선거마다 임대아파트 짓겠다는 공약은 곤란하다.”

-어느 후보의 공약에 높은 점수를 주겠는가.

“큰 차이가 없고 특징적인 게 보이지 않는다. 실망스럽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이 집값 잡는 게 목표가 아니라는 말을 했다. 관점이 제일 나아 보였다. 윤 전 총장 공약 중에 청년‧신혼부부 대상 주택담보대출비율(LTV) 80% 상향이 있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 주택담보대출 규제 완화는 필요하다고 본다. 다만 이 공약은 부동산 가격을 끌어올리기 때문에 바로 시작하는 게 아니라 집권 3년차에 하겠다고 시점을 못 박으면 된다. 그럼 당장 영끌하지 않고 기다릴 것이다. 그때쯤에는 가격도 안정화되리라고 본다.”

“금리 인상으로 내년 말까지 집값 10~17% 하락 예상”

-3년 후에는 집값이 꺾인다고 전망하는 건가.

“미국의 이자율 추이를 봐야 한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 18명 중 8명이 2024년까지 이자율을 2%로 올린다고 했다. 장기적으로는 평균 2.5%다. 한국이 미국보다 낮을 수는 없으니 2024년까지 2.5% 또는 3%까지 갈 것이다. 이자율이 오르면 주택 가격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자율이 오르고 공약처럼 공급 폭탄이 나오면 장기 침체로 갈 수도 있다.”

-내년에도 공급 물량 부족과 각종 규제 때문에 집값이 급등할 거라는 의견도 많은데.

“미국에서 일할 때 글로벌 상업용 오피스 건물의 임대료와 공실률, 가격을 예측하는 모델링을 담당했다. 그때 만든 예측 모형과 비슷하게 주택 시장을 분석했다. 다른 요소가 다 고정된다고 봤을 때 이자율이 0.5%에서 1.5%로 올라가면 내년 말까지 올해 6월 대비 10~17% 떨어진다. 2020년 1분기 가격으로 돌아가는 수준이다. 2020년부터 현재까지 버블이라고 본다. 이자율이 1.5%가 되면 버블이 꺼지고, 2~3%가 되면 더 하락할 것이다.”

-변동성이 심한 시장에서는 안 팔고 안 사는 것이 낫다고 조언했는데, 지금도 같은 생각인가.

“매수자는 지금 살 때가 아니고, 매도자는 양도세 완화가 언급되는 만큼 신중할 필요가 있다. 2~3년 후에는 시장 상황이 바뀔 것이다. 금리가 계속 오를 것이고, 3기 신도시를 비롯한 공급 스케줄이 나오기 시작할 것이다.”

권혜숙 인터뷰 전문기자 hskw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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